[양낙규의 Defence Club]워리어플랫폼 사격점수 '99점'

최종수정 2020.03.25 05:58 기사입력 2018.08.20 10:09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육군은 지난해 5대 핵심전력(5대 게임체인저)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5대 게임체인저는 미사일 전력, 기동군단, 특수임무여단, 드론봇전투단, 워리어플랫폼 등 다섯 가지다. 이중 워리어 플랫폼은 적과 싸우는 전투 장병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기초적이면서도 기본이 되는 전투체계를 말한다. 장병 한명, 한 명이 중요한 무기체계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장병은 임무와 부대특성에 따라 구분된 전투피복 10종과 전투장구 10종, 전투장비 13종 등 총 33종으로 구성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다. 워리어 플랫폼의 위력을 엿보기 위해 지난 7일 계룡대 육군본부 실내사격장을 찾았다.


시누크 수송헬기를 타고 계룡대 헬기착륙장에 도착하자 한국형 험비(Humvee)로 불리는 신형 전술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바퀴는 일반타이어보다 훨씬 크고 두꺼웠다. 렌플렛 타이어로 총탄에 맞아도 48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4인용으로 내부는 웬만한 중형차보다 넓었다. 조수석의 문을 연 순간 묵직함도 느껴졌다.


출발신호와 함께 시동을 걸자 의외로 조용했다. 투박한 차량의 외관과는 상반됐다. 일반 도로를 달리자 정숙감까지 느껴졌다. 옆문을 보니 지름 10cm가량의 구멍도 뚫려 있었다. 뚜껑을 열면 전시상황에 문을 열지 않고 교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육군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실내 사격장에 도착해 복장을 착용했다. 이른바 컴뱃(Combat)셔츠다. 긴소매에 반 집업(zip-up) 형태로 가슴과 등은 일반 면티처럼 통붕과 땀흡수가 용이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긴 소매에는 패드가 있어 장병들의 부상 방지에도 신경썼다. 컴뱃셔츠는 마치 고기능 등산복을 입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헬멧을 착용했다. 그동안의 헬멧은 머리의 크기와 상관없이 턱끈을 조여 착용하는 형태였다. 뛰거나 사격을 할 경우 헬멧이 시야를 가리는 이유다. 하지만 신형헬멧은 다이얼을 돌려 지지대를 늘리고 줄이는 형태였다. 누가 착용해도 맞춤형 헬멧이 됐다. 또 헬멧은 라이트와 카메라는 물론 야간투시경 등 각종 부수기재를 탈부착하기 쉽도록 만들어졌다. 헬멧에 장착된 헤드셋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주변 소리는 들리면서도 총격소음은 줄여주는 청력보호헤드셋이었다. 방탄복은 기존 방탄복보다 1kg정도 무거웠지만 몸에 달라붙는 느낌에 무게감을 줄이는듯 했다.


실내사격장에 들어가 K1의 계량형 모델인 K1A1에 실탄을 지급받았다. 이날 사격은 3회에 걸쳐 30발. 첫 사격은 현재 병사들이 쏘는 K2소총의 일반 사격, 두번째 사격은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K1A1 사격, 세번째 사격은 암흑속에서 실시한 K1A1 야간사격이다.


우선 50m 거리에서 가로ㆍ세로 50㎝ 크기의 원형 표적지를 겨냥해 일반사격을 했다. "탕, 탕, 탕"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10점 표적안에서 벗어난 8점 표적안에 탄착군이 형성됐다. 육군 관계자는 "탄착군이 형성됐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위로하며 "새로운 소총을 기대해 보라"고 말했다.


워리어 플랫폼 중 조준경, 확대경, 소음기를 장착한 소총을 받아 조준경을 본 순간 깜짝 놀랬다. 말로만 듣던 도트사이트(Dot sight)조준경을 보자 빨간색 레이저가 표적지를 가리켰다. 도트사이트와 기자의 눈사이에 설치된 3배율경은 목표물을 더 크게 보이게 했다. 선명했다. 좀 전과 달리 자신감까지 생겼다. 방아쇠를 당기자 소음기가 장착된 탓에 충격도 적게 느껴졌다. 총을 발사한 이후 충격까지 줄어든 듯 했다. 10발사격을 마친 이후 표적지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결과는 놀라웠다. 10발 중 9발은 10점 표적지안에 명중했고 1발만 9점을 맞췄다. 99점이다.


다음은 야간사격. 조명이 꺼지자 옆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표적지시기를 켜고, 방탄헬멧에 부착된 야간투시경을 통해 전방을 보자 온통 녹색 세상이었다. 녹색세상 안에 야간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표적을 자동으로 겨냥했다. 이번에도 방아쇠를 자신있게 잡아당겼다. 조명이 켜지고 표적지를 보니 사격점수는 95점.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면서 소총이 믿음직했다.


군 관계자는 "육군발전자문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50대 후반의 한 여교수도 총을 쏜 본 경험이 없지만 워리어 플랫폼 체험사격에선 놀라운 명중률을 기록했다"며 "이것이 워리어 플랫폼의 성능"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2022년까지 상비사단 전투부대까지 워리어 플랫폼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6월25일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아크부대 14진 장병들은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고 아랍에미레이트(UAE)로 떠났다. 올해 안에 특전사 1개 대대와 상비사단 1개 대대에서도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사격장을 빠져나와 인근 사격술예비훈련장을 보니 사격을 하기 전 혹독한 정신교육을 받던 옛 군대시절이 떠올랐다. 새로운 전술훈련으로 채워질 우리 육군에선 옛 추억이 될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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