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전투기 이륙속도를 느끼다

최종수정 2020.03.25 05:59 기사입력 2018.06.11 10:37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6ㆍ25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은 단 1대의 전투기도 없이 22대의 연습기와 연락기만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북한은 전투기와 전폭기를 포함해 21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67년이 지난 지금 우리 공군은 최신예전투기 F-15K 등 490여대를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F-35A를 도입하면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스텔스 보유국이 된다. 내년에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경우 작전반경도 크게 늘어난다. 공군은 무인전투기 개발 등 무인 항공기 시대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자 '미래 무인항공 연구센터'를 신설해 유인ㆍ무인전투기 복합운용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공군의 전투력을 엿보기 위해 FA-50 경공격기가 처음 배치된 공군 원주비행장을 지난달 14일 찾았다.


공군 원주비행장 상공에는 굉음을 뿜어내는 전투기들이 상공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미세먼지와 안개속에서도 전투기들은 상공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이날 훈련은 FA-50 '하이택싱(hi-taxing)'. 3km 활주로를 이륙하기 직전인 시속 200㎞로 내달리는 훈련이었다.


군 관계자는 하이택싱을 하기 전에 FA-50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시뮬레이션 훈련장으로 이끌었다. 훈련장 건물에 들어서니 암흑같이 어두웠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270도 스크린이 기자를 압도했다. 전투기 조종석에 탑승하자 고급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기본이고 다양한 수치를 기록하는 전자식 계기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투기를 왼쪽에 조종관을 앞으로 밀자 전투기는 순식간에 활주로에서 300km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른쪽 조종관을 앞으로 밀자 전투기는 떠 올랐다.


단 몇초만에 기자의 눈앞에 펼쳐진 곳은 서울상공. 63빌딩과 쌍둥이빌딩이 있는 여의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고도를 1000피트까지 낮추고 63빌딩 사이를 통과하자 마치 영화 '알투비(리턴투베이스)'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듯했다. 백두산 천지도 비행했다. 시뮬레이터 스크린은 1m 급 위성사진을 그대로 표현해 백두산 천지의 물결까지 보이는 듯했다. 군 관계자는 "감상은 여기까지"라며 비행환경을 '폭우'로 변경했다. 눈앞에 펼쳐졌던 산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희뿌연 화면만 가득했다. 기자가 당황하자 시뮬레이터 교관은 "눈에 보이는 현실만 보려 하지말고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해야한다"며 고도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했다.


아찔한 경험을 마치고 이번엔 실제 전투기를 탑승하기로 했다. 탑승 전 전투기조종사 복장을 갖춰입기 위해 장구실로 들어갔다. 전투기조종복과 좌석과 조종사의 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하네스, 생환조끼, G슈트(Anti-G suit)를 모두 착용했다. 전투기 조종사는 급선회한다거나 수평과 상하수직방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비행을 할경우 중력의 11배까지 압력을 받는다. 이때 정신을 잃을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G슈트는 필수적이다. 모든 복장을 갖추니 마치 온몸에 맞춤형 양복을 몇벌을 껴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활주로에 나가니 전투기 격납고(이글루)안에는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된 FA-50이 기자를 환영하듯 반겨줬다. 전투기 조종사는 전투기 시동을 걸기전에 고도와 속도를 감지하는 센서는 물론 엔진 공기흡입구에 이물질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점검을 마친 조종사와 함께 전투기에 올라타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약 30분간 준비와 예열 등을 마치고 활주로로 이동하는 동안 시뮬레이터에서 느껴던 여유로움은 없고 입이 바싹 마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FA-50이 활주로에 100m육상선수처럼 대기했다. 조종사는 관제탑과 송수신을 확인하고 기자에게 "준비됐냐"는 짧은 인사와 함께 "스타트"라고 외쳤다.


전투기가 갑작스레 속도를 내자 기자의 등은 의자에 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 숨은 그대로 멈췄고 눈앞에 시야는 흐릿흐릿해졌다. 활주로 옆에 관제탑과 이글루안에 전투기들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단 10초만에 활주로의 절반을 넘어섰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기자는 조종사의 질문에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투기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눈앞에 활주로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FA-50 조종을 맡은 나호연 대위는 "짧은 순간이지만 고생했다"며 "FA-50이 최전방 상공을 지키는 위해서는 언제든 출격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하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을 마치고 공군 기지를 빠져나오는 동안 KA-1, T-50으로 구성된 블랙이글팀도 볼 수 있었다. 모두 국내순수기술로 개발된 기종으로 자주국방의 초석을 다지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갖게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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