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 철벽 공수 육군 11사단 기갑수색 대대

최종수정 2020.03.24 08:22 기사입력 2018.05.21 09:51

흔들림 없이 2.5m 물웅덩이 헤치는 장갑차

가상의 적 발견하자 40mm 기관포 집중포화

장갑차서 내려 가상의 적과 불꽃 튀는 한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을 마치고 전력을 전면개편했다. 군축을 강요받은 탓이다. 가장 먼저 군축 대상이 된 것은 공포의 대상이었던 기갑전력이다. 당시만 해도 기갑전력인 전차는 단순한 방어용 무기로 치부됐다. 하지만 독일군의 생각은 달랐다. 기존의 개념을 탈피해 기갑사단으로 편성된 독립 전력을 운영했다. 전차부대를 따라다니는 보병인 기계화보병도 만들었다. '기계화전(armoured warfare)' 개념의 시초인 셈이다. 우리 군도 6·25 전쟁 당시 양창식 장군이 미 군사원조로 인수돼 치장돼있던 전차 200여대를 활용해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을 창설했다. 발전된 기계화보병부대를 엿보기 위해 지난 8일 육군 11사단 기갑수색대대를 찾았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 위치한 매봉산 훈련장 입구에 도착하니 봄햇살을 시샘하듯 차가운 산바람이 옷깃을 뚫고 들어왔다. K-21보병장갑차는 50m 길이의 물엉덩이 앞에서 시동을 켠 채로 거칠게 엔진소리를 뿜어내고 있었다. 장갑차 양옆에 장착된 검정색 고무 튜브타입의 부양장치는 마치 수영을 하기 위해 튜브를 양쪽 겨드랑이에 차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25t 무게의 장갑차는 부양장치로 거뜬히 수상도하할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 전차에 올라탔다. 곧이어 장갑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장갑차는 10m 전진하더니 물웅덩이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삑! 삑!'하며 경고음을 냈다. 장갑차가 기울어 졌을 때 나는 소리였지만 기자는 혹시 전차가 물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전차는 거리낌없이 2.5m 깊이의 물웅덩이에 몸을 담갔고 포탑이 장착된 상부까지 물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장갑차는 더 큰 굉음을 뿜어내며 시속 7㎞까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장갑차의 전진에 파도가 생겼지만 장갑차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고무보트를 타는 듯했다.



물웅덩이에서 빠져나와 이번엔 장병들과 함께 장갑차 탑승실 내부에 올라탔다.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전차들이 적과 마주쳤을 때 엄호하기 위해 소총에는 공포탄도 장전했다. 탑승실은 장병 8명이 탈 수 있는 공간으로 넉넉지는 않았다. 장병들이 모두 탑승하자 자동으로 장갑차 문이 닫혔다. 순간 암흑으로 변하고 장갑차는 다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안쪽에 설치된 모니터는 장갑차 후방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줬다.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내비게이션과 장갑차의 속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장갑차는 갑자기 속도를 높이더니 산속 비포장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속도계는 시속 30㎞를 나타냈고 마치 롤로코스터를 타듯 장갑차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갑차가 얼마 가지 않아 속도를 줄이더니 40㎜ 기관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가상의 적을 발견한 것이다. 탑승실 내부는 기관포의 사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매캐한 화약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탑승실 앞부분에서 좌우로 돌아가는 포탑이 그대로 보여 장갑차 밖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이어 소대장은 장갑차 문을 열겠다며 전방 엄호작전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장갑차의 문이 열리자 눈부신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내부로 쏟아졌다. 여유를 느낄 시간도 없었다. 소대장은 먼저 장갑차를 빠져나갔고 전방에서 공격해오는 적의 동태를 살피며 하차명령을 내렸다.



장갑차에서 빠져나와 전방을 보니 가상의 적군이 발사하는 소총소리가 요란했다. 장병들은 풀숲, 돌 등에 숨어 적을 향해 일제히 반격을 위한 사격을 시작했다. 장갑차에서 쏘는 연막탄소리와 뒤섞여 마치 전쟁터에 온듯 혼비백산했다. 적을 제압하자 전차들은 다시 전진을 하기 시작했고 훈련은 마무리됐다.


천일환 기갑수색대대 대대장(중령)은 "기갑전력의 중요성은 현대전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반복된 훈련을 해야 실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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