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방위산업 다양한 국가와 미래를 준비할 때

최종수정 2022.09.26 15:06 기사입력 2022.09.03 07:22



20년 전인 2002년 6월로 돌아가보자. 당시 우리 축구는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승리를 거두고 이 기운을 몰아서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달성했다.


같은 해 8월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항공기 T-50 고등훈련기는 성공적인 초도 비행을 거뒀다. 2002년 여름을 생각하면 우리는 아직도 그 행복했던 생생한 순간을 기억하며 가끔 미소를 짓곤 한다.


20년 후인 올해 2022년 여름은 누군가가 20년의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에게 마치 인고 (忍苦)의 보답으로 선물을 주듯이, 공교롭게도 월드컵 첫 승을 우리에게 안겨준 폴란드를 통해 한국 방산 수출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찍고 있으며, 당시 T-50 개발자들은 KF-21의 성공적인 초도 비행을 다시 한번 느끼면 리나라 항공기 개발 역사의 한 획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4강에 이어 2022년 글로벌 방산 수출 빅 4를 목표로 신정부에서도 국정과제에 포함하여 방산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려고 하고 있다.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방위산업은 마치 잔칫집 같다. 모두가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해주며 기쁨을 나누면서 축제 같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이런 잔치를 벌이고 있는 이면에는 안 보이는 곳에서 그동안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방위산업의 생태계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분들의 노고를 절대 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 방산 수출은 이제 우리 군에서 검증된 무기체계는 월드 베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군이 그동안 사용하면서 축적된 수많은 빅데이터(Big data)와 노하우(Know-how)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특유의 신속한 일 처리 문화, 가격 경쟁력이 동반된 가성비, 전방위 영업 능력 등이 만들어낸 준비된 우리의 국방 시스템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검증되어 이런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국내 방산의 활성화가 준비된 제품과 기술을 통해 결국 K-방산의 수출로 연계됨으로 이는 건강한 방산의 생태계가 지속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잔칫집에서 불현듯 우려와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 방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는 새로운 전략과 도전이 필요하다. 우리의 새로운 베스트 셀러 제품과 기술을 이제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성능개량,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무인 플랫폼 및 연동,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신기술 도전 과제 등을 통해 미래 수출을 위한 준비가 매우 절실하다.


또한 이제는 국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및 공동 투자, 시장 개척을 위한 현지화 전략 등과 같은 확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여 해외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할 것이며 기존의 선진 우방국, 동남아, 일본을 포함해 외교·안보를 입체적으로 고려한 다양한 국가들과 방산의 교류와 협력의 보폭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K-9, K-2, FA-50과 같은 방산 대기업의 platform 제품의 수출로 인한 해당 협력사들로 이어지는 낙수효과에 따른 성장도 중요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의 실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관심과 교육, 제도적 지원 역시 필요할 것이며 이는 해외 협력에서도 정책적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유럽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분쟁과 전쟁의 아픔을 가지고 성장해 오고 있으며 이제는 평화를 위해 하나의 유럽 EU 안에서 특히 방위산업은 역사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누구보다도 아픔을 겪었던 독일과 프랑스는 2015년 독일의 KMW와 프랑스의 Next er가 공동개발을 위해 KNDS (KMW + Nexter Defense System) 라는 조인트 벤처를 만들었고, 유럽의 많은 방산 회사들은 과거의 역사와 관계없이 다국적 기업의 형태로 방산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도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외 협력의 모델을 새롭게 구상하고 전문가 인력을 투입함으로 방산의 새롭고 과감한 해외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준비가 다음 세대의 방산 지속 성장을 위한 길임과 동시에 글로벌 방산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극이 끝난 후라는 가사 중에는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라는 부분이 있다. 지금의 잔칫집 같은 우리의 방산은 끝나지 않는 연극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방위사업학과 이준곤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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