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항공우주 방산기업을 위한 필요조건

최종수정 2022.09.26 15:11 기사입력 2022.04.02 10:00



[김상돈 스타버스트 코리아 대표]일반인들이 사용하는 3대 지도 관련 앱 서비스는 카카오맵, 네이버맵, 구글맵이다. 이달 현재 3대 지도 앱에서 검색어 ‘청와대’를 넣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외국 앱인 구글에서는 청와대 위치가 사진과 더불어 바로 나온다. 위성 사진을 겹쳐봐도 하늘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을 볼 수 있다. 실제 서울 광화문 근처 웬만한 고층 빌딩에서 청와대 쪽을 바라보면 맨눈으로도 아주 잘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앱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다르다. 청와대라는 상호를 쓰는 중식당과 고깃집이 제일 위에 나온다. 그나마 그 위치도 실제 청와대와는 아주 멀다. 실제 청와대 좌표로 위성사진을 보면 수풀로 뒤덮인 모습만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상공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현실이 산업 발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반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외국 기업은 청와대를 볼 수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안 되는 자체가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 의문점을 갖게 만든다.


청와대의 고해상도 사진을 보여주자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해외 기업도 공개 가능한 정보를 우리 국내 기업도 공개할 수 있어야 공평하다는 것이다.


수치적으로 따져보자.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과제의 성공률은 90%가 넘는다. 성공률로 보자면 세계 1위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연간 사용하는 연구개발비가 2020년 기준 21조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제들이 실효성은 있는지,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말해 연구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을 골랐다는 점이다. 내면에는 혁신적이고 과감한 것에 도전한 것이 아닌 남들이 이미 성공해낸 것을 따라하는 소위 추종형 과제들이 많다. 나라의 돈을 지원받아 혁신적인 것을 연구하다가 자칫 실패하면 언론에 날까 두렵고 그래서 관도 민도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주저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하루 빨리 추종형이 아닌 선도형 연구개발 과제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성공률은 어쩔 수 없이 좀 떨어지겠지만, 좁쌀 백 번 굴러도 호박 한 번 구르는 것에 못 당한다는 고교 시절 선생님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세계는 지금 민간인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전적인 기업가들도 발사체나 인공위성 분야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들을 시작했다. 정부차원에서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과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혁신성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기존 우주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서유럽 그리고 인도와 일본 등에서는 이미 우주 쓰레기 추적이나 채집 후 재활용을 위한 스타트업들의 창업이 줄을 잇는다. 반면, 국내에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창업이나 연구개발이 전무한 실정이다.


혁신과 도전을 막고 있는 장벽에는 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항공우주 분야나 방산 등, 시장 규모를 떠나 상징성이 아주 큰 분야에서의 연구개발 과제 수행 중 실패 사례가 나오면 건설적인 비평 대신 무조건적인 비난이 먼저 보도된다.


지난 6월, 신형 전투기 KF-21 출고식 행사 후 비행기를 분해했다가 의혹만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초도 비행을 하루 앞두고 분해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출고식이었다. 다음 달에 시장에 판매할 신제품 양산형 자동차가 아니라 비행시험만 몇 년을 거쳐야 하는 전투기 출고식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신형 전투기 개발자들은 이런 언론보도 때문에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5월 실전 사용영상이 공개된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을 보자. 이스라엘 당국은 90~95% 정도의 요격 성공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를 우리 언론환경에 비교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자체 개발한 방공 시스템의 요격률이 100%가 아닌 95%였다면 아마 실패한 5%에 대한 비난성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우리가 정책과 언론의 장벽으로 인해 주저주저 하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하루가 다르게 혁신적인 항공우주 및 방산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실전 배치되고 있다.


보병용 소총과 관련한 예만 보더라도 총구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ACE(Aim Control Enhancer, 조준 제어 향상기)가 미국 육군의 차세대 분대 화기 과제의 일환으로 평가를 받고 있고,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스마트 슈터가 개발한 지능형 디지털 조준경은 보병의 사격 명중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치로 각광받고 있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이스라엘의 모 드론 스타트업에 방문했다가 마침 이스라엘 군에서 수락 검사를 나온 장교를 만난 적이 있다. 연간 소량 대수로 납품 받는다는 특수 목적의 드론에 품질 검사나 방산 규격은 어떻게 적용하느냐 물었더니 그는 매우 실용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연간 백대도 안 되는 적은 수의 납품을 특수 목적으로 받을 뿐인데 굳이 방산 규격 같은 것을 미리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수백 수천대도 아닌데.”


이렇듯 혁신은 방산 분야에서도 시작됐다. 규모를 막론하고 그 내면을 보면 세계적 수준으로 금방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도 많다. 다만, 항공우주와 방산 분야는 기업의 혁신성이 제도와 규정 등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에 묶여 있다.


기업이나 연구개발 종사자들에게 혁신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항공우주·방산 분야에서 여러 유니콘 기업들이 곧 등장할 것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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