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방산협력 쿼터제는 ‘양날의 칼’

최종수정 2022.09.26 15:11 기사입력 2022.03.19 07:00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방위사업학과 이준곤 겸임교수]“Quota”의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제한적 한도 (a limited number or amount of people or things that is officially allowed)로 정의되어 있다. 즉, 일정량으로 배분된 할당량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스크린 쿼터제는 자국의 영화를 제도적으로 일정기준 일수 이상을 상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적 제도이며 외국 영화의 지나친 시장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자국영화의 시장 확보를 위한 보호와 육성제도라고 할 수 있다. 쿼터제의 본질적 목적은 수입국의 해당 산업을 보호함에 있으며 각국의 시장 환경에 맞게 제품별, 산업별 다양한 쿼터제를 적용을 하고 있다.


방위산업에서의 산업협력 쿼터제는 우리가 국외에서 무기체계를 구매 시 국외 제안업체에게 해당 무기체계 부품의 일정 비율에 대해 국산부품의 적용을 요구하는 개념이다. 최근 미국은 BAA (Buy American Act)의 연방조달규정 FAR (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을 강화하여 미국 내 생산부품 비율을 금년 10월부터 기존 55%에서 60%로 상향하고 2029년에는 75%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고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국의 제조업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강력한 정책의 전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변화 안에서 방위사업청도 산업협력 쿼터제를 군용 항공기 국외 도입 사업에 적용함으로 국외 제안업체는 제안요청서의 쿼터제 충족을 위해 한국산 제품을 적용하여 제안하여야 한다. 국내 방위산업체들은 쿼터제를 활용한 내수 물량의 확보와 해외 수출의 기회로도 확장 가능한 선순환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가 우려되는 몇 가지 내용에 대해 화두를 던져보려고 한다. 첫번째, 국외 제안업체의 상황에서 본다면 제안하고자 하는 무기체계와 국내 제품과의 적용을 위한 설계검증, 추가시험 및 인증 등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추가적 NRC (Non-Recurring Cost) 즉, 비순환비용이 발생되며 전체적으로 해당 무기체계 제안 금액의 상승이 예상된다. 일정 측면에서도 이와 같은 추가 과정을 거치면서 조달 기간 (lead time)의 증가도 예측된다.


예를 들어, 무기체계 획득 예산이 1조, 의무 쿼터제를 10%로 가정한다면 국외 제안업체는 최소 1000억의 물량을 국내업체에서 찾아야 한다. 이 경우 국외 제안업체는 비용, 일정의 개발 리스크도 줄이는 차원에서 국내의 다양한 중소기업보다는 큰 단위에서 항공기 기체 제작이 가능한 업체 위주로 한정된 제안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방산업체 입장에서 본다면 자사의 해당 제품이 국외 제안업체의 무기체계 적용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설계 변경 및 별도의 추가 인증이 요구되고 이에 따른 개별 투자가 필요할 것이며 특히 중소기업이라면 규모에 따른 재무적 부담으로도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국외 입찰 참여업체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사업 기회를 식별하고 있으며 대형 사업들은 예상되는 제안업체 수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국외 제안업체들은 우리 정부의 무기체계 획득절차 및 정책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과거에도 절충교역을 제안하고 수행한 다수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쿼터제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제안서 필수조건으로 요구된다면 국외 제안업체에서는 입찰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며 필수적 발생되는 추가 비용에 대하여 예산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예상되고 심지어 입찰을 포기하는 방안도 고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전력화 일정 충족과 방위사업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본질적 목적 달성에 위협을 주는 위험 요소가 될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산업협력 쿼터제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소요군부터 사업을 추진하는 방위사업청, 선행연구 기관은 예상되는 현실적 비용 산출, 국내업체들의 현장의 목소리, 국내외 방산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국외 제안업체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유연한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이에 따른 전력화 일정 영향 및 국내 산업적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전 검토와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시범 사업이라면 알맞은 규모의 사업을 먼저 선정하고 식별된 리스크 분석을 가지고 유연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사업의 규모를 점차 확장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할 것이다.


특히 추가 인증 수행 등 국내의 자체 투자가 요구되는 국내 중소업체들을 위해 기존 절충교역과 쿼터제의 연계적 활용을 고려한다면 국내 업체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며 제안하는 국외업체에도 다양한 제안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실제 중소 방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확대 및 해외 공동 투자에 대한 미래 가치를 제안서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쿼터제의 도입은 기존 절충교역과 연계하여 정량적인 50%의 적용 비율만을 고려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협력으로의 전환을 위한 효율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의 정책 기조가 국내외 업체들에게 올바르고 타당하게 인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협력 쿼터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우리 환경과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여 효율적인 제도로 정착화되기 위해 절충(折衷) 즉,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타협으로 어느 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취사(取捨) 하여 알맞은 것을 얻고자 한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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