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사관학교 경영학과 김호성 교수]지난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10개월만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사이 두 차례의 전화 통화는 있었지만 회담 수준은 아니었다. 이 회담에서 두 국가의 정상은 대만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대만이 미국에 기대어 독립을 도모하고, 미국이 대만으로 중국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완화자필자분(玩火者必自焚)”을 강조했다. 이는 "불장난하면 제 불에 타죽게 되리라"는 뜻으로, 대만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과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패권 국가인 미국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만과의 충돌 시 중국은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국방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중국이 보여준 태도의 배경이 될 수 있는 중국의 국방력 수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21세기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중국의 군사력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 보잘 것 없었다. 군대의 규모는 컸지만, 구식 군대였으며 장비의 노후화는 심각하였다. 병력 구조와 능력은 주로 중국 국경을 따라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는데 집중하였다. 재래식 미사일은 일반적으로 사거리가 짧았고 정확도도 낮았다. 그리고 사이버전 능력도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정보기술의 사용은 훨씬 뒤쳐져 있었다. 우주 능력에도 관심을 기울였지만 당시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의 방위산업의 수준도 많이 떨어져 고성능의 무기체계를 생산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시 중국이 현대식 무기를 생산하거나 획득할 수 있다고 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데 필요한 합동 작전을 위한 조직이나 훈련도 부족하였다. 당시 미국의 한 국방보고서는 중국 인민군의 조직적 장애물이 너무 심각하여 중국 공산당의 장기적인 야망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였다. 즉 인민군은 현대전을 위한 능력과 조직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였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을 이해한 중국 공산당은 군을 강화하고 변화시키려는 열망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장기 목표를 설정하였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대략 20년이 지난 2020년은 시 주석이 첫 번째 장기 군사력 건설 목표의 결과물을 보여준 중요한 해였다. 왜냐하면 2021년은 인민군이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아 중국을 ‘소강사회(小康社會)’로 전환한다는 중국 공산당의 광범위한 목표를 둔 해로써, 2020년은 이를 뒷받침할 군사 현대화라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지막 해였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회의에서, 시 주석은 “올해가 2020년 국방과 군사력 건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 군의 13차 5개년 계획의 발전과 건설을 관철하는 중요한 해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2020년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군사 전략과 인민군에서 일어난 연속성과 변화를 모두 평가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주목해야 하는 연도이다. 이 초기 단계의 주요 군사력 건설 목표는 인민군의 ‘기계화’를 달성하고 ‘정보화 및 크게 향상된 전략적 역량’을 향해 크게 전진하는 것이었다.
시 주석의 이러한 의지에 맞춰진 군사력 건설 1단계 결과는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다양한 무기체계의 공개와 함께 중국 국방의 현대화 폭을 드러내었다. 여기에는 DF-41 대륙간 탄도 미사일, DF-17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ypersonic Glide Vehicle), WZ-8 고속 정찰 무인 항공기, HSU001 무인 잠수정 등이 포함되었다. 이를 통해 중국이 그 동안 첨단 무기 개발 및 전력화와 국방 건설의 진척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전 세계에 과시하였다. 21세기 초입에 보여준 중국의 군사력 수준과는 완전히 다른 군대로 탈바꿈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10월 말 마크 밀리(Mark A. Milley)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중국의 최근 극초음속 활공체 DF-ZF(WU-14) 실험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극초음속 활공체가 위협적인 이유는 매우 빠른 속도와 탄도의 불규칙적 비행 때문에 기존 대공 미사일 방어체계의 알고리즘으로는 요격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중국이 군사력을 빠르게 확장함에 따라 현 상황이 스푸트니크(sputnik) 순간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는 구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띄웠던 우주 개발 계획을 말한다. 스푸트니크 1호는 1957년 10월에 발사되었고, 이어서 2, 3호가 발사되었다. 당시 구 소련의 위성 발사 성공은 미국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왜냐하면 미국은 당시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첨단 무기체계 기술력에 있어서 당연히 자신들이 앞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후 미국에서는 이것을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부르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 지난 세기에 구 소련에 의해 경험한 유사한 충격이 중국에 의해 재현된 것이다. 이러한 미국 합참의장의 반응은 극초음속 무기에 있어 미국이 현재 중국에 뒤져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위기 의식과 함께 최근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만 등과 극초음속 요격 시스템 개발 계약을 체결하였고 앞으로 글로벌 무기 경쟁은 극초음속 활공체가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단기간에 세계적 군사강국으로 거듭난 중국은 표면적으로 일부 전력(戰力)에서는 미국을 능가한다. 대표적인 부문이 극초음속 활공체와 같은 미사일 및 함정 무기체계이다. 중국의 해군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130척 이상의 주요 수상 전투함을 포함하여 약 350척의 함정과 잠수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미국 해군은 2020년 초 기준으로 약 293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약점은 곳곳에서 식별된다.
대표적으로 2019년 7월에 발표된 가장 최근 중국의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과 장기적인 군사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인민군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군대에 훨씬 뒤떨어져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백서는 인민군이 “국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군 현대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탄도 미사일, 전투기, 구축함 등 주요 무기 도입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 주석의 발언 등을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지난 20년 동안 인민군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군과 비교해 볼 때 주요 격차와 문제점이 내부적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자 새로운 ‘소강사회(小康社會)’로 전환하고자 하는 2021년 이후 인민군의 주요 현대화 목표는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이하는 2049년까지 국가 부흥을 달성하기 위한 당의 2단계 국가 발전 접근 방식을 따를 것이다. 첫 번째 단계인 2021년부터 2035년까지 중국은 전반적으로 불균등한 경제 발전과 불평등을 해결하고, 기술 역량을 강화하여 ‘혁신의 글로벌 리더’가 되려고 한다. 이러한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부족한 군사 역량을 보충함으로써 군사 현대화에 더욱 더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2035년부터 2049년까지 2단계에서 인민군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의 부흥을 전면 실현한다는 당의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적인 강군로의 전환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이 속에서 중국은 세계적인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기반으로 군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강력한 민간 산업 및 기술 부문과 융합된 완전히 자립적인 방위 산업 부문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국의 방위산업기반이 목표로 하는 주요 기술 초점 영역에는 터보팬 기술을 포함한 항공우주 엔진과 가스 터빈, 양자 통신 및 컴퓨팅, 혁신적인 전자 및 소프트웨어, 자동화 및 로봇 공학, 특수 재료 및 응용 프로그램, 나노기술, 신경 과학, 신경 연구 및 인공 지능(AI), 심우주 탐사 및 유지 보수 시스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 20년 동안의 중국의 국가 전략과 군사적 열망에 대한 방향은 전략적 목표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많은 변화의 방향들이 이 과정에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확실한 것은 2049년에 중국 공산당이 목표로 하는 전략적 최종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군사력 건설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기술 수입과 외국 산업의 이전, 외국인 직접투자, 천인계획(千?計劃) 등과 같은 인재채용, 연구개발 및 학술협력 등을 통해 2035년 그리고 2049년 두 확인점을 목표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