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한국형 SLBM, 게임체인저의 등장

최종수정 2022.09.26 15:17 기사입력 2021.09.18 06:44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산안창호함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현무4-4의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7번째 SLBM 개발국이 된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초의 SLBM은 1961년 미국이 개발한 폴라리스(북극성)다. 미국을 비꼬기 위해 6번째 SLBM 개발국인 북한도 미사일 이름을 ‘북극성’으로 지은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71년에 소련이 SLBM을 개발한 후 중국·프랑스·인도·북한의 순서로 SLBM을 개발했다. 핵보유국인 영국은 SLBM을 개발하지 않고 그들의 전략핵잠수함인 ‘뱅가드급’에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트라이던트2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선행 SLBM 개발국과 다른 점은 핵미사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현무4-4는 마하7의 빠른 속도로 500km를 날아가 지하 시설 깊은 곳까지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벙커버스터 능력이 있다. 현무4-4는 핵무기가 아니라서 전쟁을 한방에 종결시킬 수는 없지만, 반대로 정치적 논란이 될 핵무기가 아니기 때문에 실전에서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비핵국가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할 부분임과 동시에, 지하에 많은 전략무기와 지휘 시설을 감춰 둔 북한에게 강력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특이한 점은 핵추진잠수함이 아닌 재래식 동력 잠수함에 탄도미사일을 장착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잠수함이 순항미사일은 발사할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재래식잠수함에 SLBM을 탑재했던 예는 있다. 바로 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이다. 이 골프급에 탑재했던 SLBM인 R27이 북한의 무수단미사일의 원형이다. 하지만 골프급은 최소 하루에 한번 이상 수상으로 부상하여 엔진을 가동해 추진용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따라서 적에게 노출될 확률이 너무 높아서 미국이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도산안창호급은 공기불요시스템인 AIP 시스템을 탑재하여 3주간이나 부상하지 않고 작전할 수 있다. 나아가 4번함부터는 기존 납축전지보다 효율이 2배가 넘는 리튬이온배터리 기반의 AIP 시스템을 탑재하기 때문에, 무려 20일 이상을 부상하지 않고 수중작전을 할 수 있으며 SLBM 숫자도 6발에서 10발로 늘인다. 가히 침묵의 암살자이자 최강의 히든펀치라 할 만하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저명한 잠수함전문가 ‘H·I 서튼’은 9월7일 ‘Naval News’ 기고를 통해 한국의 도산안창호급을 ‘잠수함 능력의 새로운 여명을 예고한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비슷한 덩치의 최신 잠수함 중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위안급’이나 러시아의 ‘라다급’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의 ‘스콜펜급’이나 일본의 ‘토류함’ 등도 타격력에서 비교 불가다. 당연히 해외수출시장의 전망도 밝다. 인도의 6척, 7조원 규모 차세대잠수함사업에서 독보적 선두에 있다고 현지 언론은 평가한다.


1992년 독일로부터 1200톤 209급 잠수함 건조기술을 배워 와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 잠수함이 선생인 독일을 물리치고 인도네시아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30년도 안되어 전인미답의 AIP 잠수함 SLBM 장착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 선생인 독일이 이제 도산안창호급에 위협을 느껴 자사 212형 잠수함의 크기를 키워 수직발사관을 채택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정도다.


이제 다음 단계는 바로 핵추진잠수함 건조다. 한미원자력협정 등 해결해야 할 정치적 요소도 있지만,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난관을 뚫고 당당히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성공하여 비핵보유국으로서는 최초의 핵추진잠수함의 SLBM 장착이라는 신기원을 이뤄주길 기대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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