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 기고]SW기술 활용하면 국방비 아낄 수 있다

최종수정 2022.09.26 15:17 기사입력 2021.09.04 07:00



[이성남 전 방사청 획득기반과장(예, 공군 대령)]미국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60년대 개발된 F-4 전투기 기능의 약 8%가 소프트웨어(SW)로 구현되었으나, 80년대 개발된 F-16은 45% 그리고 최신예 F-35는 90%다. 이는 첨단무기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준다.


미국 통계기관 VDC(Venture Development Corporation)는 군사/항공분야 개발비 중 SW개발비가 ‘02년 39.7%에서 ‘07년 51.4%로 증가했다고 했다. 그간의 무기체계 SW 발전추세를 보면 현재 이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 공군(SW기술지원센터)은 무기체계 수명주기(운영-폐기) 비용의 60-90%가 SW후속지원 비용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비용절감을 위해 현재 3개 SW지원조직(4,300여명)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기체계 변화에 발맞춰 대비가 필요한데 우리 군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조기경보통제기, F-35, F-15K, KF-16, 고고도 무인정찰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SW가 내장된 무기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SW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첨단무기를 계속 확보할 예정이다.


그런데 첨단무기일수록 전력운영비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가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지 않는 한 방위력개선비 부족으로 전력증강에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방비는 전력운영비(급여, 무기 운영유지 등)와 방위력개선비(무기개발, 구매 등)로 구성되는데, 만일 전력운영비 비율이 증가하면 그만큼 방위력개선비 비율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21년 국방비 약 53조원 중 방위력개선비는 약 17조원(32%)인 반면, 전력운영비는 약 36조원(68%)으로 2/3이상을 차지한다.


국방부는 출산율 감소로 병력부족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무기 현대화를 통해 해결한다고 하지만 막대한 예산확보도 쉽지 않고, 현대화를 할수록 전력운영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국방환경 속에서 공군의 성공사례를 통해 전력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공군은 미국에서 KF-16 구매 시 절충교역(구매비용의 50%를 기술이전 해주는 제도)으로 전투기 SW기술을 이전받아 ‘항공SW지원소’를 창설(‘97년)해 지금까지 35회 이상 KF-16, F-15K SW 업그레이드를 통해 연 평균 200여억원을 절감했다.


대표사례로 미국이 3,500만불, 2,400만불을 요구한 정밀유도폭탄JDAM(합동직격탄)과 GBU-24 연동SW를 ‘11년, ‘04년에 각각 개발하여 수백억원 예산절감은 물론, 사거리 연장 및 정밀도를 향상시켜 전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미국이 사거리 370k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JASSM)을 한국에 판매 불허했을 때, 보잉사의 연동SW 개발을 지원하여 ‘16년부터 우리 공군 F-15K가 독일제 사거리 550km TAURUS 미사일 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전력증강에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국방비 절감을 위해 지난 20여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공군 항공SW지원소를 육,해,공군 무기체계를 통합지원하는 SW전문기관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 18대 국회(국방위)에서도 3군 통합지원을 위해 “공군 항공SW지원소를 국방부 직할 무기체계 SW지원소로 격상시키는 것을 검토”할 것을 국방부에 요청하였다.


국방부, 방사청도 무기체계 SW 관리센터 설립 및 조직 발전방향 등에 관한 10여회 용역연구를 했다. 그리하여 방사청에서 추진방안을 마련한 바 있고, 국방부도 외부 전문가를 퉁해 검토(‘15년)한 적이 있었으나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검토자료에는 별도의 SW조직 신설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항공SW지원소’를 국방부나 합참조직으로 승격(가칭, 무기체계 SW 센터), 3군 무기체계를 통합지원 하는 방안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미 국방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상황에서 획기적 예산절감을 위해 ‘무기체계 SW 센터’ 운영은 빠를수록 좋다. 이곳에서 무기체계 SW 업그레이드는 물론, 절충교역으로 첨단 SW기술을 확보하여 무기 선진국의 기술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모든 기술의 핵심은 SW다. 우리 군은 SW를 단순히 기술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방전력 운영의 위협요소로 인식하여 하루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방 의사결정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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