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힘내라! 청해부대

최종수정 2022.09.26 15:18 기사입력 2021.08.20 06:26



[안영호 글로벌 국방연구포럼 수석부회장·(예)육군 중장]2009년 1월 15일, 155명이 탑승한 US에어웨이스 1549편 비행기가 새떼에 의한 엔진 파손으로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항공사고조사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기초하여 인근 공항에 정상착륙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기장(조종사) 설렌버거 3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을 고려하여 인근 공항에 정상착륙이 가능했다는 조사 결과는 당시의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 기초한 판단의 과정을 무시한 기계적 단순 복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한다.


지구 반대편에 파견되어 작전하던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의 승조원 대부분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군이 국민으로부터 큰 질타를 받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전 국민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 시기에 누구보다도 방역에 철저해야 할 군부대가 이역만리 해상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으니 군을 사랑하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당연하다. 우리 군은 국민의 질타를 가슴 깊이 새겨 방역과 사후조치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보완함으로써 다시는 동일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력투구할 때다.


사고 발생 후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관련된 사실이 진행된 과정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아쉬웠던 점이 드러난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다르게 조치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에 복기한 일의 진행 과정만을 보고 아쉬웠던 점들을 사고 원인으로 간주한다면 허드슨강 불시착 사고를 시뮬레이션 결과만으로 조종사의 잘못으로 본 항공사고조사단의 조사결과와 유사한 요소는 없을까? 이에 논란이 되었던 몇 가지 사실에 대해 최근까지 합동참모본부의 작전 책임자로 재직했던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청해부대로 파견되는 문무대왕함 승조원에게 왜 우선적으로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문무대왕함은 2021년 2월 8일 진해항을 출항하였고 국내에 백신이 도착한 것은 2월 24일, 접종 개시일은 2월 26일이었다.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정부가 정한 백신 접종 우선순위는 노인 집단시설 생활자, 만성질환자, 65세 이상 고령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었으므로 군인 접종은 6월 말로 예상되었고 실제 접종은 2개월 앞당겨진 4월 말부터 시작됐다.


일부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후에 출항하도록 시기를 조정할 수 없었느냐는 의문이 있는데 당시에는 군인의 백신 접종이 6월에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해상작전부대 교대를 4~5개월이나 연장하는 것은 고려할 수 없었다. 만약 1~2개월이라도 연장한다면 문무대왕함과 교대 예정인 함정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함정이 복귀하여 일정 기간 정비 후 국내 작전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해군 작전 전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둘째, 청해부대 임무수행 중에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UN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되는 한빛부대와 동명부대는 UN으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아 접종하지만, 청해부대는 UN 소속부대가 아니므로 자국공급의 백신을 접종할 수밖에 없다. 소말리아 해역에는 우리의 청해부대 외에도 많은 국가의 함정이 연합해군사령부 지휘하에 작전하고 있는데 그 함정들의 사정도 동일하다.


이에 국방부는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아크부대와(아랍에미레이트 주둔) 청해부대의 백신접종을 검토하면서 8월에 복귀예정인 청해부대보다 11월에 복귀예정인 아크부대의 접종을 먼저 검토했다. 주둔 국가로부터 먼저 백신을 공급받아 접종을 하고 나중에 해당 분량의 우리나라 백신을 지급해 주는 방법으로 관계기관과 아크부대의 접종을 실무토의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은 고령자 접종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해외에서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 철저하게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젊은이들보다는 국내에 취약한 고령자와 의료진의 백신 접종이 우선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해상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있어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되는 청해부대 백신 접종은 더욱 고려대상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유증상자가 발견된 후에 왜 즉시 보고되지 않고 지연 보고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6월 말에 문무대왕함이 서아프리카 기니만 해역의 항만에 정박하여 유류 적재 및 부식 등 보급품을 적재했다. 통상 함정이 2~3주간 해상작전 후에는 2~3일간 정박하면서 유류 및 보급품 적재와 함께 승조원들이 하선해 항만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곤 하지만, 작년부터는 일체의 하선 없이 함정 내에서 대기하면서 유류 및 보급품 적재 만을 실시해 왔다. 유류 및 보급품 적재는 부두와 함정을 사다리식 레일로 연결하여 유류 및 보급품을 함정으로 운반한 후 승조원들이 함정 하부의 창고로 운반한다.


이 과정에서 유류 및 보급품을 조달하는 민간업자와 접촉할 수가 있는데, 당시 관계관에 의하면 외부인원과의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함정 진입통로 입구로부터 5~6m 이격해서 접근금지 라인을 설치하여 외부인원의 접근을 통제한 상태에서 작업했다. 또한 보급품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것에 대비하여 방호복을 착용한 승조원이 부두에서 방역제를 뿌려 1차 방역을 실시하고 함상으로 옮겨 2차 방역을 실시한 후 창고로 옮겼다. 수일 후 함상에도 올라가지 않고 함정 하부 창고에서 식료품 운반작업만을 했던 조리병이 증세가 나타나자 주위에서는 함정 근무 간에 가끔 발생하는 감기몸살로 인식했다.


이튿날 조리실에서 추가로 동일증세가 나타날 때까지도 코로나로는 생각하지 못하고 감기로만 생각하여 군의관이 처방하다가 2~3일 뒤 조리병과 같은 생활관 인원이 추가로 감기 증세를 보이자 심상치 않게 여기고 간이코로나검사킷트로 검사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승조원들은 출항 이후 한 번도 하선하지 않았고 유류 및 보급품 적재 때도 함 외부인원과 일체의 접촉이 없었으며 보급품 소독과 마스크 착용 등 제반 방역대책을 철저히 강구했으므로 그때까지도 코로나 감염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다른 격실에서도 동일증세가 나오자 심각하게 여겨 상부에 보고하고 PCR검사를 의뢰했으나 밀폐된 함정 특성상 내부 공기순환으로 인해 대부분에게 감염병이 전파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상은 필자가 군 관계자로부터 의견을 듣고 정리한 것이다. 코로나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이해는 가지만 아무리 경미한 증세가 나타났더라도 처음부터 코로나로 의심하여 적극적으로 조치했어야 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넷째, 적시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외국 함정에 비해 청해부대의 감염률이 높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외국 함정의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 미국 항모 루스벨트호가 4,800명의 승조원 중에 900여명, 영국 항모 퀸엘리자베스호가 1,400명의 증조원 중에 100여명, 프랑스 항모 샤를드골호가 1,500명의 승조원 중에 550여명 수준이었다.


항모 외 전투함정의 집단감염 사례는 그보다 훨씬 경미했는데 이는 발견 즉시 회항하거나 인근 항만으로 상륙하여 대규모 감염으로 악화되기 전에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모전단은 원해작전을 수행하여 장기간 해상에 체류하므로 대규모 감염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당시 청해부대도 아프리카 서쪽의 기니만에서 작전을 위해 항해 중이었는데 확진자를 인식했을 때는 인근에 대형선박 정박시설을 갖춘 항만이 없었으므로 장기간 해상에서 체류할 수밖에 없는 등 외국의 항공모함 집단감염 사례와 비슷한 작전환경이었다.


외국 항모에 비해 우리 청해부대 감염율이 높은 이유는 함 내의 의료체계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모전단은 함 내에 병원급 수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갖추고 수십 개의 입원 병실도 운용한다. 최소한의 군의관과 의무요원만 편승하는 문무대왕함의 의료진과는 비교할 수 없다.


또한 함 내부 공기순환체계도 상이하다. 4천여 톤의 구축함은 모든 격실의 공기순환이 단일 통로로 이루어지므로 감염병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10만여 톤의 항공모함의 공기순환체계와는 다르다.


거기에 작전적 요구에 따라 함 수용인원이 늘어난 것도 감염병 확산에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구축함이 청해부대로 파병될 때는 기본 승조원에 원해작전에 필요한 인원이 상당수 증원되어 격실에 여유가 전혀 없다.


모 일간지의 ‘피가래 토하며 버텨, 국가가 우릴 버렸다’ 제하의 기사에는 ‘코로나가 퍼진 (문무대왕함 안) 상황은 지옥이었고 개판이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에서 군인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등의 장문의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 마치 아비규환의 전쟁터 야전병원을 연상시킨다. 모두 한 사람의 제보에 기초해 쓰여진 기사다.


당시의 상황이 실제로 그러했는지를 확인하고자 필자가 다수의 경로로 확인한 결과 함 내는 확진자가 발생한 후에도 대체로 안정적이었고 무증상자에 의해 질서있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당시 군의관은 한 명이 기침을 많이 하여 기관지 상처로 인해 침에 약간의 피가 섞인 적인 있었는데 이를 ‘피가래’라고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으며, 다른 승조원도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으나 보지는 못했다고 증언하였다. 모두가 함 내 상황이 ‘지옥 같았다’고 표현한 것은 터무니없이 과장되었다고 분개하였다. 그렇다고 이 기사 내용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보한 인원은 분명히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문제는 한 사람의 생각으로 전체를 평가한 ‘과잉 일반화’에 있다.


일부에서 ‘부대원이 함을 버리고 복귀했다’라고 표현한 것은 청해부대원의 가슴에 두 번 못 박는 일이다. 승조원은 함정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어떤 경우에도 함정을 버리지 않는다. 항공편으로 복귀 방침이 결정되었을 때도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약한 승조원이 남아 함과 함께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대체 투입되는 승조원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선을 결심했다고 한다.


문무대왕함 부대원은 청해부대 임무를 완수하였다. 임무를 완수하였으니 작전에 성공한 것이다. 임무수행 중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 감염은 작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전장마찰의 일부였다. 코로나 확진 이후에도 질서정연하게 임무를 수행했으니 전장마찰도 극복한 것이다. 문무대왕함 부대원은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


프로기사가 대국을 할 때 한수 한수를 심사숙고해서 바둑을 둔다. 대국이 끝나고 패했을 때 복기를 하면 어느 수가 악수였는지 드러난다. 패배의 원인이 된 악수는 대국이 진행될 때가 아니라 대국이 끝나야 알 수 있다. 대국이 진행될 때 그 수가 악수인지 알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의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도 그렇게 볼 수 없을까?


그렇다고 해서 청해부대 지휘부나 국방부, 합참의 관련 부서에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방역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뚫릴 수 있다는 가정하에 좁은 함상 근무의 특성상 한번 뚫리면 순식간에 전파된다는 예상을 사전에 했어야 했고 그에 대한 대책도 강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군 지휘부의 나태나 무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군은 국민의 소중한 자제를 구성원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집단이다. 국민의 소중한 자제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군의 일원이 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부름에 의해 군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래서 군은 국민의 자제를 보살피는 일에 아무리 노력해도 지나침이 없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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