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도산안창호함의 의미

최종수정 2022.09.26 15:18 기사입력 2021.08.14 09:00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교수]2021년 8월13일 거제도 대우조선해양부두에서는 국산 1호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해군으로 인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2008년 1월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간 컨소시엄과 기본설계 계약 후 13년 만에 세계 12 번째 잠수함 독자건조성공의 쾌거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방위사업청은 당시 부족한 기술력을 극복하기 위하여 세계 1, 2위 조선소라는 평판을 유지하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였다. 양사에서 설계인력 50명씩을 파견 받아 설계조직을 구성 후 부산의 모 지역에서 기본설계를 시작했다. 잠수함건조 선진국에서는 한 회사가 설계인력을 200-300명 정도 유지하는 게 정상인데 당시 양사에서 파견한 설계인력이 고작 100명 정도였으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기술인력 부족의 난관을 극복하고 4년 만에 기본설계를 마쳤으나 사업관리상 상세설계와 함건조는 양사가 다시 경쟁 입찰하게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상세설계와 함건조는 대우조선해양이 단독으로 추진하여 13년 만에 건조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12 번째 잠수함 독자건조국가가 됐다.


◆코로나 등 악재에도 인도지연 길지 않아= 도산안창호함은 당초 작년12월 15일에 인도예정이었으나 8개월 정도 지연되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52시간 근무, 코로나-19등으로 인력투입이 원활하지 못한 점과 어뢰 기만기 발사장치의 시험평가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진행되기 전까지 함 건조공정을 지켜보던 잠수함건조 경쟁국들의 기술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치밀한 설계 및 공정관리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주 52시간 근무, 코로나-19등 천재지변에 가까운 이유로 8개월 지연된 것은 납기를 어겼다고 평가할 수 없으며 시험평가를 마쳤다는 것은 대부분의 성능을 충족시켰다는 의미다.


잠수함 건조에 있어 베테랑 격인 영국도 업홀더급 디젤 잠수함 건조 시 장비 성능 미달로 건조 공정이 7년이나 지연됐으며, 아스튜트급 핵잠수함은 5년이나 인도가 지연되었고 사업비는 무려 2조원(13억 5천만 파운드)가량 증가됐다. 호주는 콜린즈급 건조 시 장비성능미달, 시운전평가 지연 등으로 함인도가 4년 지연됐고 사업비도 8천억원(10억불)이상 증가됐다. 스페인이 건조중인 S-80 잠수함은 1998년에 건조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중대한 결함사항을 수정하지 못해 23년간 표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업비가 2조 3천 억 원이나 추가됐다. 이에 비해 도산 안창호함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 코로나-19 등의 사유와 어뢰 기만기 발사장치 시험평가지연으로 약 8개월 정도 인도가 지연되었는데 이는 근래 찾아보기 힘든 세계적인 모범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


▶탑재장비 31종 개발 성공= 우수한 잠수함의 상징은 “더 깊이 더 조용히 더 강력하게‘를 구현할 수 있는 성능이다. 우선 더 깊이 잠항하기 위하여 포항제철에서는 압력선체 제작에 HY-100강을 사용하여 디젤잠수함 최고수준인 400미터 이상 잠항할 수 있게 됐다. 더 조용한 성능을 위하여 화승RNA사에서는 국내최초로 음향 무반향코팅제를 개발함으로써 잠수함 방사소음의 크기를 크게 줄였으며 전체 방사소음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인 독일의 214급 잠수함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더 강력한 공격능력향상을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수직발사관 6문을 제작하여 설치했고, 수직발사관을 이용해 발사되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은 ㈜한화에서 개발하여 탑재 예정이다. 또한 주식회사 범한 퓨얼셀은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공기불요추진체계인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을 개발해 스노클을 하지 않고 3주 이상 작전할 수 있도록 수중작전기간을 향상시켰다. 이렇게 향상된 성능을 이용하여 적을 먼저 찾아서 먼저 쏠 수 있는 전투능력도 향상되었는데, 이는 ADD, LIG넥스원, 한화 시스템 등이 공동으로 전투체계와 소나체계를 개발함으로써 가능했다.


이 외에도 수중에서 정확한 위치를 산출하고 오차 없이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기점판(주,대양전기)과 관성항법장비(주,한화시스템), 잠수함의 추진력을 제공하는 추진전동기(주,효성)와 충전발전기(주,현대중공업), 수중에서 3차원기동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통합플랫폼관리체계(주,KTE), 잠수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잠망경을 작동하는 통합 양강마스트(주,금하네이벌텍) 등도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독자개발에 성공했다.


◆국산화율 76%달성, 핵 잠수함건조기반 구축은 경이적인 성과= 도산안창호함의 국산화율은 76%정도로 전시에 해외로부터 부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는 난제도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장비, 부품 국산화는 실질적인 자주국방실현의 출발점이며 수출활로 개척의 청신호다.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수출을 할 때만 해도 조선소 직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던 이유는 수출잠수함에 들어가는 장비, 부품의 상당부분을 수입하여 탑재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발한 장비가 아니면 수출해도 돈이 안된다는 말이다. 처음으로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면서 국산화율 76%를 달성했다는 것은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경이적인 성과다. 이러한 모든 장비 개발 시 공정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에서 3번째이며, 국내 최초로 육상 시험소인 LBTS(Land Based Test Site)를 이용했다. 그 결과 금번 31개 주요장비를 계획 기간 내 개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핵잠수함 건조기반도 구축하게 되었다는 평가다.


◆핵추진잠수함건조 도전= 이렇게 성능이 우수한 디젤 잠수함을 개발하였지만 우리의 도전은 여기서 멈출수 없다.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여 SLBM 탑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등 해군력 증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핵추진 잠수함건조를 서둘러야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정치, 경제,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무기체계이지만 그만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이제 디젤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한국은 다시금 국가 기술력을 총결집하여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도전해야 한다.


◆남은 과제= 안창호함 건조 초기에는 잠수함설계 인력부족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으며 상세설계 입찰 시는 조선소간 과다 경쟁으로 폐해가 심했다. 이를 교훈삼아 우리도 일본처럼 2개조선소에서 교호로 건조하는 물량배분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잠수함인력/시설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싼 잠수함을 잘 만들어 놓고도 주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부 장비의 시험평가지연으로 장기간 인도가 지연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시험평가 기준과 제도를 개선해야한다. 주 성능에 영향이 없는 장비는 과거와 같이 조건부 인도 등 우수한 제도 도입을 재검토해야한다. 정부는 함인도가 수개월 지연돼도 지체상금만 부과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지체상금도 엄연한 국민들의 세금이다. 도산 안창호함 계약 당시에는 ‘성실한 연구개발수행의 인정’ 제도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 제도를 만들어 개발에 실패한 기업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성실한 연구개발수행의 인정제도의 소급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하여 정부방침에 따라 국방사업에 적극 참여해준 기업들의 헌신에도 보답해야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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