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한국형 전투기 경쟁자 나왔다

최종수정 2022.09.26 15:20 기사입력 2021.06.12 07:00

터키 TF-X, 한국과 공동개발 불발로 독자개발… 2029년부터 실전 배치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지난 4월, 국산전투기인 KF-21 보라매 출고가 세계 방산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전투기라고는 단 한번도 개발해 본 적이 없는 한국이 초음속 전투기를 선뜻 선보였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고등훈련기에 이어 전투기까지 선보였으니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KF-21을 높이 평가하는 전망도 이어졌다. 세계적인 뉴스전문채널인 미국의 CNN은 “한국이 KF-21을 선보이면서 초음속 전투기 제작 엘리트 그룹에 합류했다”면서 “상당한 수출잠재력을 가졌다”고 논평했다. 항공우주 분석기업인 미국의 틸 그룹도 “한국이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가장 유연하고 적절한 전투기 중 하나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방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전투기가 하나 있다. 우리의 형제국이라고 불리는 터키의 TF-X(Turkish Fighter-Experimental) 전투기다. KF-21과 비슷하게 생긴 외형에다, 전투기를 처음 개발하는 항공산업 수준, 그리고 전력화 착수 시기도 3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판에 박은 듯 비슷한 구석이 많다. 세계 방산업계가 KF-21과 TF-X를 함께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과 공동개발 불발로 독자 행보= 2011년에 TF-X 개발에 착수한 터키는 ‘터키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23년에 실전 배치하는 게 목표였다. 때마침 KF-X를 추진 중이던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공동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양국은 2009년부터 전투기 공동개발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2년 실무협상팀을 터키에 파견하는 등 공동개발을 놓고 심도있는 논의도 진행했다.


당시 터키가 한국과 손을 잡은 데는 공동개발을 통해 신형 전투기를 확보하고, 절충교역으로 T-129 공격헬기 등 자국의 방산제품을 한국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업비를 분담함으로써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12년, KF-X 개발을 놓고 진행된 타당성 연구결과가 국내기술 부족과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등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결국 터키는 2013년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 공동개발에서 손을 뗐다. 이후 2017년 해외협력업체로 유로파이터 전투기 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 영국의 BAE 시스템스와 공식적으로 손을 잡았다.






▲5세대 전투기로 개발= 독자개발 노선을 선택한 터키는 현재 TF-X를 5세대 전투기로 개발하고 있다. 4.5세대급인 KF-21에 비해 높은 세대의 전투기다. 알려진 것처럼 5세대 전투기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투기들 가운데 가장 고성능을 갖춘 전투기로 현재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소수의 국가들만이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한 상태다. 그만큼 개발도 까다롭다는 얘기다.


당초 터키는 미국으로부터 5세대 전투기인 F-35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S-400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하면서 현재 F-35 도입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한때 F-35 주요 구성품을 생산할 만큼 F-35 프로그램에서 주요 파트너였지만, 현재는 프로그램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다. 최근 터키가 TF-X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더욱 매진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까지 공개된 TF-X의 제원을 보면 TF-X가 KF-21보다 조금 더 크다. 실제로 항공기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길이와 날개폭을 보면, KF-21이 각각 16.9미터와 11.2미터인데 비해 TF-X는 19미터와 12미터다. 이는 오늘날 세계 최강 전투기로 손꼽히는 F-22와 유사한 크기다.


구체적인 성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신 터키 현지 보도 등을 종합하면, TF-X는 KF-21과 같이 2대의 엔진이 탑재되는 쌍발 전투기다. 여기에 레이다반사면적을 줄이는 스텔스 형상과 내부무장창, 표적 탐지능력이 뛰어난 능동전자식주사배열(AESA) 레이다, 조종사의 상황인식 능력을 높여주는 센서 융합과 첨단 항공전자장비, 그리고 무인기와 함께 작전할 수 있는 유무인복합운용 기능 등 5세대 전투기의 주요 특성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현재 6천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TF-X 개발에서 현재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엔진이다. 터키는 영국의 롤스로이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해외 엔진제작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자국산 전투기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술이전, 기술유출 등 여러 문제를 놓고 이들 해외업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현재 발목이 묶인 상태다. 만약 적합한 엔진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다면 전력화 일정이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F-21의 새로운 경쟁자= 계획대로라면 TF-X는 오는 2025년 첫 비행을 실시한 뒤 2029년부터 100~150대가 전력화된다. 2026년부터 전력화될 KF-21과 비교하면 3년가량 늦은 일정이다. 또한 가격은 제작사인 터키항공우주산업(TAI)이 1억 달러(약 1,115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8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KF-21 가격보다 약 315억 원이 더 비싸다.


현재로서는 세대가 다르고 일정이나 가격도 다른 전투기이지만, 향후 세계 전투기 시장 진출을 노리는 KF-21 전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사실 두고 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경쟁이 치열한 전투기 시장에서 이러한 변수에 대한 치밀한 대응은 필수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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