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 기고]돈 대신 받은 러시아 ‘T-80U’ 전차

최종수정 2021.05.24 14:42 기사입력 2021.05.22 09:00

[디펜스 기고]돈 대신 받은 러시아 ‘T-80U’ 전차


[김대영 군사평론가] 지난 1983년 소련은 미국 및 나토(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최신형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T-80U 전차를 개발한다. T-80U 전차는 1985년 소련군에 채택되었으며 현재 개발국인 러시아 그리고 우리나라와 키프로스가 대표적인 운용국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1996년 9월부터 T-80U 전차를 도입하기 시작한다.


T-80U 전차는 불곰사업을 통해 들여왔다. 지난 1991년 우리 정부는 소련에 14억 7000만 달러의 경협차관을 제공한다. 애초 30억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소련이 갑작스레 붕괴되면서 절반 정도만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소련의 채무를 승계한 러시아는 경제사정이 안 좋았고 결국 원리금과 이자 상환액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1995년 7월 우리나라와 러시아 사이에 현금상환을 대신할 현물상환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원자재, 헬기, 방위산업물자 등을 연차적으로 상환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방위산업물자 도입사업이 불곰사업이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T-80U는 당시 공장에서 막 출고된 전차로, 특히 1250마력의 신형 클리모프 GTD-1250 가스터빈 엔진이 탑재된 최신형 모델이었다. 총 30여대가 도입된 T-80U 전차는, ‘적성장비’ 즉 적의 무기체계를 연구하기 위해 들여온 교육용 전차였다. 그러나 육군은 이후 T-80U 전차를 정식장비로 채택했고, 지금은 일선부대에서 전투용으로 사용 중이다. 육군의 T-80U 전차는 적성장비를 군의 정식장비로 채택한 사례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자동장전장치를 사용하는 T-80U 전차는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전차포에서 발사가 가능한 대전차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전차로는 특이하게도 항공기에 주로 사용되는 가스터빈 엔진이 장착되었다. 가스터빈 엔진은 전차에 주로 사용되는 디젤 엔진에 비해, 경량이면서 저온에서의 시동성이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러시아군도 추운 지방에 배치된 부대가 T-80U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 가스터빈 엔진은 구조가 간단하고 정비보수가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디젤엔진에 비해 소음도 적다.


그러나 생산비가 높고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T-80U 전차는 도로에서 최대 시속 70km로 주행이 가능하다. 육군에 배치된 T-80U 전차는 많은 군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105mm 전차포 위주였던 육군의 전차와 달리, T-80U 전차에 장착된 125mm 주포는 강력한 위력을 선보였다. 또한 자동장전장치와 포 발사 대전차 미사일 등은 당시 육군에서 운용 중이던 전차와는 차별화된 성능을 자랑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T-80U 전차를 추가로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반대와 피아식별 즉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된다. 하지만 T-80U 전차의 장점들은 육군의 K2 전차 개발에 반영된다. 특히 K2 전차에는 핵전쟁 시 전투를 고려해 방사능을 차단하는 중성자 차폐 라이너가 사용되었는데, 이 기술이 T-80U 전차에서 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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