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보라매’… 앞으로 일정은

최종수정 2022.09.26 15:21 기사입력 2021.05.01 07:00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지난 4월 9일, 한국형전투기가 ‘KF-21 보라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마침내 출고됐다. 2001년 3월 20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최신예 국산전투기 개발을 처음 천명한 지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기념사를 통해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은 첨단 국산 전투기 개발의 비전을 제시했다”면서 “핵심기술의 이전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우리 기술력만으로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많았지만 우리 개발진은 의심과 불안을 확신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냈다”고 평가했다.


▲숱한 논란 끝에 시제기 출고= 20년이라는 시간만큼 KF-X 개발은 숱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우선 KF-X 획득방안을 놓고 진행된 타당성 연구결과가 들쑥날쑥하면서 사업추진이 갈팡질팡했다. 실제로 국내 개발을 놓고 건국대는 긍정적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내놨다.


특히 2012년에는 건국대가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라 2013년부터 체계개발이 추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2년 기획재정부가 국방연구원에 의뢰한 타당성 연구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타당성 조사를 위한 45억 원을 제외한 체계개발 사업비 전액이 삭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사업방향이 오락가락하면서 전력공백에 대한 공군의 절박감은 계속 커져만 갔다. 급기야 공군은 2013년 1월, 입장자료를 통해 “직구매든 국내 개발이든 요구성능을 충족하는 전투기를 제때 도입해 전력공백 없이 영공수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면 된다”면서 “올해 상반기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획득방식이 확정돼야만 한다”며 이례적으로 공식입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 이전이 불발된 것도 한바탕 논란이 됐다. 당초 정부는 F-35A 40대를 약 7조 3,400억 원에 들여오기로 하면서 레이다, 비행제어, 항공전자, 무장 등 관련 기술 25건을 이전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15년 4월, 미 정부는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25건 중 능동전자위상배열(AESA) 레이다,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표적추적장비(EO TGP), 그리고 전자파방해장비(RF Jammer) 등 4개 핵심장비에 대한 체계통합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미 정부의 이러한 핵심기술 이전 거부가 알려지면서 KF-X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에 대해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국내기술 수준, 유사 장비 개발 경험 등을 활용해 4개 핵심장비에 대한 개발과 체계통합을 국내 개발로 우선 추진하고, 필요할 때 해외기술협력을 통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후 방위사업청은 2017년 6월, AESA 레이다 개발상황에 대한 1차 점검을 실시하고, 지속적인 국내 개발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이어, 2018년 4월에는 AESA 레이다를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엔진 수를 놓고도 논란이 있었다. 엔진 수는 형상 결정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당시 단발엔진형인 C-501과 쌍발엔진형인 C-103을 놓고 의견이 팽팽했다. 특히 성능 측면에서 C-103을 선호하는 입장과 경제성 측면에서 C-501을 선호하는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결국 엔진 수에 대한 논란은 2014년 7월 18일, 합동참모본부가 성능 및 확장성, 주변국 전투기 발전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쌍발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일단락이 됐다. 이 결정에 따라 KF-X 기본형상도 쌍발엔진형인 C-103으로 확정됐다. 이후 실제 탑재될 엔진은 GE 에비에이션의 F414-GE-400 엔진과 유로제트의 EJ200이 경쟁한 결과, 2016년 5월 F414-GE-400 엔진이 최종 선정됐다.


KF-X 사업은 그 외에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과 KAI가 체계개발사업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후 2018년 6월 체계기본설계검토(PDR), 2019년 9월 체계상세설계검토(CDR), 그리고 2020년 9월 시제1호기에 대한 최종조립에 착수해 지난 4월 9일 출고식을 가졌다.





▲시제기 출고는 새로운 출발선= 이처럼 여러 난관을 거쳐 출고된 시제기는 사실 결과라기보다 새로운 출발선에 더 가깝다. 설계된 대로 성능이 나오는지, 군이 운용하기에 적합한지 등을 각종 시험을 통해 꼼꼼히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보완해 나가는 고된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장 엔지니어들도 출고까지도 힘든 과정이지만, 시험평가가 더욱 어려운 과정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예컨대 F-35A의 경우도 첫 시제기가 2006년 2월에 출고됐지만, 2016년 8월에야 소요군인 미 공군에 인도돼 기본적인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본운용능력(IOC)을 확보했다. 시험평가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이를 보완하는 데 시간이 걸린 탓이다. 한 마디로 첫 출고에서 실전에 배치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현재 유럽에서 주력 전투기로 운용되고 있는 유로파이터 타이푼도 1994년 3월에 시제기가 첫 비행을 실시했지만, 2003년 8월부터 운용되기 시작해 첫 비행에서 첫 운용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는 출고된 시제기가 실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전투기로 다듬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 보여주는 흔한 사례다. 시제기 출고를 두고 ‘새로운 출발선’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산 항공기 개발과정을 보면 시제기 출고를 ‘완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출고 후 시험평가 과정에서 조금의 문제라도 발견되면 냉혹한 비판이 뒤따른다. 완성된 항공기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니 ‘잘못’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특히 항공기 개발과정에서 흔한 ‘문제 발견’을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날 선 비판은 개발에 참여 중인 엔지니어들에게 냉혹한 비수가 되곤 한다. 이는 현장 엔지니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제 우리나라는 KT-1 기본훈련기를 비롯해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소형 무장/민수 헬기 등 자국산 항공기 개발국이자 수출국이다. 그런 만큼 항공기 개발과정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국민으로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냉철한 감시도 필요하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국산전투기 개발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냉혹한 비수보다 응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