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방불케 하는 미·러 요격전

최종수정 2022.09.26 15:24 기사입력 2021.03.13 08:00

미·러 마주하고 있는 북극해 등에서 공중 신경전 수위 높여
러시아는 최다 규모 출동·미국은 F-22 등 최신예기종 대기

러시아 Tu-142를 요격 중인 미 공군 F-22 전투기(NOR

미 공군 B-52 폭격기를 위협 중인 러시아 Su-27 전투기(USAFE)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북극해역의 추크치해와 보퍼트해, 유럽의 흑해와 발트해. 최근 이곳 하늘이 미국과 러시아 간의 요격전으로 뜨겁다. 최근 양국 군용기들이 러시아와 접한 이들 해역 상공에서 교전이 가능한 상태로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냉전을 방불케 하는 일촉즉발의 상태다.


▲잦아진 미·러 항공기 간 요격전= 냉전체제가 막을 내린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현재 러시아와 인접한 하늘은 사실상 냉전 상태나 다름없다.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가 미국과 러시아가 마주하고 있는 북극해와 알류산 열도.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의 Tu-142 해상초계기를 비롯해 IL-38 대잠전기, Tu-95 폭격기, Su-35 전투기,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이 12차례 이상 알류산 열도와 알래스카방공식별구역(Alaskan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을 침범해 미 공군 전투기 등이 긴급출격하는 상황이 잇따랐다. 이는 최근 수년간 최다 규모였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26일, 러시아의 Tu-142 해상초계기 2대가 알래스카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등 북극해 하늘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Su-35 전투기를 비롯해 Tu-95 폭격기, A-50 공중조기경보기, 그리고 IL-38 대잠전기 등 공격능력을 갖춘 항공기 등을 투입해 신경전 수위도 높아진 상태다.


긴장 상태가 높아진 만큼 알래스카에 위치한 엘멘도르프-리처드슨 미 공군기지에도 비상출격명령을 기다리는 F-22 조종사들이 항상 대기 상태다. 북미 대륙 상공을 감시하고 있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장거리 레이더에 미식별 항공기가 탐지되면, 다양한 분석을 통해 곧바로 경보가 울리고, 조종사들은 곧장 전투기로 달려가 이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러시아의 도발이 잦아지면서 알래스카에 주둔 중인 미 공군 F-22 전투기의 긴급출격도 따라 늘었다. 미 공군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엘멘도르프-리처드슨 기지에서 비상대기임무를 하고 있는 F-22 비행단의 월평균 출격횟수는 523회.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비상대기임무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인 81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북극해역 상공에 대한 요격임무는 미 공군뿐만 아니라 캐나다 공군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가 미국과 캐나다 공군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국적 연합항공사령부로 창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 공군도 CF-18 전투기 등을 요격임무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 요격전은 동유럽과 인접한 흑해 상공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28일에는 양국 항공기들이 충돌할 뻔한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미 공군에 따르면 이날 미 공군 B-52 폭격기들이 나토(NATO) 회원국과 실시한 ‘얼라이드 스카이(Allied Sky)’ 임무의 일환으로 동유럽을 통과하는 장거리 비행을 실시하던 중 흑해 공해상에서 러시아의 Su-27 전투기 2대로부터 위협을 당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Su-27 전투기들이 B-52 폭격기의 옆으로 접근한 후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면서 B-52 앞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로질렀다. 이러한 Su-27 전투기의 위험천만한 기동에 B-52 조종석에 있던 사진병이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야 했을 정도였다. 특히 Su-27 전투기가 최대 출력 상태에서 B-52로부터 약 30m 거리를 두고 가로지르면서 강한 난류가 발생했고, 이 난류로 B-52가 크게 흔들렸다.


▲관심지역에 대한 기싸움= 이러한 양국 간 요격전 배경에 대해 미 공군은 러시아의 북극해역에 대한 관심과 유럽지역에 대한 견제를 꼽았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작전차장인 데이비드 J. 메이어 소장은 최근 미 공군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요격상황들은 모두 북극해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극해역에 대한 관심은 비단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극해역에 인접한 모든 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흑해 등 유럽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양국 간 요격상황은 이 지역에 대한 양국 간 존재감 과시가 그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미공군사령관인 제프리 L. 해리지안 대장은 러시아 Su-27 전투기가 B-52 폭격기를 위협한 직후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앞으로도 미국이 작전하는 흑해 공해상을 감시하고, 전투기를 자주 출격시켜 그들의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라면서 “이는 모두 경쟁이며, (이번 B-52 동유럽 장거리 비행도)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