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관·도급 분류 이대로 좋은가

최종수정 2021.02.27 11:00 기사입력 2021.02.27 11:00

정원 변호사(사진 왼쪽)와 조희태 변호사 정원 변호사(사진 왼쪽)와 조희태 변호사


[정원·조희태 변호사]방위사업청(이하‘방사청’)은 조만간 관·도급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전술정보통신체계(TICN)의 핵심 구성품인 쉘터, 냉난방기 등에 대한 납품방식을 기존의 도급에서 관급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TICN 연구개발에서부터 3차 사업까지 관련 핵심 구성품을 일관되게 도급으로 받아 온 상황에서 4차 사업을 앞두고 갑자기 방사청이 관련 구성품 조달을 도급에서 관급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TICN 구성품을 도급에서 관급으로 변경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고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사청이 체계업체와 주장비 계약을 체결할 때는 원칙적으로 협력업체의 생산품목에 대해서도 주장비에 포함하여 계약(도급)을 체결하도록 되어 있다(방위산업에 관한 계약사무처리 시행세칙 제7조 제4항). 일괄계약이 원칙인 것이다. 현대 무기체계는 다양한 구성품의 체계통합을 통해 성능이 발휘되고 장병의 생존성과 안전에 직결되는 무기체계의 특성상 무엇보다 품질의 신뢰성이 확보되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구성품의 공급에서부터 체계종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업체가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책임 소재 공방에 정부가 휘말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괄계약의 원칙은 비단 무기체계 양산계약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 공공계약에서도 공공주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계약상대방이 하위 구성품의 공급까지 모두 책임지는 것이 정립된 원칙이다. 다만,‘공사용 자재의 직접구매 제도’와 같이 중소기업 판로지원 등 일정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관급이 허용될 뿐이다(이러한 경우에도 공사의 품질과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반면, 무기체계 양산계약 관련해서는 일괄계약 원칙과 예외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정립되지 못한 채 실적 위주의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방사청이 눈치보기식 관·도급 분류결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12년 감사원은 차기 고속정 1번함(윤영하함) 관급장비인 가스터빈 및 감속기어 등의 문제로 함정 건조 납품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자 애초에 주요구성품을 관급으로 분리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하였다. 그 이후 방사청은 위 감사원 감사결과를 의식하여 줄곧 주요 구성품을 도급으로 일괄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2018년 천궁 양산사업과 2019년 K2전차 양산 및 Batch-II/III 사업 등에 대한 감사를 통해“일괄계약을 추진함으로써 관급 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이윤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위와 같은 감사결과가 나오자 방사청은 기존의 입장을 바뀌어 웬만하면 주요 구성품을 관급으로 분리하여 계약 체결하고 있다.


문제는 감사원의 관·도급 분류 결정에 대한 감사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감사원은관·도급 분류 결정에 대해서는 양비론에 입각한 꽃놀이패 감사를 해 오고 있다. 실제 감사원은 관급으로 진행된 사업에 관급품 결함 등이 문제가 되어 전체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애초에 도급으로 진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도급으로 진행된 사업에 대해서는 관급으로 했더라면 비용절감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관급에 대해서는 도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도급에 대해서는 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무기체계 양산사업에서 일괄계약을 할 것인지 분리계약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당연히 사업추진기관으로 해당 사업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방사청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때그때 상황논리로 아님말구식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을 의식한 관·도급 분류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105밀리 곡사포 성능개량(K105A1 사업) 및 TICN 양산사업의 경우 방사청 스스로‘일괄계약’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미 일괄계약으로 진행되어 왔음에도 방사청은 갑자기 후속 사업을 분리계약으로 변경결정하거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상식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이다. 이 역시 체계업체에 대한 추가 이윤 보상을 이유로 일괄계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를 의식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초도양산 일부 물량에 대해 일괄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후속물량에 대해 분리계약으로 전환하거나(K105A1 사업), 3차 납품까지 일괄계약으로 진행되어 오던 것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4차 납품에 이르러 갑자기 분리계약으로 전환하는 것(TICN 양산사업)은 적기 전력화와 엄격한 품질보증을 포기하는 것일뿐더러 행정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실제 방사청의 일방적인 분리계약 전환 결정으로 인해 납품능력이 검증된 수 많은 협력업체들이 도산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거나 빠지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이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기존의 일괄계약을 신뢰하고 계약상 지위를 구축한 납품능력이 검증된 수많은 협력업체들을 수렁에 빠뜨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일괄계약의 경우 체계업체는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부품 등에 대한 책임까지 온전히 부담하는 대가로서 소정의 일반관리비 및 이윤 보상을 받는 것으로, 이러한 체계업체의 종합적인 관리·감독 책임은 사업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의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관급장비의 문제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했을 때 발생하게 되는 혼란과 비용 증가, 전력화 지연에 따른 안보공백 등을 고려하면, 예산절감을 목적으로 분리계약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무기체계 획득에 있어서는 우수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무기체계의 적기 전력화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TICN 4차사업 계약체결방법 결정과 관련하여 방사청이 기존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는 적극적이고 소신 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향후 합리적이고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관·도급 분류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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