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뒤집어 쓴 연구원 보고 ‘백곰미사일’ 이름 붙였다

최종수정 2021.01.09 06:00 기사입력 2021.01.09 06:00

눈 뒤집어 쓴 연구원 보고 ‘백곰미사일’ 이름 붙였다


[국방과학연구소]백곰, 현무, 천궁 등 국내에서 연구개발한 무기체계는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으며, 상징적인 이름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각 무기체계의 이름은 해당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각 소요군이나 개발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짓는 경우가 많고, 연구소에서 개발 시 처음 쓰던 사업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명명하기도 하며,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결정된다. 1970~1980년대 연구소에서는 보안을 위해 위장사업명을 무기체계의 별칭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각종 무기체계 개발이 본격화 된 1990년대부터는 보안상의 별칭 보다는 무기 특성을 고려한 상징적 이름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


▲ 연구원 모습, 수호신 등에서 영감을 얻다= 1970년대 국내 최초 개발된 지대지 미사일의 이름은 ‘백곰’이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안흥에서 작은 컨테이너를 임시 사무실로 쓰며 비행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도보로 이동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눈이 많이 오던 어느 날 연구원들이 흰 눈을 뒤집어 쓴 채 걸어가는 모습이 꼭 북극곰 같다고 해 백곰 미사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등장한 지대지 유도무기 ‘현무’는 북쪽을 지키는 수호신 현무(玄武)의 이름을 활용했다. 현무는 거북이와 뱀이 합쳐진 모습을 가진 상상 속 동물이다. 대한민국 육군이 20년 이상 주요 전쟁억지력으로 운용 중인 현무는 그 이름만큼이나 지금도 우리나라의 북방을 든든하게 지키는 무기체계로 발전을 거듭하며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 ‘활’로 지대공 유도무기에 호국정신 담아=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新弓)’은 1999년 초까지만 해도 이름이 없었다. 다만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혹은 KPSAM, 또는 휴대용과 대공 유도무기의 영문 약자를 조합한 ‘휴샘’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연구소 전 직원 대상으로 이름을 공모한 결과 신궁(新弓)이 선정됐다. 이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활’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호국무기인 활과 활쏘기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이전까지 휴대용 유도탄은 외국에서 도입했지만 앞으로는 새 활로 우리 군을 무장시키겠다는 국내 개발에 대한 굳은 의지도 담겼다. 신궁(新弓)은 시험평가 시 귀신처럼 목표물을 잘 맞힌다는 뜻에서 앞 한자어를 귀신 신(神)자로 바꿔 신궁(神弓)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운용 중인 군에서는 믿음직한 무기체계라는 뜻으로 한자어를 믿을 신(信)자로 바꿔 신궁(信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天弓)' 역시 소요군인 공군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 천궁은 미국산 '호크(HAWK)'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돼 당초 철매 Ⅱ로 불렸다. 호크미사일이 우리 공군에게는 철매로 불렸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무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철매Ⅱ로 불렸다. 그러나 훗날 공군이 명칭 개정절차에 따라 공군참모총장에게 천궁으로 개명할 것을 건의했으며, 이는 하늘이 내린 무기라는 뜻으로 ‘활처럼 날아 조국영공을 방어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 땅, 바다, 하늘을 지키는 무기체계 이름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북한에 응사할 때 쓰이며 잘 알려진 K9자주포의 이름은 '천둥'이다. 포탄이 발사될 때 천둥처럼 요란한 포성이 울린다고 해서 지어진 것으로 소요군인 육군이 직접 선택했다. K9 자주포는 이 이름을 활용해 인도에서는 힌디어로 바지라(Vajra·힌디어 ‘천둥’)라는 이름으로, 터키에는 터키어 '피르티나(Firtina·폭풍)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2006년부터 시설감시경계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견마로봇의 이름은 개 견(犬)자와, 말 마(馬)자의 한자어를 활용했다. 감시정찰 및 물자수송 등을 담당하는 견마로봇의 기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후각에 민감한 개처럼 주변을 철저히 감시 및 정찰하고, 말처럼 수송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해를 지키는 무기체계에는 함대함 미사일과 어뢰 등이 있다. 해성은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된 후 150km까지 날아가 적 군함을 격침하는 무기체계다. 국내 최초 순항 함대함 유도무기인 ‘해성(海星)’은 ‘바다의 별’이라는 뜻을 가졌다. 국내에서 차례로 자체 개발된 어뢰들은 상어 시리즈로 불린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어뢰는 ‘백상어’, 구축함 및 헬기 등에서 발사하는 경어뢰는 ‘청상어’, 로켓에 실려 적 잠수함이 배치된 바다까지 날아가 타격하는 대잠 어뢰는 ‘홍상어’다. 197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어뢰를 개발했을 때 연구소가 최초로 상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다의 킬러로 불리는 상어처럼 소리 없이 다가가 적의 잠수함이나 군함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항공분야에는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한 기본 훈련기인 KT-1이 있다. 해당 무기체계의 이름은 ‘웅비(雄飛)’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하사했다. 기운차고 용기 있게 활동한다는 뜻이다. 당시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여명’이라는 이름을 붙일 예정이었지만, 항공기 개발국 진입의 쾌거를 이뤘다는 의미가 컸기 때문에 1995년 11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웅비라는 휘호를 직접 써줬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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