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방위산업 성적표는

최종수정 2022.09.26 15:32 기사입력 2020.11.14 18:00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17일 ‘서울 ADEX’ 개막식에서 블랙이글스에 탑승한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이 날 축사에서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김민욱 월간 국방과 기술 편집장]방위사업청이 출범한 지난 2006년 방산수출액은 2억 5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 23억5000만 달러에서 2013년에는 34억 1600만 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30억 달러의 벽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2014년에는 36억 1,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2015년 35억 4,100만 달러로 30억 달러대의 수출 실적을 유지했다.


1970년대 초반 소총류를 생산하고 탄약 신관을 처음 외국에 수출하면서 환호하였던 모습에서 함정,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수출 품목이 첨단화, 다양화하고 있다. 2011년에 인도네시아에 T-50 16대, 209 잠수함 3척을, 2012년에는 조선산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으로부터 군수지원함 4척을 수주하였고, 이어서 2013년에는 노르웨이에도 군수지원함 1척을 태국에는 호위함 1척을 수출하였다. 2013년 12월에 이라크에 FA-50 24대를 수출 계약하는데 성공하였고, 2014년 4월에는 필리핀에 FA-50 12대를 수주했다.


방산수출 성장 요인으로는 한국군에 모두 전력화되어 그 우수한 성능이 이미 세계에 입증되었다는 점이 주요 요인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활동과 품질보증 및 안정적 후속 군수지원, 호혜적 방산협력 정책, 방산업체의 진취적 기업정신과 열정이 동시에 발현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방산수출액은 세계를 놓고 보면 아직은 너무나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2014년을 기준으로 놓고 봐도 세계 방산수출 1% 점유율에 불과해 튼튼한 국방력을 뒷받침하고 일자리 창출 등 국민경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방산수출의 지속적인 증진이 필요하다.


▲ 2017년 ~ 2018년, 변화의 감지= 2017년을 출발할 때 방산분야에 ‘위기’만 있고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온 국민과 국가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탄핵정국의 후폭풍이 지속되었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방산분야의 현안이 정부의 타 핵심과제에 밀리게 되어, 방위산업 종사자들의 그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방산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비우호적이었으며 모든 지표들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방산환경은 2017년 4/4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우호적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정부, 방산업체, 방산인들이 방산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방산은 국가안보의 한 축이면서 미래 성장동력 산업이라는 것을 올바로 알리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전환점은 2017년 10월 17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였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방산비리 근절을 계속 강조해 오다 ADEX 2017에서 한반도 안보위기 극복과 평화정착을 위한 첨단무기 체계의 조속한 전력화를 강조하면서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 첨단 무기 국산화는 물론 수출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하여 방산발전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또한 다음해 2018년 9월 14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건조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의 진수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국방산업진흥회의’가 열려 국방산업 관계자를 격려하고, 국방산업이 어느 정도 발전하고 있는지,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얼마나 활용이 되고 있고,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국방산업발전방안 발표를 통해, 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 전쟁의 양상과 우리 국방이 변화될 모습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프레임의 전환을 통해 경직적이고 내수 중심의 폐쇄적인 국방산업을 도전적·수출형·개방적 국방산업으로 변화시킬 것을 예고했다.


한화디펜스가 2017년 12월 20일 노르웨이와 K9 자주포 24문,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를 2020년까지 수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280문)에 최초로 수출된 이래 폴란드(120문), 핀란드(48문), 인도(100문) 등을 합해 총 500문 이상 수출 성과를 거둬 사업규모는 14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 K9 자주포는 한화디펜스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사거리 40km급의 자주포로 2000년부터 국내 실전 배치되었다. 사진은 노르웨이 수출에 앞서 현지에서 시험평가를 수행중인 K9 자주포 모습.


▲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방산 경쟁력 강화 절실=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화두로 부상하면서 향후 전 세계 산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전환기의 도래가 예상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으나, 컴퓨터, 인터넷 기반의 3차 산업혁명 시대로부터 ‘초연결 지능사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등을 통해 기존 제품의 스마트화와 플랫폼화, 서비스화로 새로운 기술·제품·시장·서비스 창출을 가능케 함으로써 산업계 전반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다양한 첨단기술들이 융·복합되어 사용됨으로써 국가 안보 및 국가 경제 성장에 새로운 원천이 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미래 산업이다. 역사적으로도 주요국은 방위산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GPS, 무인기, 로봇 등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다음, 이를 민수 분야에 파급시켜 국가 신산업 육성과 경제 성장에 활용되는 테스트베드(Test Bed)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국가경쟁력 우위요소로서 잠재력이 높은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국가안보 유지와 함께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발전전략 수립이 긴요하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무기체계의 첨단화 · 스마트화 · 융복합화 · 플랫폼화 서비스화 추세가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방위사업청 조직 전면개편, 실질적인 통합사업관리체계 구축= 방위사업청은 핵심 국정과제인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2019년 9월 17일자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개청 13년 만이다. 사업관리본부와 계약관리본부로 구분됐던 방사청 조직이 사업부서로 일원화되면서 방위력개선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담당부서의 책임을 강화했다.


이는 방위력개선사업 수의 증가와 무기체계의 첨단화에 따라, 연간 예산 15조 원에 이르는 방위력개선사업 관리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하나의 사업부에서 사업·계약을 통합 수행하기 위해 단행된 것으로 각 사업부장의 책임 아래 사업과 계약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방위력개선사업의 전 과정을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전망이다.


조직 개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1개의 사업관리본부를 방위사업 여건 변화에 부합하도록 2개의 사업본부(기반전력사업본부, 미래전력사업본부)로 확대 재편성했다. 기존 계약관리본부가 수행하던 계약업무는 사업본부 내 각 사업부에서 직접 수행하며 계약제도 등 계약관련 공통지원기능은 청 본부로 편성했다.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방위사업감독관 기능을 재편성하고, 감사관의 사업감사인력을 보강했다.


실제로 개편 후 3개월 만에 사업 수행 기간이 최대 1개월 줄어드는 사례도 나타났고, 지난해 사상 최대로 97%에 가까운 예산 집행률을 달성했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집행률이 93%인 것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변화다.


▲ 신속획득체계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신속시범획득제도’ 첫 도입= 기존 획일적이고 경직적이던 획득방식을 탈피하여 민간의 첨단기술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활용하기 위한 ‘신속시범획득제도’가 2019년 12월 도입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쟁의 패러다임이 우주와 사이버전으로 전장이 확대되고, 무인·자율화로 인한 전투수단의 다양화, 비살상·비대칭전으로 전쟁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민간의 신기술이나 우위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국방분야에 신속하게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2020년 구매 시범사업 예산으로 300억 원이 반영되었으며, 향후 획득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할 계획이다. 사업대상은 인공지능, 무인,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기술혁신 분야로 운용환경에서 성능 시연이 가능한 제품이어야 한다. 10년 이상 걸리는 일이 부지기수이던 기존의 R&D 대비 최소 5년 이상 획득 기간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新 방산원가제도로 개편, 원가절감, 기술혁신 유도= 45년간 지속된 정부의 비용관리 중심 방산원가제도를 업체의 자율적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산원가제도로 개편하는 제도개선 내용이 업체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방산원가구조 개선의 주요 골자는 45년간 이어져온 실 발생 비용 보상 원가방식을 ‘표준원가 개념 적용 방식’으로 전환하고, ’21년도에 ‘성실성 추정 원칙’ 제도를 도입해 방산원가산정 업무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복잡한 방산원가 이윤 구조 단순화, 원가업무의 합리화 및 적정원가 보상 등이 개선 방안에 포함되었으며, 방산업체 수출과 연구개발 장려를 위한 다양한 시책도 반영됐다. 이번 방산원가구조 개선은 국방부, 기획재정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들과의 유기적 협조를 통해 신속한 개정이 가능했고, 수출 확대와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내용이 대폭 반영됐다.


방위사업청은 “오랜 기간 방산업체의 성장을 방해하던 원가제도를 대폭 개편해 기술 및 경영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수출 확대 등 방위산업의 근본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 ‘방산 발전법’ 제정, 수출형 산업으로 도약하는 큰 발걸음 내딛어=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방산 발전법’)이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산 발전법’의 마련으로 기존 방위사업법에서 분리 독립해 온전히 방위산업의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방위사업청이 개청되면서 제정된 ‘방위사업법’은 방위력 개선사업의 추진 절차 및 국방과학기술의 진흥, 군수품 조달 및 품질관리 절차, 방위산업 육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위사업법’은 투명한 방위사업 수행과 방위력개선사업 업무 추진 절차에 초점이 맞추어져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와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방위산업의 특성상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지원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방위산업의 발전과 관련된 부분을 ‘방위사업법’에서 분리하고 방위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제도를 추가하여 새로운 법으로 제정했다.


이번 ‘방산 발전법’ 제정으로 방위산업이 내수 중심에서 수출형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마련되고 방위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로 자주국방의 기반 마련은 물론 무기체계의 국산화율 향상, 방산수출 증대, 국방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을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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