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비밀’ 이용한 화생보호복 나온다

최종수정 2022.09.26 15:34 기사입력 2020.11.07 08:00



[국방과학연구소]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수많은 생명체가 생겨나면서 생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인류는 자연에서 독특한 형태로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살아가는 모습을 연구하고 학습해 인간 생활에 접목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체모방(生體模倣, biomimetics)’은 생명을 뜻하는 'bios'와 모방이나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 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생체모방의 목적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나 생물체 특성의 연구와 모방을 통해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생체 모방학의 선구자인 제닌 베니어스(Janine benyus)는 생체 모방을 ‘자연이 가져다 준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자연을 모사해 인위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생체물질 합성, 지능 시스템 설계, 생체 모방 디바이스나 시스템 설계 등 많은 분야에서 생체모방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는 해당 기술을 적용해 연잎의 나노구조를 모사한 기능성 표면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초발수 표면, 어떻게 구현하나= 소재 표면의 젖음성(wettability)은 표면에너지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표면의 미세 구조를 마이크로와 나노 수준의 복합적인 구조로 제어하면 비젖음성이 극단적으로 증가해 물에 대한 표면 접촉각(contact angle)이 150°이상이 되는 초발수 표면(superhydrophobic surfaces)을 구현할 수 있다. 가장 낮은 표면에너지(액상 반발력이 높음)를 가지는 불소작용기가 처리된 표면의 경우도 물의 접촉각이 최대 120°에 불과한 반면, 나노 고차 구조를 가지는 표면에 표면에너지가 낮은 물질을 처리하면 물방울이 잘 맺히지 못하고 쉽게 굴러 떨어지는 초발수의 특성을 보이게 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초발수 표면은 자연에 존재하는 나노 구조에 착안해 개발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초발수성을 가지는 자연의 소재는 연꽃 잎, 벼 잎 등의 식물과 매미날개, 나비날개와 같은 곤충, 개코도마뱀의 발바닥, 소금쟁이 다리 등 200여 가지가 넘으며, 이들의 표면은 150도보다 높은 접촉각을 지니기 때문에 물에 대한 반발력이 심해져 물방울이 약간의 기울임에도 쉽게 굴러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 연잎 나노돌기 구조를 모방한 화생방 보호의의 비젖음 표면처리 및 보호성능 향상 연구= 화생보호의 표면은 표면에너지가 매우 낮은 액체상 화학작용제(표면에너지 약 24.5~42.5 mN/m)의 반발을 위한 발유 특성과 물(72.8 mN/m)과 함께 감염을 일으키는 생물학작용제(미생물, 바이러스 등)의 반발을 위한 발수 특성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마이크로/나노 돌기 기반의 초발수·발유 기술이 도입된 보호의는 액상으로 존재하는 고농도의 화학작용제를 일차적으로 반발해 기체상으로 보호의 내부에 침투하는 작용제의 양을 최소화 할 수 있어 보호의의 수명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생물 입자나 액상으로 존재하는 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물학작용제는 보호의 표면에서 물과 함께 반발함으로써 박테리아의 원천적 접근이 힘들어 항균 특성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매미 날개, 파래나 갈조류 같은 해조류 표면의 미세한 나노구조 패턴 등을 활용해 나노입자를 보호의 표면에 구조화해 형성할 경우, 세포막을 투과해 세포를 파괴하는 나노입자 고유의 특성과 세포벽을 찔러 박테리아를 파괴할 수 있는 항균 작용들로 미생물로부터 안전한 보호의를 개발할 수 있다.


최근 연구 사례에서는 ‘방오 (防汚, antifouling) 소재’로 나노구조 표면을 거칠게 형성하면 세포벽 파괴 반응이 산화반응에 의한 대장균 사멸 방식보다 빠르게 일어나 15분 안에 대장균을 100% 사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나노구조를 모방한 표면 반발 특성을 군복이나 보호의에 적용하면 액상의 화학작용제(VX, GD, HD 등의 화학무기)나 생물학작용제(병원성 미생물, 바이러스, 독소 등의 생물학무기)들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다양하고 특수한 오염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의 생존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노구조를 모방한 표면 반발 특성을 중요한 기술로 판단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직물 표면의 마이크로·나노 구조와 초발수·발유 표면 처리 공정 기술= 최근 불소계수지의 인체 유해성 이슈로 인해 화생작용제 방호를 위해 사용한 긴 탄화불소 사슬(탄소 8개 이상, C8)을 가지는 불소 고분자의 코팅은 제한 되고 있다. 따라서 국방과학연구소는 나노 구조화와 친환경적 소재(짧은 탄화불소 사슬(C6 이하) 불소 고분자 또는 비불소계)를 이용해 직물 표면에 초발수·발유 (superomniphobic) 표면을 얻기 위한 최적화 공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액체에 대한 반발성이 높은 초발수·발유 표면을 직물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표면을 깎아서(하향식) 나노 구조를 만들고 낮은 표면에너지 소재를 코팅하는 방법과 낮은 표면에너지를 가지는 나노 소재를 표면에 쌓아올려(상향식) 나노 구조를 형성하는 두 가지 공정이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은 두 가지 공정의 장점만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표면시스템 공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직물표면에 적용 가능하고 내구성이 우수한 새로운 마이크로/나노 구조를 형성하기 위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다. 해당 기술은 불소계 고분자에 대한 강력 규제의 세계 시장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초발수·발유 직물을 국산화하고 병사들의 미래 화생방 보호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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