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뢰 막을 해군의 핵심전력은

최종수정 2022.09.26 15:34 기사입력 2020.11.07 06:00

수중무기 기뢰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공격력
1500달러 저렴한 비용으로 수억 달러 함정 수장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어뢰와 함께 대표적인 수중무기인 기뢰. 표적을 골라 공격하는 어뢰와는 달리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수중무기다. 기뢰를 두고 소위 ‘은밀하고 잔인한 파괴자’라고 불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잔인한 파괴자가 우리 바다에 부설된다면? 물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런 기대보다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지난 천안함 폭침 사건은 수중무기의 위협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사건조사 과정에서 원인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밝혀졌지만, 한때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 것이 바로 바다의 지뢰로 불리는 기뢰다. 바다 속은 물론 해면 등 교묘한 장소와 방법으로 함정, 민간선박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인 위협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많은 전문가들도 기뢰를 두고 궁극적인 비대칭 무기로 평가할 정도다.


▲가성비 뛰어난 기뢰, 북한도 다수 보유= 기뢰는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수중무기로 통한다. 즉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무기란 얘기다. 기뢰를 적당한 장소에 잘만 설치해 놓으면 1500달러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억 달러 가격의 값비싼 함정을 수장시킬 수 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15척의 함정을 기뢰로 잃었다. 이는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1990년 걸프만에서 배수량이 2만 톤에 가까운 미 해군의 상륙강습함 트리폴리함(USS Tripoli)이 기뢰에 의해 큰 손상을 입었고, 1991년 당시 첨단을 자랑하던 이지스 순양함 프린스턴함(USS Princeton)도 무차별적인 기뢰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처럼 기뢰가 저렴한 비용으로 강력한 효과를 내다보니 많은 국가들이 기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추정되고 있는 국가만 하더라도 약 50여 개국. 기뢰 종류만 해도 300가지 이상이며, 수량은 약 25만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과 북한의 혈맹으로 자처하는 중국도 엄청난 수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기술적으로 발전한 한미 해군전력에 대응해 은밀하고 파괴적인 기뢰전술을 중요하게 사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잠수함을 이용해 우리나라 주요 해군기지에 기뢰를 부설하는 것이다. 해군 전력의 핵심인 함정들을 우리 코앞에서 꽁꽁 묶거나 은밀히 공격하겠다는 전술이다. 당연히 한국 해군으로서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위협인 셈이다.


▲지능화되는 기뢰, 소해함으로는 역부족= 지구상에서 기뢰 위협이 그 어느 곳보다 높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평시에도 어뢰로 함정을 공격하는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해군도 1960년대부터 소해 전력을 확보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소해함이다. 말 그대로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하기 위한 함정이다. 처음 소해함을 운용할 당시에는 미국이 사용하던 함정을 인수했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취역한 강경급 기뢰탐색함(MHC)을 시작으로 양양급 소해함(MSH) 등 현재는 국내에서 개발된 기뢰탐색 및 소해함을 운용 중이다. 그리고 소해장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기뢰전 능력이 과거에 비해 대폭 향상됐다.


하지만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기뢰와 신속성이 요구되는 전장환경에는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오늘날 사용되는 기뢰의 종류는 간단히 금속성분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자기감응기뢰와 함정의 스크루 소리 등 음향을 감지하는 음향감응기뢰, 그리고 함정의 이동과정에서 수압 변화를 감지하는 압력감응지뢰 등 예전부터 사용된 기뢰를 비롯해 이들을 조합한 복합감응기뢰와 같은 더욱 지능화된 기뢰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의 소해함정으로는 다양하고 지능화된 기뢰를 모두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위 따옴표

기뢰 탐지하고 제거할 수 있는 소해헬기가 효과적인 전력
해군도 소해헬기 도입 결정해 2022년 기종 선정 목표
MH-60S·AW101 등 거론… 국산 수리온 기반 헬기도 거론


▲소해헬기, 선택이 아닌 필수= 그렇다면 이 은밀하고 무차별적인 기뢰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AMCM(Airborne Mine Counter-Measures), 즉 공중에서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소해헬기를 주저 없이 꼽는다.


우선 소해헬기를 꼽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안전성이다. 공중에서 임무를 수행해 기뢰부설 해역에서 직접 소해장비를 예인해야하는 소해함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함정을 통한 소해작전은 항상 위험성을 떠안고 이뤄진다. 특히 어떤 종류의 기뢰가 부설되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해군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해군 관계자도 “아무리 성능이 좋은 소해함이라도 기뢰부설 해역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위험성은 항상 따른다”면서 “오늘날에는 기뢰 종류도 다양해져 이러한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운용적인 측면에서도 소해헬기가 효과적인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기뢰전에 투입되는 인원만 보더라도 소해헬기와 소해함의 차이는 크다.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소해함의 승조원 수는 약 50여명.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이는 곧 기뢰제거를 위해 50여명의 인원들이 위험한 기뢰부설 해역에 내맡겨진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소해헬기는 조종사와 소해장비 조작사가 고작이다. 즉 아무리 많아도 소해함의 1/10 수준이다. 전평시 병력유지를 최대화해야 하는 군 수뇌부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기동성 역시 소해헬기의 강점이다. 기뢰부설이 의심되는 해역이 있다면 바로바로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기동성은 곧 신속한 대응으로 연결된다. 이에 비해 소해함은 함정 특성상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한다. 예컨대 한국 해군 소해함의 경우 최대속도가 약 15노트, 약 28km/h이다. 만약 임무수행 해역이 거리가 멀다면 신속한 대응은 사실상 생각할 수 없다.


헬기 활용 측면도 고려할 만하다. 소해함은 소해작전만을 위한 값비싼 단일목적용 자산인데 비해, 소해헬기는 필요에 따라 소해장비를 떼 내고 병력수송, 군수보급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미 해군이 소해헬기로 운용 중인 MH-60S도 필요에 따라 소해장비를 분리해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만큼 활용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는 곧 경제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안전성, 운용성, 신속성, 그리고 활용성 등 이 4가지 강점만 보더라도 소해헬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늘날의 소해헬기는 기뢰 탐색에서 파괴까지 자체 탑재장비로도 모두 처리가 가능하다. 물론 이를 위한 다양한 장비들이 탑재된다. 오늘날 대표적인 소해헬기 중 하나인 미 해군의 MH-60S에는 얕은 수심의 기뢰와 특정 수심에 설치된 기뢰를 탐색할 수 있는 레이저기뢰탐지시스템(Airborne Laser Mine Detection System, ALMDS), 기뢰 위치를 식별하고 무력화하는 무인기뢰처리시스템(Airborne Mine Neutralization System, AMNS) 등을 탑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율적으로 기동하면서 기뢰를 탐색하는 수중자율기뢰탐색체(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AUV) 등도 활용되고 있다.


▲해군, 소해헬기 도입 추진= 한편, 북한의 기뢰 부설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현재 우리 해군도 소해헬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당초 “2009-2013 국방중기계획”에 이미 반영된 바 있지만, 소해장비 개발 지연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소해헬기 도입사업이 다시 추진력을 얻으면서 2022년 기종 선정을 목표로 사업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대신 소해헬기 도입 시 탑재할 예정이던 국산 자율무인잠수정(AUV) 개발이 늦어지면서 개발일정과 연계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소해헬기 기종으로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MH-60S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AW101 등 외국산 헬기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수리온 기반의 소해헬기가 거론되고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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