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1년 뒤 가동된 ‘국방개혁 307’

최종수정 2022.09.26 15:36 기사입력 2020.10.24 08:00

MB정부 들어서 100대 국정과제에 방위산업 포함
2020년까지 방산 세계 7대 국가 수준에 도달 목표

2013년 65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되어 최첨단 장비들이 공개되고 있는 모습(사진_김남호)


[김민욱 월간 국방과 기술 편집장]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위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08년 2월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방위산업의 신경제성장 동력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이어 2008년 10월 7일에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재정비할 때에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방위산업의 신경제성장 동력화’가 포함됐다.


그 주요 내용은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2020년까지 국방산업 수출 및 국방기술 분야에서 세계 7대 국가 수준에 도달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방위산업 연간생산 100억 달러, 연간수출 40억 달러, 고용 5만 명 달성을 추진했다. 방산 수출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의 하나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와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계열화제도의 폐지와 완전경쟁체제 도입= 방위산업 육성과 관련하여 국방획득제도 개선과 방위사업청의 개청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적 변화는 전문화?계열화제도의 폐지다.


전문화?계열화제도는 우리나라 방위산업 육성을 이끌어 온 기둥과 같은 역할을 했으나, 이 제도의 폐지는 우리 방위산업이 보호?육성에서 벗어나 개방과 경쟁체제로 가는 이정표와 같다. 전문화?계열화제도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독특한 방산보호?육성정책으로, 다른 방산 선진국의 경우도 특정 업체에게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으나 시장구조의 불가피성이나 정책적인 결정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처럼 규정에 명시적으로 지정하여 운영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화?계열화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무기체계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고, 방위산업 기술개발 촉진과 전문성을 제고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즉, 특정 업체에게 특정 분야의 개발 및 생산 업무를 장기간 맡겨서 안정적인 공급원의 역할을 하도록 함과 동시에, 기술개발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에 방위산업의 보호?육성제도가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전문화?계열화제도를 장기간 시행한 결과로 전문화?계열화 업체로 지정된 업체가 기득권에 안주해 비용절감 노력이나 기술개발의 유인이 약하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방산 진입장벽이 높다는 등 비판적인 여론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전문화?계열화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완전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으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논란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조금씩 개방되어 온 실정이었다.


그러다가 참여정부 시절에 국방획득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기존의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폐지하고 2006년 1월부로 ‘방위사업법’을 제정하면서 전문화?계열화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런 시행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가, 2008년 12월 31일부로 완전히 폐지했다. 이후부터 방산물자의 복수지정 확대 등 개방과 경쟁을 확대시켜 나가고 보호?육성 기조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방위사업청에 정부 경제부처의 관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방위산업도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최근까지도 경쟁 확대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됐다.


국가가 유일한 수요자인 방위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수 분야의 시장경제논리가 정책을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 결과 차륜형 장갑차, TICN 등 일부 대형 사업에서 신규 업체가 진입하거나 관련 업체들 간의 경쟁이 결국 법정 소송까지 가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또한 방위사업에서의 업체투자 확대, 업체 부담의 복수개발 등 국방연구개발 사업에서 업체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국가가 주관하는 사업에 업체가 재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제도적으로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시작된 방산기업 전문?계열화제도 폐지
민수 분야 시장경제논리가 정책을 지배하는 현상 시작
천안함 피격사건 계기로 73개 개혁과제 설정해 추진

한편 2009년 1월 1일부터 완전경쟁체제로 진입한 한국 방위산업은 그에 따른 보완책으로 중소기업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는 업체선정 시 중소기업 가점제도 도입, 중소기업 우대 품목 지정제도를 도입하는 근거 마련, 절충교역을 위한 수출지원 대상에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포함하는 등의 제도가 포함되었다. 2012년 5월에는 방산물자 및 업체지정제도를 개선하여 기존에 1개 방산물자에 대해 1개 방산업체만 지정하던 제도를 정책적으로 1개 방산물자에 대해 2개 방산업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6월에는 복수개발사업의 선정 기준을 마련하여 실질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 신개념기술시범(ACTD) 제도 도입과 시행= ACTD 사업은 이미 성숙된 민간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개념의 작전운용능력을 갖는 무기체계 또는 핵심 구성품을 개발하고, 군사적 실용성평가를 통하여 3년 또는 4년 이내의 단기간에 입증하는 사업이다.


신개념 무기를 단기간에 개발하고, 성능 검증 후 신속하게 전력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하였는데, ‘04년 국무총리실 산하 획득제도개선위원회에서 개선과제로 검토됐고,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구)방위력개선사업관리규정에 반영된 이래 2008년 3개 사업이 처음 착수됐다.


▲국방개혁 307 계획= 2010년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2010년 7월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시키고, 2010년 5월에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설치해, 안보위협과 국방환경 변화를 고려한 73개의 개혁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단기·중기·장기과제로 구분해 확정했다.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도출된 국방 개혁방안을 국방부가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으로 입안하여 2011년 3월 7일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얻은 것이 일명 ‘국방개혁 307계획’이다. 이 명칭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날짜 3월 7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혁안은 단기(2011년~2012년)과제 37개, 중기(2013년~2015년)과제 20개, 장기(2016년~2030년)과제 16개이다. 개혁안의 세부내용에는 상부지휘구조 및 국방교육 체계 개선, 전력증강 우선순위의 조정,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장성 숫자 감축, 합참과 합동부대에 근무하는 육?해?공군 구성비 준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국방개혁 307계획’에 있어서 방위사업에 관련된 사항은 전력증강 우선순위 조정인데, ‘국방개혁 2020’이 미래에 있을 잠재적 위협 대비에 중점을 두었다면,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하여 ‘국방개혁 307계획’은 우선적으로 현존하는 북한의 국지도발과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일부 전력을 우선 구비하도록 한 것이다.


북한 잠수함의 도발에 대응하는 신규 전력 및 240mm 및 122mm 장사정포 대응 능력 구비,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 구축, F-15K급 차세대 스텔스전투기(F-X) 확보 및 글로벌 호크(Global Hawk) 고고도 무인정찰기의 조기 확보 추진 등이 핵심 내용이다. 또한 신형 아서(Arthur) 대(對)포병탐지레이더를 2012년 2월까지 서북도서에 배치하고 동굴진지 파괴를 위한 합동직격탄(JDAM)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한 ‘307계획’에 따라 2011년 6월에는 해병대사령부를 모체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기동헬기, K9 자주포 등 총 24종의 전력을 보강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5개 도서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도발원점에 대해 즉각 응징태세를 구축하도록 했다. 아울러 북한의 특수전과 사이버위협에 대비한 전담 부대도 만들기로 했다.


방위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이와 같은 국방개혁 307계획의 내용은 ‘국방개혁 2020’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개발 및 생산물량 등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긴급 도입되는 전력들이 대부분 국외도입으로 확보됐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