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예 전투기도 얼린다… 왜?

최종수정 2022.09.26 15:40 기사입력 2020.09.05 12:00

무기체계 배치 전에 극한 환경 만들어 성능·수명 등 평가
고온, 습도, 모래·먼지, 곰팡이 등 다양한 환경 이겨내야



[국방과학연구소 권혁범 책임연구원]긴 연휴를 마치고 출근하여 PC를 켰을 때 “블루 스크린”이 뜨는 부팅이 안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수축·팽창률이 다른 이종 재료들이 조립되어 있는 PC의 메모리 부분에서 접점 불량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 무기체계는 전기·전자 부품이 매우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만약 전쟁 중 이런 현상이 있으면 엄청난 아군의 피해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무기체계는 국가의 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작동이 잘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군용항공기 감항인증 제도가 시행되면서 항공기 시스템(항공기 및 지상 장비 포함) 설계기준에 운용환경조건으로 자연 및 유도환경에서 운용되도록 설계되었는지를 검증하도록 되어 있으며, 검증방법으로는 자연 및 유도환경 영역 내에서 장비가 요구된 기능과 성능을 발휘함을 입증하도록 되어있다.


▲ 환경시험이란= 이렇듯 환경시험은 개발 무기체계 시험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무기체계는 개발계획 초기부터 “환영요구사항”을 매우 높은 등급의 문서로 작성해, 적절한 시험장비가 없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환경요구 항목을 시험으로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시험이란 무기체계 또는 민수용 제품이 개발·제작되어 수명을 다하는 수명기간(life cycle) 동안 접하게 되는 각종 환경 중 극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모사해 시험함으로써 이들 환경이 대상 무기체계 또는 제품의 성능, 기능 및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1950~1960년대 냉전 및 우주경쟁시대부터 환경시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방위비의 많은 부분을 투자해 전 세계 환경을 조사·연구하고 시험시설을 건설하여 환경시험을 수행하여 왔다. 특히 Eglin 미공군 기지 내에 C-130 대형수송기까지도 시험이 가능한 초대형 McKinley 환경시험시설을 건설하여 최근 개발된 F-35 항공기 시스템의 기후환경시험까지 계속하여 환경시험을 수행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기/전자 및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많은 환경시험을 수행해 왔으며, 방산분야에도 개발단계부터 미군사표준인 MIL-STD-810에 따라 제한적이지만 계속하여 환경시험을 수행했다.


21세기 들어 대형 무기체계 개발이 많아지고 국가적으로 방산품 수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ADD는 항공시험장 내에 대형 환경시험시설을 건설(2008년 8월)하여 국내에서 개발되는 ADD 및 방산업체의 많은 대형 무기체계에 대한 환경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자동차용 배터리 등 민수용 제품까지도 적극적으로 환경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 환경인자= 무기체계는 자체 또는 장착되는 플랫폼에 따라 제작공장(위치, 고도 등)에서 생산부터 운송수단(선박, 항공기, 차량 등), 저장 방법, 위치 및 운용, 사용, 장착(위치, 고도, 해양 등) 등에서 나타나는 자연 환경 및 수송이나 운용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유도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공대지 미사일의 경우에는 항공기(플랫폼)의 외부에 장착되어 운용되는 유도무기로, 자연환경 인자(고온, 저온, 습도, 빙결, 열 충격, 강우, 염수, 태양열, 모래/먼지, 곰팡이 등)와 유도환경인자(활주로 택시 진동, 난류에 의한 진동, 공력에 의한 진동, 엔진 진동/소음, 가속도, 공력에 의한 소음/음압, 음속충격파, 기총 진동/충격, 공력가열) 등 많은 환경의 영향을 개별적 또는 동시에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이러한 환경조건에서 기능 및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발계획 단계에서 분석되어 설계에 반영되어야 하며, 그러한 환경영향에서 기능 및 성능을 입증하여야 한다. 또,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는 항공기는 장착한 형태로 기능 및 성능을 입증하여야만 비행안전성을 확보하고 감항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환경시험의 종류= 많은 환경인자를 고려해 모든 무기체계에 대한 환경시험을 분류하면 환경스트레스 시험(EST: Environmental Stress Test)과 환경스트레스 스크리닝 시험(ESST : Environmental Stress Screening Test)으로 나눌 수 있다.


환경스트레스 시험은 수명주기 동안 접하게 되는 환경을 모사하여 내구수명 및 우발고장의 저감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MIL-STD-810이 대표적인 표준으로 사용된다. ESST는 초기 고장의 저감을 위하여 생산공장에서 제조공정 불량을 검출하기 위해 수행된다. EST는 기후환경시험(Climatic Environmental Test)(온도, 태양열, 강우 등), 동적환경시험(Dynamic Environmental Test)(진동, 충격, 가속도, 음향 등) 및 여러 환경 인자를 복합적으로 모사해 수행하는 복합 환경시험(Combined Environmental Test)(진동/온습도 복합, 진동/온습도/고도/태양열 복합, 진동/온도/음향 복합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환경인자는 독자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환경영향은 여러 가지가 합쳐진 복합 환경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환경시험은 시험장비 개발 기술의 한계로 독립적 시험이 주로 이뤄지며, 일부는 복합적 방법으로 시험이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전기·전자 제품은 시장의 요구에 의해 빠른 모델 변경이 되고 있어 환경시험도 빠르게 진행돼야 하며, 제품 생산 및 양산과정의 잠재결함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신뢰성시험의 일종으로 초가속 스트레스 스크리닝(HASS: Highly Accelerated Stress Screening) 시험이 수행되고 있다.


제품의 고장은 단일 환경에서 발생하기보다는 복합환경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환경 조건을 복합한 복합환경 신뢰성시험(CERT: Combined Environmental Reliability Test)이 신뢰성 시험으로 점차 많이 수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경시험의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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