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공모함 함재기 ‘3대 쟁점’

최종수정 2022.09.26 15:42 기사입력 2020.08.29 06:00

경항모 함재기 기종·필요요소·운영주체 결정이 핵심

이탈리아 해군이 보유중인 카보우르함

미 해군이 운용중인 F-35B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 일본, 중국 등 주변국 해군 항공력보다 열세인 우리 해군 항공력이 경항공모함 도입으로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9일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인근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년부터 경항모 확보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해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으로 지칭했던 용어를 이번 중기계획에서는 “경항모”로 공식화했다.


▲해군, 3만톤급 경항모 구상= 통상적으로 항모는 7만톤급 이상의 대형항모와 4만톤급 이상의 중형항모, 그리고 4만톤급 이하의 경항모로 분류된다. 이 중 경항모는 운용유지비가 중대형 항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소위 “초강대국”이 아니어도 운용이 가능하다. 대신 경항모라고 해도 일반 함정에 비해 운용비용이 적게는 서너 배, 많게는 열 배 이상으로 국가재정이 뒷받침 돼야 운용이 가능하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산 경항모의 규모는 약 3만톤급. 해군이 도입한 약 19,000톤급 독도함과 마라도함의 약 2배에 가깝고,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주요 경항모들과는 유사하다.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함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카보우르함, 호주의 캔버라 및 애들레이드함, 그리고 일본의 이즈모함 등의 배수량이 약 27,000톤에서 28,000톤 사이다.


이들 경항모들의 규모를 보면 우리 군이 도입할 국산 경항모의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5월, F-35B 운용을 위해 개조를 마친 이탈리아 해군의 카보우르함은 길이 244m, 폭 39m, 승조원 1,100여명, 그리고 만재배수량이 약 3만톤이다. 이 중 만재배수량만 놓고 보면 사실상 우리 군이 도입할 경항모와 규모가 비슷하다. 특히 카보우르함은 F-35B, AV-8B 등 전투기 10대와 헬기 12대 등 총 20여 대의 항공기를 격납고에 탑재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비행갑판에도 6대의 전투기를 추가로 주기시킬 수 있다.


▲수직이착륙전투기 기종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도입하는 항모인만큼 어떤 전투기가 탑재될 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특정 기종이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F-35B 도입을 점치고 있다. 이는 현재 경항모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 전투기는 노후한 AV-8B를 제외하면 F-35B가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8년, 해군이 의뢰한 “대형상륙함(LPH) 미래항공기(F-35B) 탑재운용을 위한 개조ㆍ개장 연구”라는 연구용역에도 F-35B 기술자료 확보를 비롯해 F-35B 탑재를 위한 개조·개장 사례, 그리고 대형상륙함에 F-35B 탑재 및 운용을 위한 개조개장 가능성 검토 등 탑재기종을 F-35B로 설정했다. 아울러 일본을 비롯해 최근 전 세계 주요 경항모들도 F-35B를 도입하고 있어 F-35B 도입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한반도 주변국 해군력 맞대응 위해선 경항모 2척이상 필요
전세계 주요국 경항모에 F-35B 탑재해 가장 유력한 후보
운용방식은 항모는 해군, 전투기는 공군이 운용해야

▲필요한 전투기 전력은= 이처럼 항모 도입은 착수가 결정됐지만, 항모 대수와 항공전력 규모 등 구체적인 운용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이 항모 전력을 강화하고 있고, 해군의 작전해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운용 규모는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시아지역 국가들 중 항모전력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은 현재 첫 항모인 랴오닝함을 운용 중이며, 두 번째 항모이자 독자적으로 건조한 7만톤급 산둥함도 지난해 12월 취역시켰다. 특히 산둥함에는 “리젠(利劍)”이라고 불리는 스텔스 무인기까지 탑재될 것으로 전망돼 국방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 해군은 현재 항모보다 더 많은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핵추진 항모 도입을 추진하는 등 4척의 항모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항모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헬기모함인 19,000톤급 휴가함(DDH-181)과 이세함(DDH-181)을 운용 중인 일본은 2만7000톤급 다목적 구축함인 이즈모함(DDH-183)과 가가함(DDH-184) 2척을 2023년까지 F-35B를 탑재하는 경항모로 개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즈모급 항모 이후에도 ‘호우쇼우’라는 5만톤급 항모도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항모 전력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만약 이들 국가의 항모전력이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 활동한다면, 우리 해군의 작전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 만큼 경항모를 도입하되 최소 2척 이상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원양작전 능력 확보를 위한 한국 해군의 장기 발전 방안’에서는 기동부대의 동원능력을 유지하고 확보할 수 있도록 최소 2척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항공전력도 척당 2개 비행대대 규모에 해당하는 20~30대의 유·무인 고정익기, 헬기 등을 탑재해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원양에서 대공 및 대함 교전임무를 수행할 전투기 전력 규모를 척당 1개 비행대대, 즉 10대 이상을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연구보고서에 담겼다.


▲전투기 운용 주체는= 전투기를 누가 운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고려요소로 보인다. 항모는 함정 운용과 전투기 운용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무기체계다. 고도의 운용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각각의 운용주체가 필요한 이유다. 이 중 함정 운용은 현재 해군이 경항모와 유사한 독도함을 운용하고 있어 운용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지만, 함재용 전투기 운용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투기 운용 주체에 대해서는 향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체적으로 고도의 전투기 운용능력을 갖춘 공군이 적합하다는 주장이지만, 운용환경이 함정이고 해상인만큼 공군이 운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해군이 항모뿐만 아니라 전투기 운용을 위한 인력과 예산 등을 모두 갖추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동군 체계가 자주 거론된다. 즉 항모는 해군이, 항모에 탑재된 전투기는 공군이 운용하는 방식이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원양작전 능력 확보를 위한 한국 해군의 장기 발전 방안’에서도 공군의 F-35 추가 20대분을 F-35B/C로 도입해 해상교통로 방어를 비롯한 원양작전 수행이 필요할 때는 해군에 파견하거나 배속시켜 경항모의 지휘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러한 방안은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F-35 추가도입을 위해 진행한 선행연구에서도 검토됐다. 그러나 결론은 동일한 F-35A를 추가 도입하는 것. 경항모가 2030년대 초반경 진수하는 데다 해상작전과 함정이라는 운용개념과 환경도 다르고, 새로운 기지 마련에 대한 부담 등이 F-35A를 도입하기로 한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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