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중 기밀 ‘U-2 정찰기 임무현장’ 공개

최종수정 2022.09.26 15:44 기사입력 2020.08.01 11:00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고고도 정찰기인 U-2S로 대북 정보수집의 최일선에 있는 미 공군 제5정찰비행대대(5th Reconnaissance Squadron) 블랙 캣. 미 공군 제9정찰비행단(9th Reconnaissance Wing) 산하 부대로 1994년 10월 1일 재창설됐다. 모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빌 공군기지이지만, 현재는 오산 공군기지에 전개해 북한 지역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한 마디로 대북 억지력를 유지하고 있는 핵심전력인 셈. 그런 만큼 지금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곳이다.


▲다루기 힘든 ‘드래건 레이디’= 취재는 임무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이를 위해 탑승한 차량이 바로 일명 체이스카다. U-2 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임무를 수행하는 차량이다. 마침 이날도 U-2의 실제 비행훈련이 있어 기자는 운 좋게 체이스카에 동승할 수 있었다.


주요 훈련내용은 이착륙훈련. U-2는 활주로에 접근해 지상에서 약 0.6미터 높이를 유지하다 기체를 툭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착륙한다. 만약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 착륙하면 기체 파손은 물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착륙훈련은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숙달하는 훈련이다.


체이스카의 역할도 바로 조종사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U-2 뒤를 바짝 쫓아가며 착륙할 시점을 카운트다운 해준다. 특히 U-2 착륙은 기체를 민감하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체이스카에도 U-2 조종사가 직접 탑승해 도움을 준다.


착륙이 이처럼 까다롭다보니 훈련시간도 다른 조종사에 비해 길다. 부대관계자에 따르면 U-2S를 조종하려면 심사를 통해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 심사를 위해 수백시간을 들여 훈련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심사기간도 2주간에 걸쳐 진행된다. 그러나 U-2 조종사가 되기 위해 주어지는 착륙기회는 단 세 번. 세 번의 기회에서 안전한 착륙을 하지 못하면 U-2를 조종할 수 없다.


▲U-2 유용성은 여전= U-2가 다루기 힘들고 운용된 지 50년이 넘은 구식 항공기지만, 정찰용 항공기로서의 높은 유용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현재 5정찰대대가 운용하고 있는 모델은 U-2S. 이전 모델인 U-2R을 개량한 모델이다. U-2R은 U-2가 처음 등장할 당시와 비교해 기체가 약 40%가 더 커진 모델로 1989년까지 미 공군에 인도됐다. 미 공군은 1994년부터 17억 달러를 들여 U-2R의 기체와 센서 등을 개량하고 새로운 엔진을 탑재해 U-2S로 이름을 다시 붙였다.


U-2R에서 U-2S로 개량되면서 성능도 향상됐다. U-2S에는 CCD 카메라가 내장된 전자광학 센서를 비롯해 고고도에서 주야간 및 기상상태와 상관없이 고해상도의 영상을 수집할 수 있는 레이다, 신호정보 수집장비 등 다양한 임무용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 가운데 레이다는 지상에 있는 정지표적은 물론 이동 중인 표적도 탐지할 수 있으며, 영상을 수집할 수 있는 범위도 160km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집하는 정보도 다양하다. 전자광학, 적외선, 합성개구레이더(SAR) 장비들이 수집하는 영상정보와 레이다와 통신감청 등을 통한 신호정보, 미사일 발사 전후 신호를 수집하는 계측·신호정보(MASINT) 등을 한 대의 U-2가 수집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정보들은 지상 및 위성 데이터 링크를 통해 지구상 어디에든 거의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이스카의 역할도 바로 조종사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U-2 뒤를 바짝 쫓아가며 착륙할 시점을 카운트다운 해준다.



▲감압증과 싸우는 U-2 조종사= 특별한 임무에 따른 임무환경도 독특하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U-2 정찰기의 임무고도는 약 7만 피트, 즉 20km가 넘는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여객기가 통상 8~13km의 고도에서 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아찔한 고도다. 항속거리 역시 만만치 않다. 미 공군에 따르면 U-2의 항속거리는 11,200km가 넘는다. 이는 장거리 초대형 여객기인 보잉 747의 항속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종사의 임무시간도 그만큼 길다.


이러한 독특한 임무환경 탓에 조종사들의 신체적 부담은 크다. 한 조종사는 “화장실에도 못 가는 상태로 8~10시간 동안 우주복을 입고 좁은 조종석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시간이 지속될수록 피로감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압 차이에 따른 감압증을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감압증은 고공으로 상승할 때 체액에 녹아있던 질소가 거품처럼 커지면서 발생한다. 이는 체내 압력과 외부 기압의 차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탄산음료 뚜껑을 열었을 때 갑자기 거품이 발생하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심해 잠수부들이 해면으로 급하게 올라올 때 걸리는 잠수병이 같은 맥락이다. 한 조종사는 “감압증에 노출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U-2 조종사는 임무 하루 전 식단도 조절해야 한다. 이는 임무 중 대변을 봐야 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압증을 예방하기 위해 출격 전 한 시간 동안 100% 산소호흡을 해야 한다. 물론 그 사이에도 운동을 하면서 체내 질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한 조종사는 “임무 중 100% 산소호흡을 하지만, 고고도에서 임무하는 것 자체가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머무는 것과 같은 조건”이라면서 “고고도에서 오래 머무르면 관절 부위가 저리고 통증이 따른다”고 말했다.


U-2 조종사 고고도 임무는 엘레베스트산 정상에 머무는 것과 같은 조건
임무중 대변으로 여압복이 훼손되면 약 1억 5000만원 여압복 새로 사야

▲식사·생리현상도 조종석에서 해결= 이러한 고고도 임무에 따른 조종사들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 바로 특수비행복이다. 이 역시 일반인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 누가 보더라도 영락없는 우주복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주복이라기보다 고고도 임무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여압복이다. 부대관계자에 따르면 U-2 조종사가 실제로 비행하는 고도는 20km 이상이지만, 비행복 내부는 고도 10km의 기압을 유지한다.


U-2 비행복이 일정한 기압을 유지할 수 있는 훌륭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대신, 조종사는 몇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생리적 현상이다. 즉 대소변 문제다. 다행히 소변은 가능하다. 조종사는 “UCD(Urine Collection Device)”라는 소변처리기를 속옷 안에 설치한 뒤 비행복을 착용하기 때문에 임무 중에도 소변을 볼 수 있다. 실제 사례는 없다지만 만약 대변으로 여압복이 훼손되면 약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여압복을 새로 장만해야 한다.


음식물과 물을 섭취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여압복 내부의 기압을 유지하려면 외부와 밀폐된 상태에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음식이나 물을 먹기 위해 헬멧이라도 벗는다면 조종사는 바로 위험한 상황이 된다. 그래서 U-2 조종사는 일명 “튜브 푸드(Tube food)”라는 튜브 형태의 음식을 입과 연결된 헬멧 투입구에 꽂아서 먹는다.


흥미로운 것은 단순하게 보이는 튜브 음식이지만, 이들 음식들은 모두 전문 영양사들이 영양성분을 따져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메뉴도 다양하다. 해시 브라운을 비롯해 소고기, 그레이비, 닭고기, 맨해튼 클램차우더, 심지어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까지 나와 있다. 특히 유아식을 먹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시 브라운에는 실제로 작은 감자 조각이 들어있고, 비스트로에도 작은 고기 조각들이 들어가 있다.


여압복 내부의 기압을 유지하려면 외부와 밀폐된 상태에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대북 억지 전력의 핵심= 고고도 장기체공이라는 독특한 임무환경과 U-2라는 특수한 항공기, 그리고 대북정보 수집이라는 특별한 임무 등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이곳 5정찰대대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뭐니 해도 대북 감시정찰 임무다. 이를 위해 통상적으로 하루에 3대가 1회씩 교대로 출격해 휴전선 인근 고공에서 북한 지역을 꼼꼼히 정찰한다. 특히 U-2가 수집한 정보는 미 태평양공군사령부(PACOM)를 비롯해 미 공군전투사령부(ACC),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와 한미연합분석통제본부(CACC) 등에 제공돼 대북 상황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렇게 U-2가 대북 억지력의 핵심역할을 맡아 오면서 지금까지 주한미군 감축대상에서 항상 제외돼 왔다. 이에 대해 부대 관계자는 “우리 임무의 최우선적인 목적은 북한의 도발의지를 억제하는 것”이라면서 “이에 필요한 지속적인 대북 감시와 정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극히 폐쇄적인 곳인 만큼 그들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한 방법이 별로 없다”면서 “U-2는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들의 물자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감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기체가 오래되면서 관리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고고도 임무를 수행하는 기체인 만큼 이에 따른 관리도 필요하다는 게 부대측의 설명이다. 정비관계자에 따르면 U-2를 정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고도 작전으로 인한 결빙이다. 결빙이 발생하면 금속부품들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수명이 쉽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U-2에는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할 부품들이 적지 않아 부품들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무엇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관계가 높아질 때마다 이곳 5정찰대대 부대원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부대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가 위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북한군이 인지함으로써 도발 의지가 억제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임무는 고되지만, 우리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한다는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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