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장갑차·자주포, 이렇게 구분한다

최종수정 2022.09.26 15:46 기사입력 2020.07.18 07:00



[국방과학연구소]탱크(Tank)는 전쟁터에서 적의 탄이나 파편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차체를 가지고 있는 모든 전투차량을 말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탱크’는 전차를 의미한다.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는 모두 비슷한 외형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임무와 상황에 맞게 설계된 별개의 무기체계다.


우선 강력한 포를 가진 전차는 적 기갑세력과의 직접적인 전투를 목적으로 한다. 전쟁터에서 맨 앞으로 나가 적의 전차를 파괴하고 방어선의 장애물을 돌파해 뒤따르는 장갑차와 자주 대공포의 기동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 주 임무다.


전차는 1차대전 때 최초로 등장했다. 당시 전투는 참호를 파고 철조망을 친 후 요새화된 방어선을 구축해 적 보병이 몰려오면 기관총으로 제압하는 형태였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보병들을 적 참호로 돌격시켜도 참호에 들어 앉아 기관총을 쏘는 적에게 전멸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적 기관총이나 보병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탑재한 전투차량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초로 전차를 만들어 전쟁에 투입한 것은 영국군이다. 당시 비밀 유지를 위해 전차를 ‘물을 실어 나르는 운반차량(Water Tank)’라고 불렀으며 이를 줄여 탱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전차 Mark 1은 1916년 프랑스 솜므전투에 투입돼 적진지를 무력화시키는 등 연합군의 승리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적과 가장 가까이에서 싸우는 전차와 장갑차는 적진을 뚫고 들어가 포와 기관총으로 적의 강력한 방어거점이나 보병, 상대 전차를 공격한다. 공격과 동시에 방어도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적의 전차포탄을 막아낼 수 있는 두터운 장갑이 특징이며, 이 때문에 무게가 50톤이 넘는다. 이동 및 전투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인 3~4명이 탑승하며 근접전을 상정해 설계 제작돼 직사 위주의 사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상전의 왕자’로 불리는 전차도 혼자 전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전차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숨어있는 대전차포나 대전차 무기를 들고 있는 보병을 발견하고 아군 보호 및 적 공격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보병들이 따라다녀야 한다. 하지만 보병들이 뛰어서 전차를 따라다니기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일반 차량을 타고 다니기엔 보병들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차를 따라다니면서도 적의 기관총탄으로부터 보병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튼튼한 장갑을 두른 차량이 등장하게 됐고, 이것이 바로 장갑차다. 장갑차는 빠른 속도로 전장을 돌아다니며 총탄이나 파편으로부터 보병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이동시켜준다. 또한 정찰 혹은 아군 보병에 대한 화력 지원의 임무도 수행한다. 전투가 주목적은 아니지만, 대전차 미사일처럼 비교적 가벼운 무장을 탑재해 활용할 수 있다. 장갑차는 용도에 따라 인원수송 장갑차(APC), 보병 전투 장갑차(IFV) 및 다목적 지원 궤도 장갑차 등으로 분류된다.


자주포자주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自主)’ 대포로 후방에서 포 사격을 통해 아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자주포는 기존의 야포에서 발전된 형태다. 우리가 흔히 대포, 야포라 부르는 무기는 포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사정거리가 길고 큰 파괴력을 갖는 강력한 포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고, 차량이 끌어줘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2차 대전 초기까지는 트럭 등이 부족해 말이 포를 끄는 경우도 많았다.


전차들이 적진으로 진격할 때 전차 앞에 놓여 있는 적의 포대를 가격할 야포들은 당연히 전차를 따라다니며 도와야 한다. 그러나 신속함이 요구되는 전쟁터에서 차로 야포를 끌고 다니다가 병사들이 내려서 사격할 준비를 하고, 탄약을 장전하고 또 사격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너무 길다. 따라서 포를 끌고 다닐 필요 없이 궤도차량에 설치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자주포다. 전차의 포는 적 전차나 보병을 상대하기 때문에 사거리는 짧지만 명중률이 높고, 빠르게 쏠 수 있는 직사포다.


반면 자주포는 적이 보이지도 않는 먼 거리에서 포격을 실시해 전차 앞의 방해물이나 적의 거점을 공격하는 곡사포다. 전차는 이동식의 근·원거리형이라면 자주포는 고정식의 장사거리형이다. 발사 시 고정형으로 일정 위치에 자리를 잡고 포신을 조정해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이다. 또한 전차는 포탄을 내부에 싣고 다니지만, 자주포는 별도의 탄약차량이 따라다닌다.


최근에는 포탑 내 탄약을 적재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K1전차, K1A1전차 개발에 이어 세계적 수준의 K2 전차를 개발한 바 있으며 장갑차는 한국형 장갑차 K200 및 차기보병전투장갑차 K21 등을 개발했다. 곡사포는 KH179 견인포를 개발했으며 KM109A2(K55)의 생산에 이어 사정거리 40km의 K9자주포를 개발해 현재 해외 방산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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