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인기 "이렇게 킬러가 됐다"

최종수정 2022.09.26 15:48 기사입력 2020.06.27 15:00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지난 1월, 미 정부가 이란 내 2인자이자 군부실세인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하면서 미국의 무인기 작전이 재조명받고 있다. 과거 감시정찰 수준에 주로 머물렀던 무인기 작전이 이제는 암살작전까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무인기를 이용해 위협 인물을 제거하는, 즉 암살작전을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사건이다. 이 사건 발생 후 미 정부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해 당시 감시용으로만 운용했던 MQ-1 프레데터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군은 무인기를 이용한 첫 암살작전으로 탈레반 지도자인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가 탑승한 호송차량을 공격했다. 이 첫 작전에서 미군은 호송차량을 명중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대신 무인기의 무장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특히 9ㆍ11 테러 이후 군사작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미 정부가 암살 금지 조항을 법률적으로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당시 미 정부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에 따라 암살(assassination)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었고,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행정명령에는 "미 정부에 고용되었거나 미국을 위해 활동하는 어떤 사람도 암살에 관여하거나 그 음모를 꾸며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는 9ㆍ11 테러 이후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에 대해 자위 목적으로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표적살해(targeted killing)"라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후 기자들에게 "솔레이마니는 미 외교관들과 군인들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도 암살이 아닌 표적살해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같은 표적살해에 대해 "고문(torture)"이라는 용어 대신 "선진심문(enhanced interrogation)"이라는 용어를 쓰고, 대규모 군사공격에 따른 "민간인 사상자(civilian casualty)"를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용어를 사용해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선진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알카에다 등 테러 용의자들로부터 테러위협을 막을 정보를 얻기 위해 적용한 심문방법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CIA 고문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미군이 테러용의자들을 죽기 직전까지 물고문을 하거나, 노골적인 성고문, 구타,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물을 강제로 주입하는 등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잔혹한 고문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무인기를 이용한 표적살인은 오늘날 대테러 전쟁에서 핵심전략이 됐다. 이는 국방예산은 물론 인명손실을 줄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공격이 가능해 심리전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적살인이 정당한 군사적 행위인지 살인행위인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표적살인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함께 무인기 조종사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도 문제다. 모니터를 보며 작전을 수행하는 무인기 조종사들을 두고 비디오게임 플레이어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무인기 조종사들은 자신이 발사한 무기로 산산조각 나는 적군의 모습을 매번 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는 미 국방부도 이미 인정한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한 해 미 공군에서 무인기 조종을 그만둔 조종사 수는 240여 명으로 같은 해 양성된 무인기 조종사 수인 180명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조종을 그만 둔 가장 큰 원인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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