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배하라-(4)수중무기 '기뢰'

최종수정 2022.09.26 15:50 기사입력 2020.06.13 07:00

중국 인민해방군 동해함대가 칭다오항에서 PMK-2 추진식 기뢰를 쑹급 디젤잠수함에 장전하고 있다.


[독고 욱 전 수석연구원]대표적인 수중무기로는 어뢰와 기뢰를 꼽을 수 있는데, 어뢰가 공격형 무기이며 전술적 수중무기라고 하면 기뢰는 공격과 방어 운용개념을 갖는 전술적, 전략적 수중무기다.


재래식 무기인 기뢰는 해군이 보유한 수중무기 중에서 비교적 부설하기가 쉽고 제작 및 운용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은밀성이 우수하고 매우 강력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어 적군의 대항이 어려운 무기다. 따라서 기뢰는 현대 해전에서 해상통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무기체계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종류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기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 강국에서는 기뢰 대항능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기뢰의 유래와 전쟁사례= 기뢰(Sea mine, Naval mine)란 기계수뢰(機械水雷)의 준말로, 해저, 수중 또는 수면에 부설하여 함정과 접촉 또는 감응을 통해 폭발하여 함정에 손상을 주거나 격침시키는 폭발물로 정의할 수 있다. 1776년 미국의 David Bushnell은 폭약을 가득 채운 나무통을 수면의 부표를 이용해 수중의 일정 위치에서 조류를 따라 움직이다가 적함과 충돌해 폭발하도록 설계한 통기뢰(Keg Mine)를 개발하였는데, 현재의 기뢰 개념에 가장 가까운 최초의 기뢰라고 볼 수 있다. 이 기뢰는 다음해 1777년 미국독립전쟁에서 영국 해군함정에게 사용하여 큰 손상을 줬다.


19세기 동안 기뢰는 어뢰와 별도 구분 없이 Torpedo라고 불리다가 화이트헤드가 자체 추진식 어뢰를 개발하고 나서부터 지금의 기뢰(Sea Mine, Naval Mine)라고 불렸다. 그러나 20세기 초반까지는 여전히 기뢰와 어뢰를 함께 Torpedo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기뢰가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인 것은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에서 시작됐다. 남북전쟁 당시 해군력이 열세였던 남군은 기뢰를 사용해 강력한 해군력을 가진 북군의 함정을 침몰시켰는데, 남북전쟁 중 30여 척의 함정이 기뢰로 인해 침몰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19세기 후반부터는 주요 해전에서 기뢰가 빠짐없이 등장하게 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4년간 대략 24만발의 기뢰가 사용됐다. 그중 1918년 북해기뢰봉쇄(North Sea Mine Barrage) 작전에서 100해리에 7만여 발의 기뢰를 부설해 독일 U-보트 6척을 침몰시키는 전과를 보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약 70만발의 기뢰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주축국 함정 1,316척, 연합군 함정 1118척이 손상을 입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발발한 여러 전쟁(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란/걸프전 등)에서 미 해군 함정이 기뢰, 유도탄, 어뢰, 전투기 등으로부터 공격받아 입은 피해 횟수를 보면 기뢰 공격을 받아 입은 피해가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기뢰의 분류 및 종류= 기뢰는 부설작전, 부설수단 또는 부설수심에 따라 분류할 수 있으며, 발화방식 및 감응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의 기뢰가 있다. 부설작전에 따라서는 적 항만에 부설하는 공격용과 아항만 및 공해상 수로에 부설하는 보호용 및 방어용 기뢰가 있으며, 부설수단으로 구분하면 수상함용, 잠수함용 그리고 항공기용 기뢰가 있다. 부설수심에 따라 분류하면, 계류색(wire, chain)에 연결되어 기뢰가 수면으로부터 일정한 수심에 위치하도록 설계된 계류기뢰, 해저에 부설하도록 설계된 해저기뢰, 부설된 후 일정한 수심과 위치를 유지하지 않고 파도 및 조류에 따라 자유로이 이동하는 부유기뢰가 있다. 발화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기뢰 몸체 또는 그 부착물이 함정에 접촉되어 발화장치가 작동해 폭발하는 접촉기뢰, 물리적인 접촉에 발화하지 않고 함정에서 나오는 자기 및 음향 또는 압력 등에 의한 감응으로 발화해 폭발하는 감응기뢰, 원격에서 기뢰 발화장치를 조종해 폭발시키는 조종기뢰 등이 있다.


이중 해저기뢰가 가장 많이 운용되고 있으며, 발화방식에서는 자기, 음향 및 압력 등에 의해 탐지 및 기폭이 되는 감응기뢰가 대부분이다. 감응기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뢰로서, 표적함정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함정 주변의 자기, 음향, 압력 등과 같은 물리량의 변화를 원 거리에서 감지하여 폭발하게 되는데, 이러한 물리량의 변화 중에서 하나 또는 몇 가지를 조합함으로써 사용하게 된다.


자기감응 기뢰는 모든 함정은 일정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움직임은 지구 자전력의 방향을 서서히 바뀌게 하거나 자기장의 세기를 변하게 하는데, 자기감응 기뢰는 바로 이러한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기폭하게 된다.


음향감응 기뢰는 함정이 운항할 때 발생하는 엔진이나 프로펠러의 기계소음 또는 물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유체소음 등의 수중음향을 감지하여 폭발하는 기뢰이다. 이러한 함정 소음은 함정의 크기와 형태, 프로펠러 날개 모양 및 개수, 함정 속도 등에 따라 많은 차이를 나타나게 되는데, 음향감응 기뢰는 하이드로폰이라는 음향센서를 통해 수신되는 수중음향 중의 특정 음에 대한 변화율과 크기를 분석함으로써 함정 여부를 판단하여 기폭하게 된다.


압력 감응기뢰는 함정이 움직일 때 끊임없이 물의 흐름이 존재하며, 이 흐름에 의해서 미세한 수압의 변화가 발생한다. 속력이나 수심 등의 함수로 표현되는 이런 현상을 정밀한 압력센서를 이용하여 감지함으로써 폭발하는 것이 압력감응 기뢰인데, 유사한 압력변화를 유발하는 대양의 큰 파도나 심한 조류의 변화에는 감응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기뢰는 소해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아군의 소해작전에는 제한요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대부분의 기뢰 들은 자기, 음향 및 압력센서 중에서 2~3개의 센서 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적의 소해를 보다 어렵게 하고 기뢰의 작동 신뢰도를 한층 높인 복합감응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기뢰의 발전방향= 1차 세계대전 이전에 개발되어 운용되었던 접촉식 기뢰는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원격 감응능력을 갖춘 감응식 기뢰로 발전했고, 오늘날 현대 기뢰는 전자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다. 기뢰대항체계에 대한 대응(MCCM : Mine Counter-Counter-Measure) 능력과 고도의 표적식별 능력을 갖춘 지능기뢰, 잠수함에서 발사하여 원거리 목표지점까지 자체추진으로 부설하는 자항기뢰, 기뢰를 GGB(GPS Guided Bomb)에 장착하여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활공기뢰, 캡슐 안에 내장된 어뢰가 음향으로 목표물을 탐지한 후 자체 추진으로 추적, 공격하여 파괴하는 능동추적기뢰(CAPTOR: enCAPsulatedTORpedo) 및 이를 개선 보완한 LSM(Littoral Sea Mine) 등이 등장하는 등, 점차 복합무기체계화로 발전되어가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발전방향을 살펴보면 크게 기뢰 부설수심의 증가, 감응신호의 다양화 및 정밀화로 탐지성능의 향상, 부상탄두 기술적용 등으로 파괴위력의 증대, 스텔스 기술적용 등으로 MCCM 능력 강화, 기뢰ㆍ대기뢰전 전술운용개념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뢰가 비록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무기체계이지만 미래의 잠재력과 효용성을 갖춘 비대칭 무기체계로서 계속 확산하는 추세이며 해군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술적, 전략적 무기체계임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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