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불안한 국가안보에 너도나도 국방비를 늘린 탓이다. 선두주자에 나선 나라는 미국이다. 압도적인 전력을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데 이어 서반구 등 다른 지역에도 군사력 투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국방비 증액은 뒤따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도 국방예산을 1조5000억달러(약 2176조원)로 늘리겠다고 했다. 미국의 연간 국방비는 약 9000억달러로 전 세계 최대 규모이며, 글로벌 방위산업 수출의 약 42%를 차지한다.
미국 방산시장이 커지자 K방산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이 첨단 무기 개발에만 집중하는 사이 해군 함정과 지상 무기 등 재래식 전력의 노후화가 누적되며 전력 공백만 커졌다. 여기에 인력과 인프라까지 한계에 달하고 있는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K조선에 러브콜을 하고 있다. K조선은 조선 기반 경쟁력, 대량 양산 체제, 검증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른 방산기업도 마찬가지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미국 F-15 전투기에 탑재되는 항공전자 장비인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MFD)'를 수출했다. LIG넥스원은 다연장 유도무기 '비궁'이 미군 시험평가를 통과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포탄용 모듈형 추진 장약(MCS)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여기에 K9 자주포를 앞세워 미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 참여도 추진 중이다.
커지고 있는 미국 방산시장에는 변수도 숨어있다. 미국 국방예산이 해외 방산기업에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국의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 보잉, RTX 등은 첨단무기를 생산해왔다. 세계 최강전력이라고 불리는 F-22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 B-2 스텔스 폭격기가 대표적이다. 이들 무기를 만드는 사이 생산성은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약 처방을 내렸다. 방산 기업 경영진에 대한 배당금이나 높은 보수 지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국내 방산기업들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는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상호국방조달협정(RDP-A)이다. RDP-A는 체결국 간 국방 조달 시장에서 관세와 '미국산 우선구매법' 적용을 완화하는 제도다. 미국은 영국, 일본, 독일 등 28개국과 이미 협정을 체결했지만 한국과의 협의는 2022년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수출이 이뤄지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외교적으로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군사력을 투입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에까지 군사 옵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방비 대폭 확대가 기본적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급격하게 강화될 무력을 향후 중국 등의 팽창을 견제하는 데 쓸지, 서반구에서의 패권을 뜻하는 이른바 '돈로주의' 강화에 투입할지는 미지수다. 태국에 수출한 국산 T-50 훈련기가 태국·캄보디아 전쟁에서 실전에 투입되면서 캄보디아의 분노를 샀다는 점을 감안하면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동맹에도 부담이다. 미국이 더 강하게 무장할수록 동맹을 향한 요구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증액 자체가 곧 동맹에 대한 역할·비용 분담 압박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