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헤이룽장성을 시찰하면서 '신질(新質) 전투력'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영어로는 새로운 품질(new quality), 중국어로는 새로운 생산과 합쳐진 생산력으로 해석된다. 이후 신질이란 단어는 국방에도 적용됐다. 신질 전투력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전투력이란 의미다.
신질 전투력은 이미 실행 중이다. 이달 중국 인민해방군(PLA) 상륙부대는 '기계 늑대'를 처음으로 투입해 인간과 함께 훈련했다. 대형드론도 등장했다. 자동 폭격 장치를 탑재해 무방비 상태이거나 임시 엄폐물만 갖춘 교두보에 있는 적을 노렸다. 고속 자살 드론은 폭발물을 탑재해 개별 병사나 경전투 차량으로 돌격한 뒤 폭발하는 방법으로 타격했다. 군뿐만 아니라 중국 공안도 실전에 로봇을 배치했다. 경찰 로봇은 타이어 모양이다. 최대 시속 35㎞ 속도로 범죄자를 추적하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카메라 센서로 안면 인식을 통해 지명수배자를 식별하며, 그물총도 발사할 수 있다.
중국이 국가안보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무기를 신속히 배치할 수 있었던 것은 결단과 추진력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등 국가 전략을 통해 로봇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했다. 2023년 10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혁신 및 발전을 위한 지도 의견'을 통해 2027년까지 세계 선두 수준의 기술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에서 '지도 의견'은 중국 정부와 당 차원에서 특정 정책에 대해 내리는 지침으로 강한 강제력을 갖는다.
성과는 바로 나왔다. 지난 4월 세계에서 처음 개최한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에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모든 변수가 통제된 실험실이나 한정된 실내·외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 공간인 도심으로 나왔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올해 초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말한 '피지컬 AI'의 대표 기술이다. '피지컬 AI'는 컴퓨터 속에만 존재하던 AI가 로봇 같은 기계에 탑재돼 인간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기술을 말한다. 중국은 이젠 세계 드론 시장 70% 장악을 넘어 방위산업용 AI 시장까지 점령하려 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용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93억1000만달러(약 13조원)에서 2030년 192억9000만달러(약 2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년 전부터 AI를 내세우고 있는 우리 군의 실정은 어떨까. 2022년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투로 드론작전사령부를 허겁지겁 창설하고 아미 타이거 4.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제자리다. 군내에는 AI 기술과 군사 전략을 모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AI 교육 체계도 미비하다. 민간 전문가들을 군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없다. 보안이란 이름으로 민간과 데이터 공유도 꺼린다. 각 군의 이기주의로 통합된 지휘체계도 없다. 민간기술을 신속히 도입할 시스템도 없다. AI 로봇을 전력화하는 데만 제도상 10년은 족히 걸린다. 미국과의 연합훈련에서도 AI는 제외된다. 재설계가 필요하다. 민군이 협력할 수 있는 제도, 조직, 인재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에 당장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결단'이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