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지휘관이 필요한 K방산

최종수정 2025.09.29 09:18 기사입력 2025.09.29 07:34

군 지휘관들이 장성으로 진급하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삼정검(三精劍)'을 받는다. 삼정검은 대한민국 국군의 세 가지 기본사명인 삼정(三精·호국, 통일, 번영)을 새겨 넣은 의전용 장검이다. 칼날에는 대통령의 자필 서명과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 등이 새겨져 있다. 현 정부엔 삼정검이 없는 불운한 장성들이 있다. 지난해 11월 장성으로 진급한 육·해·공군 진급 대상자 78명이다. 이들의 진급 신고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무기한 연기됐다. 뒤늦게 진급 신고는 했지만 삼정검을 줄 대통령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방부는 올해 5월 장성 진급자들에게 삼정검을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 입구에 있는 국방컨벤션 지하 주차장에서 수령하라고 통보했다. 삼정검에 새겨진 서명은 더 치욕적이었다. 대통령의 자필 서명이 있어야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까지만 새겨졌다. 충성을 바칠 지휘관도 없는 검이었다.


현 정부 들어 지휘관 없어 불운해진 방위산업 기업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윤석열 전 정부에 임명된 강구영 전 사장은 취임 초기 임원 21명을 해임했다. 빈 공백은 측근들로 채워졌다. 방만한 인사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KAI의 매출은 8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다. 매출이 168.7% 증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6.3% 늘어난 LIG넥스원, 29.5% 상승한 현대로템과 대조적이다.


국내 수주는 고배의 연속이다. 총사업비가 1조원에 달하는 블랙호크 기동헬기 성능개량 사업은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위성 5호' 개발 사업과 전자전기 사업은 LIG넥스원에 밀렸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발을 빼는 모양새다. 강 전 사장이 올해 초 사업의 수주 다변화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성과는 어디에도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의 새 지휘관 임명은 함흥차사다.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장 인사까지 지연되면서 KAI 사장인사는 허공만 맴돌고 있다.


방산을 총지휘할 방위사업청장도 마찬가지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 당시 취임한 만큼 정권 교체에 따라 차기 청장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각종 사업에 잡음만 만들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는 군사기밀 유출 전력이 있는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다. 반면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 사업은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며 군사기밀 유출 전력이 있는 기업을 참여시켰다.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는데 기준도 없다. 다목적 무인차랑 구매 사업은 규정에도 없는 제안서를 추가로 받아 잡음을 만들었다. 업계에서 이미 물러났어야 하는 지휘관이 자리만 채우고 있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휘관이 없는 K방산의 앞날은 더 깜깜하다. 인력, 시설 등에 투자했지만 회수 시점이 막막한 미국 조선 유지·보수·정비(MRO)사업, 돈은 풀렸지만 K방산 진출 기회가 줄어든 유럽 시장, 형체도 없는 인공지능(AI), 무인체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삼정검을 지닌 책임 있는 K방산 지휘관이 필요할 때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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