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무기신속도입, 말에 그치면 안된다

최종수정 2023.12.29 11:31 기사입력 2023.12.29 11:31

중복 평가 요소 삭제 등 정책부터 마련해야

2011년 국방부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는 K-9 자주포였다. 국회의원들은 K-9에 장착된 컴퓨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학생이 쓰는 컴퓨터도 펜티엄급인데, K-9에 장착된 컴퓨터가 386급, 486급 구식 도스(DOS) 컴퓨터라는 문제제기였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표적을 계산하는 포병의 컴퓨터 전술통제기에 쓰이는 4GB짜리 이동식 저장장치(USB)가 개당 95만원에 납품됐다고 꼬집었다. 그 USB는 온라인에서 몇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다. 이러니 ‘최강 자주포’란 이름이 무색해졌다.


왜 그랬을까. 속사정은 이렇다. K9이 개발됐던 1990년 초에는 USB가 없었다. 하지만 군은 요구했다. 저장용량만 4GB였다. 민간시장에도 없는 대용량 USB를 군에서 소량으로 요구하다 보니 개발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정작 USB를 개발하니 K-9의 도입이 늦어졌다. 군 기관들이 개발 단계부터 압력을 행사하는 등 개입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K-9이 배치될 때쯤 USB는 흔한 저장장치가 돼 있었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은 2014년부터 신속획득법(OTA)을 개정해왔다. 신속획득법은 2~5년 이내에 무기체계를 개발하거나 개발된 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 육군은 무기 도입 때까지 관여하는 부서와 기관을 통폐합해 미래사령부(AFC)도 신설했다. 무기 도입 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미군은 앞으로 무기 도입 기간을 더 줄여 인공지능(AI)과 군집드론을 탑재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부터 드론 결합 장갑차, 극초음속 유도무기 등 21세기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국의 국방혁신센터(IRIS), 프랑스의 국방혁신국(DIA)도 무기 도입 기간을 줄이려는 혁신에서 나온 조직들이다.


물론 우리 군도 노력은 했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 신속시범획득사업을 도입했다. 신속시범사업에 선정된 업체는 계약 체결 후 6개월 안에 제품을 군에 납품해야 한다. 하지만 성과에만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독이 됐다. 지난해 말까지 선정된 사업은 30개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16개가 납품기한을 맞추지 못했다. 신속 사업이 늦장 사업으로 전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위사업청이 사업 선정 때부터 납품 가능 여부 등을 따져보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해안 경계용 수직이착륙 드론이다. 군은 개발도 안 된 드론을 넘기라고 재촉했다. 납품해도 문제다. 추가 계약은 없다. 개발비를 쏟아부은 방산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조차 못 해보고 손해만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국방혁신위원회 제3차 회의를 주재하며 "군 수요 제기 이후 가장 이른 시일 내 실전 배치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절차를 과감하게 혁파하고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절차를 신무기 체계 도입에 적용할 경우 시간이 지체돼 적기에 실전 배치가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군도 맞장구를 쳤다. 무기체계 평균 획득 기간을 현재 14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복된 평가 요소 삭제, 규제 제거, 인센티브 강화 등 우선 다각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의 명장 손자는 ‘속전속결(速戰速決)’를 강조했다. 현대전에서의 속전속결이란 신기술 선점을 뜻한다. 말뿐이 아닌 정책이 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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