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학무기 2500~5000t 규모 보유
美 "북, 비정규군 통해 화학무기 살포 우려"
軍, 생화학무기 탐지장비 확충 시급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 꾸준히 생화학무기를 개발, 현재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전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신경작용제인 ‘사린(Sarin)’ 등 화학무기 2500~5000t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시 4500t, 전시에는 1만2000t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를 담당하는 곳은 국방위원회 산하 제2경제위원회 5국이다. 북한은 화학전과 관련해 5국이 관할하는 아오지화공장, 청진화공장, 함흥28 비날론공장 등 9개 시설을 운용 중이다. 군 당국은 이곳에서 탄저균, 천연두, 콜레라 등의 생화학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생화학무기는 최근 중동지역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베긴·사다트전략연구센터의 알론 레프코위츠 연구위원은 지난달 미국의소리(VOA)와 화상 인터뷰에서 "헤즈볼라에 (북한)생화학무기가 반입됐다는 징후가 있었다는 추정과 함께 큰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생화학무기는 적에게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기이지만, 일정 반경에 있는 민간인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생화학무기 생산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2023 대량 살상무기(WMD) 대응 전략’에 따르면 북한은 화학무기 위협은 치명적인 수준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화학작용제 수천t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와 탄도미사일, 비정규군을 통해 화학무기를 살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14년에 WMD 대응 전략을 마지막으로 발간한 이후 9년 만에 업데이트 된 것이다.
군 일각에서는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생물무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는 물론, 백신도 부족한 형편이다. 우리 군이 북한의 생물학무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는 생물독소감시기체계, 생물학정찰차, 휴대용 무기진단킷 3종류다.
하지만 생물독소감시체계는 물질을 감지하고 성분을 분석하는 데만 2~3일 소요된다. 군은 생물독소 감지기를 2014년부터 주요작전시설과 항만, 비행기지 등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예하의 화학방어연구소는 13종을 모두 분석할 수 있지만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하다. 북한의 생물무기 13종류 중에 생물학정찰차는 4종류, 휴대용 무기 진단킷은 7종류만 감지할 수 있다.
화학전에 대비한 물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군은 북한의 생물학전에 대비해 백신 3종류와 항생제 2종류를 보유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탄저 백신은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탄저균은 감염력이 크고 치사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 두창 백신은 27만 1100명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미측에 탄저균 백신 구입을 문의했지만, 물량이 부족하고 해외에 판매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