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발사체, 페어링 등 기술이전 가능성
내달까진 시간 촉박해 발사시점 미룰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군사정찰위성 개발 지원을 공언하면서 북한이 예고한 내달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달까지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기는 사실상 힘들지만, 러시아 기술진이 사전에 먼저 점검을 하거나 발사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지도자급에서 위성 개발 협력을 공공연히 밝힌 이상 북러는 신속하게 이행에 나설 공산이 크다.
북한이 러시아에 관심을 보이는 기술은 군사정찰위성이다. 북한은 지난 8월 제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시도에 실패한 건 지난 5월31일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은 10월 중 정찰위성의 3차 발사 시도를 예고해둔 상태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노동당 창건 제78주년인 10월10일에 즈음해 정찰위성 발사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러시아에 위성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다면 발사체 기술이 될 것이란 것이 군 안팎의 전망이다.
위성으로 정찰을 하려면 위성이 저궤도에 위치해야 하는데 북한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위성으로부터 자료를 전송받는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위성사진의 ‘퀄리티’ 문제는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항이다. 북한 위성 본체 ‘만리경 1호’는 지난 5월 1차 발사 실패 이후 우리 군에 인양돼 부실한 성능이 밝혀졌다. 한국과 미국은 공동 조사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시험품에서 촬영했다며 공개한 서울 도심과 인천항 사진을 본 일부 전문가가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하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누가 일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러시아 위성 직접 사거나 임대해 필요 정보만 습득할 수도
이에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체, 위성에 탑재하는 카메라 등을 제공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을 직접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다만, 러시아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갈 때 정보를 주려면 지상 설비 등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두 번 연속 우주발사체 발사에 실패한 것은 근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작 기술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발사체 기술을 도움받는다면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살펴본 ‘안가라’ 로켓을 활용할 수도 있다. 안가라 로켓은 2013년 발사에 성공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1단과 엔진이 같다. 나로호 성공 배경에 안가라 로켓이 있었던 것으로, 이 로켓이 북한에 간다면 남북이 러시아 기술을 공유하는 셈이 된다.
다만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두 차례 실패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천리마 1형’ 발사체를 북한이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새 체계를 적용한다면 시간상으로 다음 달 진행하기로 한 3차 발사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내달 3차 발사 진행 때 러시아기술진 파견하거나 시점 미룰 수도
이에 러시아가 ‘천리마 1형’ 개발을 돕는 방안이 제기된다. 북한은 화성-15형 등 기존 ICBM에 들어간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을 토대로 천리마-1형 엔진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애초 백두산 엔진이 러시아제 RD-250 엔진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러시아가 북한의 로켓 엔진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고공 엔진인 2단과 3단 엔진의 작동 환경을 구현할 ‘고공 체임버’를 갖춘 연소시험장 등은 구비하지 못해 러시아가 이들 고급 시험설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북한은 화성-15형 등 기존 ICBM에 들어간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을 토대로 천리마-1형 엔진을 개발했는데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시험 설비를 제공하거나 시험을 자국에서 대행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기술 이전도 필요해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과 관련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며 조만간 ICBM 정상 각도 발사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북한이 ICBM 기술 최종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을 처음 언급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ICBM ‘완성’에 필요한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위성 관련 기술을 받는 것은 확실하지만 발사체계를 다시 바꿀 경우 오랜 시간이 걸려 필요 부분만 도움을 받아 위성을 다시 쏘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