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한화시스템, 저궤도위성 기반 '우주인터넷' 본격화

최종수정 2023.08.29 07:36 기사입력 2023.08.29 07:36

아나시스 군위성 이후 통신 대비
전송용량 부족 문제 해결 급선무
저궤도위성 기반 통신체계 활용 목소리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용 위성은 1995년에 발사된 무궁화 1호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위성 연료가 빨리 소진되면서 4년 만에 폐기됐다. 이후 1996년 무궁화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우리 군은 같은 해 6월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예하에 위성 중대를 개편해 제1문서고(B1)와 제3문서고(U3)를 중심으로 위성을 활용한 통신망을 구축했다. 문서고는 유사시 전쟁지휘본부가 꾸려지는 곳으로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군 지휘통제 시스템, 전산망 등을 갖추고 있다. 매년 북한의 전면 남침을 상정한 한미 연합지휘소 연습 때마다 군 수뇌부는 이곳으로 이동해 지휘한다.




군은 2006년 8월에 민·군 겸용으로 개발된 무궁화 5호 위성을 정지 궤도에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본격적인 군 위성통신 시대를 맞는다. 이어 2020년 7월21일 군 전용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를 확보, 독자적인 군 위성통신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전송용량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해외 파병부대가 이리듐, 트라야 등 민간 상용 위성을 임대해 사용하고, 육군 2작전 사령부는 2019년에 KT SAT 위성 주파수를 임대해 위성통신체계를 설치한 이유다. 해병대도 위성 대역폭을 보강하기 위해 상용 위성을 임대하여 상륙군 지휘소용 다목적 해병대 위성통신체계(M2SAT)를 구축했다.


군 안팎에선 저궤도위성 기반 통신체계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전 세계는 저궤도 소형위성이 대세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고도 160~2000km 상공을 이동하는 위성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저궤도 위성의 통신 지연율은 0.025초로 정지궤도 위성통신의 0.5초, 해저 광케이블의 0.07초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위성이 지상에서 가까운 낮은 궤도에서 움직이며 전파 왕복 시간이 짧아 전파손실도 적기 때문이다.


민간시장도 저궤도 소형위성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스페이스-X는 1584개의 소형위성을 550km 궤도에 성공적으로 발사해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 위성 통신사업자인 텔레셋(Telesat)은위성 간 광통신 기능을 갖는 저궤도 위성을 극궤도와 경사궤도에 각각 78개, 220개씩 발사할 계획이다.


국내기업 중에는 한화시스템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회선설비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자체 통신망을 구축하지 않지만, 영국 위성 인터넷 업체 원웹(OneWeb) 저궤도 통신망을 활용해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우주 인터넷’ 서비스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원웹은 저궤도 소형 위성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등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 인터넷 업체다.


원웹은 지난해 10월에 러시아가 위성 발사를 거부하면서 인도 로켓으로 위성을 날려 보냈다. 당시 정상궤도에 오른 위성은 총 36기다. 지난 5월 말 원웹이 보유한 위성은 634기다. 이는 전 세계를 모두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수다. 자금난도 해결됐다. 2020년 3월에는 자금난을 겪으며 파산 신청을 했지만, 한화시스템이 3억 달러(투자 당시 약 3450억 원)의 투자에 나서면서 기사회생했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통해 군 저궤도 위성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가장 먼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초소형 SAR 위성으로 탐지한 전장상황 정보를 저궤도 위성통신과 지상망으로 실시간 공유해 전장 전체를 연결하는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 항공기·선박·기차·차량·도심항공교통(UAM) 기체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B2B 통신 서비스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지상국을 거치지 않고 단말 간 직접 통신을 가능케 해 대용량 데이터를 지연 없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첨단 디지털 통신 중계기(OBP), 위성 간 레이저 통신 시스템(ISL)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발사된 저궤도 위성이 노후화돼 교체되는 2세대(Gen2) 시기에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원웹 부품공정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