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33도 주행시험 '아찔'…군수차량 탄생 현장

최종수정 2023.05.23 16:05 기사입력 2023.05.23 06:30

기아 광주공장 군수공장 방문
생산동 출입자는 물론 부품까지도 통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운송수단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BMW가 제작한 군용 오토바이와 4륜 자동차로, 압도적인 기동성을 자랑했다. 이에 미국은 할리 데이비슨에 군용 오토바이를 의뢰했고, 오늘날 지프의 원형인 '윌리스-오버로드'가 탄생했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메리칸 모터 코퍼레이션(AMC)은 윌리스를 인수했다. 아시아자동차(현 기아)는 1977년 AMC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군용차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46년이 흐른 지난달 30일, 전남 광주에 있는 기아 공장에서 군용 차량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3.6만평 끝이 보이지 않는 공장…1시간에 1.6대 생산가능


기아 공장의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넓이만 12만㎡(3만6000평)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공장 안애는 ‘기아’ 로고가 새겨진 대형버스 수십여대가 이 공장의 소유자를 알렸다. 공장에선 대형버스와 군용 차량이 만들어지는데, 생산라인은 좌우로 명확히 구분됐다. 좌측 군용 생산동 앞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출입을 제한시켰다. 출입자는 물론 부품 하나까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였다.


군용 생산동에 들어서자, 양 옆에 긴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길이만 197m에 달했다. 왼쪽은 차량 몸에 해당하는 바디(body)생산라인, 우측은 차량 골격에 해당하는 프레임(frame)생산라인이다. 두 라인에서 생산을 마치면 생산라인 중간에서 결합한다. 공장바닥은 초록색이었지만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노란색 테이프로 구분했다. 사고 예방 차원이다. 프레임 생산라인은 바닥이 앞으로 조금씩 전진했다. 1.25t 트럭의 경우 36분마다 1구간씩 움직여 다음 작업을 진행한다. 1.25t 트럭이 시간당 1.62대가 생산될 수 있다. 이 라인에선 연간 소형전술차량 2700여대가 만들어진다. 작업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작업자들이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어 보였다.

일반차량과 프레임 열처리 방법도 달라…33도 등판시험장도 거뜬히 주행

5m 길이의 프레임은 일반 차량과 달리 고장력강판을 사용한다. 군수차량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민수차량과 열처리 방법이 다르다. 그만큼 더 튼튼하다. 또 다른 점도 있다. 군수차량은 민수차량과 달리 모든 차량의 열쇠가 동일하다. 전시에 투입되는 차량이기 때문에 누구든 운전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라인 중간쯤 가자 바디와 프레임이 결합됐고 마지막엔 엔진과 엔진오일도 주입됐다.


완성된 군수차량의 성능을 보기 위해 등판시험장으로 옮겼다. 등판시험장에는 10m 높이의 작은 언덕이 있었다. 언덕의 각도는 33도다. 사람이 걸어 올라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업체 관계자와 함께 전술소형차량에 탑승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차량 앞부분이 하늘로 치솟자 손은 절로 손잡이에 가 있었다. 정점에 올라 내려오는 길은 마치 놀이기구처럼 아찔했다. 등판을 다 넘었다 싶었지만, 후진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몸이 쏠려 차량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엔진 굉음과 함께 가뿐히 정점까지 다시 올랐다.


소음·진동·거슬림(MVH)시험을 하기 위한 주행시험장에서 직접 운전해 달려봤다. 운전석은 민수차량과 동일하게 자동변속기, 네비게이션 등이 장착됐다. 하지만 코너 구간을 달리자 차량이 바닥에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폭도 더 넓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간격은 1m나 됐다. 운전대는 일반 승용차와 달랐다. 회전량이 민수차량보다 많았다. 동일한 각도로 앞바퀴를 회전시키더라도 운전대를 2배가량 더 돌려야 했다. 험지를 주행할 때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한 것이다. 반면, 경주용자동차는 직진하는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운전대 회전량은 일반차량보다 훨씬 작다.


기아는 2018년 ‘중형표준차량(2.5t·5t) 및 5t 방탄킷 차량통합 개발용역’ 사업을 수주했다. 내년까지 육군 신형 중형표준차량과 방탄트럭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재 운용 중인 2.5t과 5t 트럭은 1977년 개발된 것으로 노후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 차량이 개발된다면 내년부터 2.5t 트럭 7000대, 5t 트럭 3400대, 5t 방탄트럭 600대 등을 일선 부대에 배치할 계획이다. 6·25전쟁이 끝난 후 미국이 버리고 간 군용차량을 타던 우리 군은 이제 자체개발국을 넘어 각국에 수출하는 군용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소형전술차량사업은 2025년 차량 양산종료 때까지 지속적인 품질개선을 통해 명품 전술 차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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