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클럽]전력화 10년 수리온, 더 높이 날아야

최종수정 2023.05.22 13:19 기사입력 2023.05.22 13:19

불곰사업 통해 들어온 러시아 헬기
야간화재 진압 못하고 유지비용 커
러시아 헬기 대신 국산헬기 수리온 활용 늘려야

1992년 노태우 전 정부는 구소련에 내줬던 14억7000만 달러 규모 경협차관을 회수하지 못하자 돈 대신 군사장비를 받아왔다. 일명 ‘불곰 사업’이다. 불곰사업으로 도입된 장비는 전차와 BMP-3 보병전투차, 공기부양정이다. 산불 끄는 헬기’로 알려진 러시아 카모프 KA-32 헬기도 이 때 들어왔다. 현재 해경·산림청·소방청·국립공원 등 정부 기관이 운용하고 있는 KA-32 헬기는 42대다.


최근 KA-32 헬기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정부가 대(對)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면서 유지보수·수리(MRO)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면서다. 산림청이 최근 5년(2016~2020년)간 산불 진화 헬기 40대를 정비하기 위해 쏟아부은 재정만 276억52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효율성은 떨어진다. KA-32 헬기는 야간산불에 투입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S-64 헬기도 마찬가지다. S-64 헬기 4대를 지난 정부에서 1200억여원을 주고 사들였지만, 국내 야간운항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야간산불진화에 투입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4월 고성·속초산불의 경우 오후 7시 전후의 야간시간대 발화됐지만 진화헬기가 제때 투입되지 못해 도심까지 산불이 확산하기도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368건 중 야간산불은 665건(14.1%)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구소련 경협차관은 433억원이 남았다. 러시아는 국내 헬기 입찰마다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쓸모없는 러시아 헬기를 더 들여오기 보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수리온(KUH-1·SURION)을 활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상 산림청과 소방청에서 보유한 헬기 중 야간산불 현장에 투입 가능한 기종은 수리온이 유일하다. 2020년 4월 안동 산불을 첫 시작으로 이번 동해안 산불에도 투입돼 산불 진화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수리온은 1855마력의 강력한 엔진 2개를 장착해 완전무장 병력 9명을 태우고 약 2시간30분 동안 한반도 전역에서 작전할 수 있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백두산(2744m) 정도의 높이에서 제자리 비행도 가능하다. 수리온 기반의 파생형으로는 의무후송 전용 헬기 메디온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만들어졌다. 향후 소해헬기와 상륙공격헬기가 개발되어 우리 군에 전력화될 예정이다.


수리온은 올해 출시 10년을 맞는다. 관과 군에서 사용 중인 10여 종류의 헬기를 모두 수리온 파생형 헬기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헬기 MRO 시장은 해외 외주 정비가 55%에 달하는 등 수입산 무기의 유지와 보수에서 많은 부분을 해외업체에 의존하면서 정비 가격이 올라가고 정비 속도가 더딘만큼 수리온으로 대체하면 경제적 이점이 크다.


수출 전망도 밝다. 업계는 향후 25년간 1000대 이상 판매되는 동급 헬기 시장의 30%를 수리온이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당 가격을 200억원이라고 계산하면 6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다.


수리온 활용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래 전장에 핵심이 될 유무인복합체계(MUM-T·Manned-UnManned Teaming)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유무인복합체계는 헬기와 무인기 간 협업이 가능한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손꼽힌다. 유무인복합체계가 무기체계화되면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 헬기와 무인기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편대 운용이 가능해진다. 헬기의 생존 확률과 작전 효율성이 대폭 높아진다는 의미다.


수리온은 국산 헬기의 성능을 한층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헬기 운영유지비 절감과 가동률 향상 등의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전력화 10주년을 맞이한 수리온이 멈추지 말고 날아야 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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