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클럽]‘넬슨 터치’ 리더십이 필요할 때

최종수정 2023.05.18 06:46 기사입력 2023.05.12 06:40

영국 100년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이끈
트라팔가 해전 지휘한 넬슨 제독
성과 생색내기와 자리 욕심 없어



트라팔가 해전은 한산대첩, 살라미스 해전, 칼레 해전과 함께 역사가들이 손꼽는 '4대 해전' 중 하나다. 트라팔가 해전은 나폴레옹이 1805년 10월 스페인 연안 트라팔가에서 영국을 정복하기 위해 프랑스와 스페인 연합 함대 33척을 출동시키면서 시작됐다. 영국은 허레이쇼 넬슨(Horatio Nelson)제독이 이끄는 함대 27척으로 맞섰다. 결과는 영국의 완승. 이 승리로 영국은 약 100년간 전 대양을 지배하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됐다.


국력을 끌어올린 넬스 제독에 대한 영국인의 예우는 깍듯하다. 넥슨 제독은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졌다. 영국 역사에서 왕족을 제외하고, 국장의 예우를 받은 것은 넬슨 제독과 웰링턴 공작, 윈스턴 처칠 등 단 세 명뿐이다. 넬슨 제독의 동상은 지금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우뚝 서 있다. 55m 높이의 돌기둥 위에 넬슨 제독이 청동사자 4마리를 거느리며 영국인의 기상과 의지를 뽐낸다.


영국민은 전투에서 오른쪽 눈과 오른팔을 잃은 넬슨을 영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손꼽는다. 이유는 하나다. 자신의 성과에 대한 생색내기와 자리 욕심이 없어서다. 자신보다 부하를 더 챙겼다. 의사에게 자신의 부상보다 부하를 먼저 치료하라고 지시한 일화는 유명하다. 부하들은 넬슨의 리더십을 ‘흡사 몸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며 ‘넬슨 터치(The Nelson Touch)’라 불렀다.


우리 군에는 넬슨의 리더십이 안타깝게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의 상황을 발견하기 쉽다. 일례로 김승겸 합참의장은 지난해 12월 경기 북부 3보병사단 방공진지 찾아 무인기 방공태세를 강조했는데, 열흘 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토를 침범했다. 우리 군은 격추에 실패했다. 군은 이를 만회라도 하듯 13일 지나 소형무인기 격멸 훈련을 실시한다고 알렸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김 의장의 현장 행보를 알리는 홍보자료가 쏟아졌다. 김 의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25차례나 현장점검 자료를 냈다. 역대 의장들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동정 자료를 배포한 것과 비교하면, 김 의장은 2배에 달한다.


군 지휘관은 통상 현장점검을 알리지 않는다. 지휘관의 동선을 통해 우리 군의 대비 태세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알리는 경우가 있지만,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는 전국지휘관회의 등 지휘관의 동선은 그동안 공개에 신중했다. 군 안팎에선 김 의장이 무인기 사건 이후 과도하게 성과에 집착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건강 이상설로 군 사기를 흔드는 사례도 있다. 전동진 지상작전사령관의 경우 지난해 1군단장 이취임식 때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되면서 군단장 시절 앓던 지병이 악화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1월 지작사 창설 4주년 기념식에서는 자세가 흐트러져 주변 간부들을 긴장시켰다. 이후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첫날 화상회의시스템(VCT)에서 회의를 하던 도중 이상증세를 보여 화상카메라가 긴급히 다른 화면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로 임기 1년도 채우기 전에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올해 전반기 인사에선 자리를 유지했다.


지작사는 차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연계해 한미 연합자산을 지휘통제하는 연합지상구성군사령부의 역할을 하는 만큼 지휘관의 체력은 필수 요건으로 꼽린다. 군인들은 매수 수요일 전투체육의 날로 정하고 체력 단련을 하는데, 건강이 좋지 못한 지휘관이 강인한 체력을 강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휘관의 리더십은 홍보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리를 지킨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넬슨 터치(The Nelson Touch)’의 리더십은 부하들의 입을 통해 나왔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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