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클럽]신(新)냉전구도와 선택의 시간

최종수정 2023.04.13 16:51 기사입력 2023.03.03 09:1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계기
미국 중심 서방국 vs 중국·러시아 등 쪼개져
서방과 동행 vs 실리 외교, 현명한 선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났다. 피해는 컸다. 세계 2차 대전 후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국민 30%에 달하는 800만명이 난민이 됐고 실향민만 650만명이 생겨났다. 다행히 주변국이 나섰다. 폴란드는 18개월간 난민에게 기본적 복지 서비스와 노동 기회를 부여하고, 난민을 집에 데려온 국민에게는 하루 40즈워티(약 1만1600 원)를 주기로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도 우크라이나 실향민 지원에 필요한 성금을 모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한계는 보인다. 각국은 난민 수용시설이 부족해지자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난민 등을 태운 국제 구호단체의 선박 처리 문제를 놓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이 서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갈등을 벌인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


국가간 대결 구도는 더욱 격화됐다. 서방 대 비(非)서방,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나뉘어 ‘신(新)냉전 시대’를 알렸다. 미국·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손을 잡았다. 나토와 EU는 5년 만에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각 국가의 안보를 위해 상호 보완적이고 강화된 역할을 하자”고 했다. 자체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EU로선 부족한 방위력을 메우기 위해선 나토의 우산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토는 중국도 견제했다.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2022년 전략개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했다. 반대편 노선의 밀월도 강화됐다.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규탄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할 당시 기권하는 등 러시에 제재에 제동을 걸었다. ‘무제한 협력’(no-limits partnership)까지 선포했다.


우리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북한 때문이다. 혼돈의 국제 정세를 틈타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전례 없는 무력 시위를 잇달아 벌였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반대로 안보리 규탄 성명조차 번번이 무산됐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미국과 서방의 포괄적 고강도 제재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러시아와 북한의 전략적 제휴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서방과 행동을 함께 할 것인지, 실리외교를 이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외교적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 고도화를 제어하려면 ‘K-방산’을 대거 수입한 폴란드나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하는 것이 첫번째 선택지다. 우크라이나에 경제·인도적 지원 외에 살상 무기는 직접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선회하는 것이다. 70년 넘게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을 유지해온 스웨덴과 핀란드도 중립노선을 포기했다.


인도처럼 ‘내 편인 듯 아닌 듯’ 실리외교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인도는 미국의 대중 견제를 위한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는 참여하면서 대러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산 원유를 값싸게 사들이며 실익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 선택을 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지만 결국 침공당한 것을 보면서 북한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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