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北, 'NPT 탈퇴' 20년…7차 핵실험 위협

최종수정 2023.01.10 07:26 기사입력 2023.01.10 07:26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이 만든 국제기구다. 서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해주는 대신 핵무기를 줄여나가고 핵 비보유국에는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NPT에 가입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예외국은 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비공식 핵을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다. 북한도 포함된다. 북한은 2003년 1월10일 NPT에서 정식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20년이 흘러 북한은 핵무기 생산에 나섰고, 한반도의 최대 난제가 됐다.

美, 북한 고농축우라늄 개발 의혹 제기에 NPT 탈퇴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서 촉발된 제2차 북핵 위기 속에서 NPT를 탈퇴했다. 2002년 10월 조지 부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 과정에서 HEU 개발 의혹을 제기했다. 강 제1부상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 체제에 대해 안전을 보장해 주면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 개발 계획을 포함해 미국의 안보상 우려 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기한 HEU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2002년 12월 대북 중유 제공을 중단했다. 북한은 반발했다. 핵시설의 재가동을 선언하고 영변 핵시설에 설치한 IAEA의 감시카메라와 봉인을 제거했다. 여기에 '5M We 원자로'에 대한 연료봉도 반입하고, IAEA 사찰관 3명을 추방했다.


IAEA가 이듬해 1월 핵시설 감시체제 복원 및 HEU 프로그램 해명을 촉구하는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북한은 ‘공화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NPT를 정식 탈퇴했다. IAEA 안전 협정도 무효화한다고 선언했다. 곧장 핵무기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해 2월부터 원자로 재가동에 들어갔고 3월에는 뉴욕 채널을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의 재개와 핵 재처리 시설의 가동을 선언했다.


북핵 위기가 현실이 되자 중국과 한국, 북한은 같은 해 4월 베이징에서 만났다. 3자가 만난 첫 자리였다. 이후 6자회담이 만들어졌고 9·19공동성명에도 합의했지만, 북한은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했다.




지난해 NPT 10차 회의 열렸지만…러시아 반대로 北 규탄 선언문 불발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의 유엔(UN) 본부에서 전 세계 국가·지역 116곳이 참가한 가운데 NPT 10차 회의도 열렸다. NPT 회의는 지난 1970년 발효 후 5년마다 열렸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된 탓에 이번에 7년 만에 열린 것이다.


기대감은 컸다. 7차 핵실험을 앞둔 북한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던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했다. 선언문에는 북한의 핵 도발을 규탄하고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러시아는 NPT 평가회의 36쪽짜리 선언문 초안에 대해"(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군사 행위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를 문제 삼으며 반대표를 던졌다. 평가회의 결과물이 채택되려면 191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4주 동안 러시아를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핵 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단된 핵 감축 논의가 진척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전 세계 보유 핵탄두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의 5년 연장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했으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중지됐다. 핵무기 350기를 보유한 중국은 아예 핵 감축 논의에 불참하고 있다. 7차 핵실험설이 나오는 북한에 대해 NPT 차원의 공동 제재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주도로 나올지도 미지수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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