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여주기 급급했던 김승겸 합참의장

최종수정 2023.02.23 15:27 기사입력 2022.12.30 07:00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북한 무인기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보고 받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그동안 도대체 뭐한 것이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훈련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러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냐"고 격노했다. 정작 군 통수권자에게 혼나야 할 당사자는 따로 있다. 군 서열 1위인 김승겸 합참의장이다.


김 의장도 난처했을 것이다. 지난 16일 육군 제5군단 사령부와 방공진지를 방문해 "적 무인기 도발시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지만, 열흘 만에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투했기 때문이다. 그도 민망했을까? 김 의장은 5년 만에 합동방공훈련을 지시했다. 합참은 29일 지상작전사령부, 군단, 공군작전사령부, 육군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해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빠졌다. 실사격은 하지 않았다. 합참은 실사격 직전까지만 훈련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군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100발이 넘는 실탄 사격에도 불구하고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해서였다. 합동방공훈련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훈련’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군은 북한의 무인기가 침투했을 때 민가가 있어 사격이 힘들었다고 했다. 합동방공훈련은 군 사격장에서 진행됐던 만큼 실사격을 해야 했다. 가상의 무인기를 격추해 국민들에게 안심을 시켜야만 했다. 이것이 훈련의 목적이었다.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2023~2027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무인기 대응을 위해 5년간 5600억원을 투입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이 중에는 레이저 대공무기 연구개발사업도 포함됐다. 이 사업은 2017년 북한의 무인기가 발견되자 추가적인 보강 전력 확보를 가속하겠다며 제시한 대안과 똑같다. 당시에도 북한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를 조기 전력화하겠다며 약속했다. 결국 지켜지지 못한 약속들은 5년 후에 대책인 양 내놓은 셈이다. 국민들이 이제 누구를 믿고 편히 잠들어야 할 지 걱정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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