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클럽]절제하는 전략자산 배치

최종수정 2023.04.13 16:57 기사입력 2022.11.11 11:00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한국과 미국은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배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북한의 도발에 미군의 전략자산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다는 개념이다. 한반도에 전개될 미군 전략자산에는 미국 전략사령부가 통제하는 부대와 전력이 모두 포함된다. B-2 스텔스 폭격기, B-52 전략폭격기, B-1B 초음속 폭격기나 핵 추진 잠수함, 핵 항공모함 등이 대표적인 전략자산이다.


군사적으로도 효과는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만으로 압박을 느낀다. 2017년 9월엔 북한이 6차 핵실험 강행하자 미국은 무력 시위 차원에서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소재 주일미군기지를 이륙한 B-1B 폭격기를 한반도에 띄웠다. 미 공군의 F-15 전투기들과 함께 동해 북방한계선(NLL) 넘어 북한 동쪽의 공해상까지 북상했다. B-1B는 최대 60t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어 B-52, B-2 등 다른 폭격기보다 무장력이 월등해 북한의 입장에는 두려움의 존재다. 또 마하 1.25(시속 1530㎞)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괌 기지에서 이륙해 평양 상공까지 2시간 남짓이면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다. 미 전략자산의 종류와 운용방식에 따라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이 핵 추진 항모를 한반도에 진입시키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이를 저지시켰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장 주한미군도 눈엣가시다. 시 주석 3번 연임으로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한미군이 대만에 투입되고 한국은 후방기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중국의 대만 침공 때 주한미군 투입이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긴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서 처음 언급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은 이번에도 담겼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이 대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이 이를 곧이곧대로 들을 리 없다.


난처한 상황이다. 당장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러와 긴장하고 갈등하는 사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이 우선순위에 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는 내년까지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을 추진하고 북한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연례화하는 등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의 관여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면서 확장억제전략을 이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미 전략자산 배치로 굳이 주변국까지 자극할 필요는 없다. 중국에 향해서는 외교적으로 갈등을 푸는 데 집중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힘을 실어줘 새로운 도발 할 수 있는 여지도 없애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상대로 예민해진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해 한반도를 갈등의 중심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배리 포젠(Barry Posen) MIT대 교수는 ‘절제(Restraint)’라는 저서를 통해 확장 억제는 중·러 두 권위주의 강국과의 군사적 충돌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렵고 위험한 카드’라고 지적한 이유를 새겨들어야 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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