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클럽]진실 알리기가 심리전이다

최종수정 2023.04.13 16:57 기사입력 2022.09.16 11:00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전쟁 중에 가짜뉴스는 적을 교란시키고 아군의 사기를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바로 심리전이다. 손자병법에도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 최선이다"라고 강조할 만큼 전쟁에 있어 심리전은 중요한 전술중에 하나였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은 "노르망디에는 상륙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흘려 적을 교란시켰다. 6·25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은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원산에 미군이 들어온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우리 군도 ‘삐라’라고 불리는 전단을 통해 북한군과 북한주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삐라는 대만에 있는 대륙공작대의 사례를 보고 아이디어를 착안한 것이다. 대만의 대륙공작대는 풍선에 육포, 기름 등의 식료품을 실어 중국본토에 보내 현지인을 현혹시켰다.


시간이 흘러 가짜뉴스는 통하지 않았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퍼지는 진실을 이겨내지 못했다. 미국 등 다국적군이 1991년 이라크전에서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후세인은 부패했다"는 내용의 비디오테이프를 대량으로 뿌린 것도 진실을 알려 적의 마음을 흔든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정부도 6·25전쟁이 끝난 뒤에 전방지역에 확성기나 대북 라디오방송을 통해 ‘진실 알리기’ 심리전을 해왔다. 효과는 컸다. FM라디오 수신기를 이용해 방송을 들었다는 귀순자, 탈북자의 진술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난 2004년 6월15일 42년간의 방송을 끝으로 대북 라디오방송은 끊겼다. 이에 앞서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4월 ‘삐라 살포를 금지해 달라’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삐라에 정보기술(IT)과 접목시킨 ‘DVD삐라’를 여전히 뿌리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통일부 예산으로 편성한 ‘북한 가짜뉴스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입법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가 대북정책 추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도해 예산 2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1년만에 종료됐다. 부처 사업이 1년 만에 종료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는 현재 ‘온라인 이슈관리’라는 명목으로 올해까지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블로그·카페·커뮤니티·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 등에서 실시간으로 자료를 수집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는 통일부 정책에 관한 여론추세 등을 정리 분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당초 제시한 북한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한다는 기존 취지에서는 벗어난 셈이다. 가짜뉴스를 분류하는 기준과 대응책이 불분명해 언론의 비판 기능만 위축시켰다.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여과기능을 해야 할 당사자는 국민과 독자들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북정책과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을 길들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올바른 정보를 더 많이 알리는데 예산이 사용되야 한다. 북한에도 진실을 알리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적에게 진실을 알려 전쟁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다. 손자병법에 ‘최선 중에 최선’이라고 강조한 것이 헛된 강조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