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한국형 전투기도 수출될까

최종수정 2022.09.26 15:08 기사입력 2022.08.27 07:04


지난 7월 27일, 국내 항공업계에 희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동유럽 군사 강국인 폴란드가 약 19조 4천억 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하면서 FA-50 경공격기 48대도 구매목록에 포함시킨 것이다. 만약 구매를 확정 짓는 본계약이 체결된다면, 국산 군용기가 유럽 군용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향후 국산 경공격기 수출 확대와 전투기 수출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폴란드, FA-50 유럽 진출 교두보 될까= 폴란드가 FA-50 48대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7월 28일 전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본계약은 폴란드의 획득 절차상 본계약(실행계약)에 앞서 체결하는 계약으로, 인도 일정이나 사업비용, 기술이전 등 구체적인 조건 등이 합의되면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번 기본계약과 관련해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현재 운용 중인 M-346의 낮은 가동률과 높은 운용유지비를 지적하며 “FA-50은 우리가 보유한 장비로 상호운용이 가능하며, 최신 무장 장착이 가능한 폴란드 공군의 최적 기종”이라면서 FA-50을 구매하기로 한 배경을 말했다.


특히 이번 계약 규모는 30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 물량 및 가격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라크, 태국 등 해외로 수출된 T-50 계열기 전체 수량(64대)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이 수출이 확정되면 유럽 수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만큼 KAI도 이번 폴란드 수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KAI는 우선 폴란드 정부, 현지 업체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FA-50 MRO 센터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제품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폴란드 공군의 FA-50을 활용한 국제비행훈련학교를 설립하고 운영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이를 통해 유럽 지역 내 조종사 훈련 소요를 충당하면 폴란드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KAI는 밝혔다. KAI 안현호 사장이 이번 기본계약 체결을 두고 “단순 판매가 아닌 공동협력의 시작”이라고 말한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계약은 가계약 격인 기본계약 체결 상태. 방위사업청이 폴란드 수출 확정을 공식화하는 데 말을 아끼는 이유다. 그런 만큼 수출을 확정 짓는 본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폴란드 정부와의 세부적인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만약 수출이 확정되면 향후 유럽 시장 수출 확대는 물론, 소요가 가장 많은 국가인 미국과 두 번째로 많은 이집트, 그리고 새로운 신규 시장과 기존 도입국들의 추가 도입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공격기 수출 확대, 전투기 수출에 호재= 이처럼 경공격기 수출이 확대되면 향후 국산 전투기 수출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공격기 수출이 늘수록 도입국들은 물론, 세계 군용기 시장에서도 국가적 신뢰가 깊어져 향후 전투기 수출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용기 수출은 국가적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세계 군용기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오랜 수출을 통해 신뢰가 그만큼 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해외경제연구소)이 지난 6월 발표한 <방위산업의 특성 및 수출전략>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기 수출의 47%가 항공기가 차지하고 있으며, 항공기 시장도 미국(50.9%), 러시아(18.8%), 프랑스(12.7%) 3개국이 82.5%를 점유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과 신뢰 등이 군용기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경공격기 수출 확대가 향후 국산 전투기 수출에 중요한 이유다.


▲전투기 시장 변화, 국산 전투기 수출에 청신호?= 전투기 시장 변화도 국산 전투기 수출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세계 전투기 시장 분위기를 보면 국산 전투기 수출이 그저 장밋빛 얘기는 아니다. 고성능 전투기가 선점하고 있는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가성비, 즉 가격 대비 효율이 높은 전투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투기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전투기를 구매해야 할 국가들이 자연스레 가성비 높은 전투기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예컨대 현재 세계 전투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종들을 보면 F-35, 유로파이터, 라팔, Su-35 등 대부분 4.5세대 이상의 값비싼 전투기들이다. 대당 가격도 대부분 1천억 원이 훌쩍 넘어 아무 국가들이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현재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국 F-35A의 경우, 대당 가격이 생산 초기보다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약 7,800만 달러, 약 930억 원 수준이다. 더욱이 유럽산인 라팔은 1억 1,300만 달러(약 1,380억 원), 유로파이터는 1억 2,400만 달러(약 1,5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이들 전투기는 운용유지비까지 많이 들어 국방예산 규모가 작은 국가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전 세계 대부분 공군이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 모두 값비싸고 운용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전투기를 구매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오래된 전투기를 교체해야 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 중 고성능 전투기로 대체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국가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가 가성비 높은 전투기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가령 신형 전투기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인 아르헨티나를 보면 지난 5월과 6월, 참모총장을 비롯해 공군 조종사와 기술자들이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이어 방문해 JF-17 전투기를 평가했다. 알려진 것처럼 JF-17은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전투기. 가장 최신 사양인 JF-17 블록3이 4세대 플러스급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가격은 오히려 저렴하다.


최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이 아르헨티나에 단좌기 10대와 복좌기 2대 등 12대의 JF-17을 6억 달러(약 8천억 원)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단순히 대당 가격으로 나누면 약 660억 원. 이는 라팔 전투기 가격의 약 절반 수준이다. 국방비가 여의찮은 아르헨티나로서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JF-17은 앞서 파키스탄, 미얀마, 나이지리아 등에 판매된 것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 볼리비아, 수단, 방글라데시, 불가리아, 페루, 베네수엘라 등 많은 국가가 관심을 보이는 등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조금씩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산 전투기를 수출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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