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미ㆍ중 무력 충돌 가능성은?

최종수정 2022.09.26 15:08 기사입력 2022.08.20 10:06



[월간항공 김재한 편집장]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양국 간 무력 시위는 물론 ‘겁먹은 불량배’ ‘불장난’ 등 최근 오가는 말도 거칠어졌다. 심지어 한 곳에서는 ‘전쟁 불사’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양국 간 대규모 무력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조되는 미ㆍ중 갈등

최근 양국 간 분위기가 반영된 사례를 꼽는다면 지난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은 100여 대 군용기와 10여 척의 함정, 그리고 미사일과 장거리포 등을 동원해 대만해협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H-6 폭격기를 비롯해 J-16, J-11, Su-30 전투기, Y-8 해상초계기 등 20여 대의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침범했고, 일부 전투기들은 미국이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한 대만해협 중간선까지 침범해 긴장 수위를 더욱 높였다. 특히 중국은 탄도미사일을 대만 상공을 지나도록 발사하고, 해상과 공중에서 원거리 지상표적 타격 훈련도 실시하는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력을 과시했다.


앞서 양국은 외교적 수사를 통해서도 서로를 맹비난해 왔다. 특히 지난 6월 10일, 양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9차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 가진 ‘미ㆍ중 국방장관 회의’에서 가시 돋친 말을 서로 주고받았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중국의 행동이 인도-태평양지역 안보와 안정, 번영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자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누군가 대만을 분열시키려고 한다면 중국군은 반드시 일전(一戰)을 불사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전에도 중국은 “불장난하다가 타죽을 것”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는 등 호전적인 수사를 거침없이 써왔다.


미ㆍ중 대규모 무력 충돌 가능성은?

양국 간 거친 말과 무력 시위가 오가며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지만, 대규모 무력 충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안보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책기관의 한 전문가는 “양국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 역시 이해관계를 놓고 벌어지는 국가 간 협상이나 정치적 행위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양국은 협상을 통해 군사적 충돌이 최악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군사적으로도 중국의 대만 침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가로 놓인 대만해협이 중국으로서는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가까운 해협의 거리는 약 128km. 중국은 이 해역을 무사히 지나 대만에 상륙해야만 군사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대만 군사충돌 시나리오와 한국의 대응>에서도 중국이 대만 침공을 결정할 때 이러한 성공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고서는 제한된 수의 중국 상륙부대가 수적으로 우세하고 준비된 대만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14개 정도에 불과한 상륙작전 가능 해안과 이들 해안에 구축된 대만의 강력한 방어선, 그리고 강풍, 파고, 안개, 격류 등이 잦은 대만해협의 기상 등은 중국의 침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이 상륙작전에 성공하려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제공권을 유지해야 하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이러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가령 무력 충돌 초기에 미국의 F-22, F-35 등의 스텔스 전투기들이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중국의 함정들과 주요 지상 표적들을 공격하고, 대만 인근에 집결될 미 항모타격단과 지상 기반 전투기들이 제공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의 상륙작전 성공은 벅찬 목표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의 압도적인 해상 우위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 해군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신형 구축함과 호위함 등을 건조하고 있지만, 미국의 해상 우위는 중국과 비교해 확고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항모타격단과 함께 공격용 핵잠수함은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중국 함대에 엄청난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 예측대로라면 대규모 무력 충돌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필립 데이비드슨 당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6년 내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 데 이어, 지난 7월 20일에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장이 미 콜로라도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만을 침공할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예측이 이어지면서 대만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지역 미 동맹국들도 양국 관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 중ㆍ러 동시 대응 가능할까?

이런 가운데 만약 미ㆍ중 간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현재 우크라이나를 지원 중인 미국이 과연 두 개의 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안보전문가인 로버트 팔리 캔터키대 교수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미국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팔리 교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은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즉 대만 문제에는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는 지금처럼 나토(NATO) 회원국들과 함께 무기 지원 방식으로 러시아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미국이 항모전투단을 비롯한 첨단 전투기와 전략폭격기 등 핵심 군사력을 대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 우크라이나 사태가 나토와 러시아 간 무력 충돌로 확대되면,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당연히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팔리 교수는 다른 나토 회원국들의 군사력, 특히 월등한 공중 및 해상 전력을 포함한 전력이 러시아보다 우위에 있는 만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미국은 핵심 군사력을 이 지역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대만 문제를 더 우선할 것이라는 게 팔리 교수의 전망이다.


아시아 동맹국들 대응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인도-태평양지역 동맹국들의 대응도 관심 대상이다. 이들 동맹국의 대응 여부가 전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목할 국가들은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QUAD)를 구성하고 있는 일본과 호주, 그리고 인도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인 만큼 대만 문제는 이들 국가에도 외교ㆍ안보적으로 주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ㆍ인도연구센터 연구교수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대응 수준은 국가별 외교 전략에 따라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일본은 대만 문제가 동중국해 문제와 연관된 데다, 지난 8월 초 중국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을 두고 강력히 비난한 것을 보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안보 동맹으로서 미국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일본은 중국이 아시아를 장악해 지역 패권이나 영향권에 두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약화하고 있던 미국의 관여를 잡아두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5월 노동당 출신인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가 새로 취임하면서 대중 외교정책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교수는 “알바니즈 총리가 노동당 출신인 만큼 이전 스콧 모리슨 정부의 정책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지원하겠지만, 그 범위와 정도는 일본보다 다소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호주와 달리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가 아닌 인도는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조 교수는 “인도는 자국의 영향권과 전장을 해상은 인도양, 내륙은 인도반도(인도아대륙)로 여기고 있다”며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군사 협력이나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며, 소극적 대응이나 원론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일단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입장이다. 지난 8월 17일, 양국은 제21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를 열고, 남중국해 및 여타 해양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 등 국제법 및 규범에 기반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 준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특히 양국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국방 및 안보협력을 지속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실제로 대만 문제를 놓고 무력 충돌을 벌인다면, 양국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 외교를 지속해 온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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