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한 단계 성숙하려면

최종수정 2022.07.29 12:04 기사입력 2022.07.29 11:01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K-방산’이 대세다. 우리나라 방산 수출량이 최근 5년간(2017∼2021년) 상위 10개국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직전 5년대비 176.8% 증가한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을 달성해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수출은 더 늘어나 세계 5위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괄목상대할만한 성과다. K-방산은 1970년대만하더라도 볼 품이 없었다. 아니 서러웠다. 당시 미국이 ‘닉슨독트린(아시아에서의 미군 역할 축소)’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하려 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무기를 직접 만들어 자주국방을 이룩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추진된 사업이 일명 번개사업이다. 번갯불에 콩 구어먹듯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의 눈을 피해 대전 기계창에서 부품을 만들고, 기상 측후소로 위장된 곳에서 성능시험을 해야 했다. 민간기업까지 투입해 지금의 창원산단도 만들었다. 성과는 빨랐다. 1975년 미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47만 달러어치의 소총 탄약을 팔았다. 첫 방산수출이었다.


K-방산은 정권이 바뀔때 마다 시련도 겪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무기구입 리베이트를 거론하며 방산비리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TF 활동은 지지부진했고 소리 없이 활동은 종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켜 74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대부분 혐의자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기간 4대강과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수사칼날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로 향했다. 당시 수사를 직접 지휘한 사람은 바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검찰은 하성용 전 대표에 대해 분식회계 등 11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뒤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났고 대부분 혐의가 무죄가 난 가운데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최근에는 카이의 평가를 달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시제기가 나오자 "자주국방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자평했다. 카이의 수사를 담당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KF-21가 첫 비행에 성공하자 "자주국방으로 가는 쾌거"라고 말했다.


대통령 뿐만 아니다. 군 관련 기관에서도 서로 KF-21의 성과가 자기 덕분이라고 치적세우기에 급하다. 무기 수출이 성사될 때면 개발부터 수출까지 주도했다고 홍보한다. 방산전시회도 마찬가지다. 오합지졸 열리는 군과 기관 별 방산전시회는 서로가 원조·최고라 말한다.


하지만 정작 방산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에서도 찾아볼 수 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 상호국방조달협정을 체결도 못하고 있다. 이 협정을 체결해야 미국수출을 할 때 미국산 우선 구매법을 적용받지 않아 세금 등으로 인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500억달러에 달하는 미 차세대 장갑차 프로젝트(OMFV)와 150억~300억달러에 달하는 미 해·공군 고등전술훈련기 사업을 앞두고 방산기업들은 속만 태운다.


K-방산이 한단계 성숙하려면 2014년을 떠 올려야 한다. 왜 삼성그룹이 방위산업에 손을 떼겠다며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를 매각한 이유를 정부 관계자들은 꼽씹어봐야 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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