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권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군이 필요하다

최종수정 2022.11.28 13:47 기사입력 2022.06.17 13:08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군이 정권에 따라 사실을 왜곡한 것 같아 군복을 입은 장교로서 회의감이 듭니다."


16일 국방부의 ‘서해 공무원 피살’ 관련 발표를 지켜보던 한 장교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가 "스스로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북한군 간 교신 감청 내용 등 특수정보(SI)를 결정적인 증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1년 9개월 만에 고개를 숙이며 문재인 정부의 판단을 뒤집었다. 전 정부 국방부는 월북으로 봤지만 현 정부에선 월북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변명도 내세웠다.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받아서 최초 발표에서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시신소각 ‘만행’을 ‘추정’으로 고쳤다는 얘기다. 북한 탓도 했다.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른 것 분명하다"고 역공했다.


이제라도 진실에 한발짝 다가선 용기는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실망감도 적지 않다. 사실은 하나지만 정권이 바뀌자 입장을 180도 바꾼 정치적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특수정보를 청와대 입맛에 맞게 짜깁기했고 이 모씨를 월북자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특수정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최장 15년동안 비공개되는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이관된 탓에 당장 공개되기 힘들다. 국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기록물 열람이 가능하지만 민주당이 호락호락 동의할리 없다.


야전부대 장교가 한숨을 내쉬는데 하물며 국민은 어떨까.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제복’이라는 비아냥은 불가피해 보인다. 군은 시민단체나 유가족 등이 고발해 검경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더 솔직해져야 한다. 안보라는 이유로 진실을 왜곡한다면 ‘진짜 진실’도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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