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군 지휘부의 결단력이 의심스럽다

최종수정 2021.07.21 10:56 기사입력 2021.07.21 10:56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분골쇄신·환골탈태. 서욱 국방부 장관이 그간 다섯 번의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사용한 단어다. 이때까지만 해도 군 안팎에서는 "더 깎을 뼈가 남아 있느냐"며 뼈아픈 농담이 나왔다.


20일 여섯 번째 사과 이후 군 안팎 분위기는 더 심상치 않다. 군 내부에서조차 장관의 결단력과 사과의 진실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그런 걸까. 서 장관은 청해부대에 첫 감기환자가 발생한 지 12일이 지나서야 국방부·합참 통합 상황관리 TF팀을 운용했다. 15일에는 4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때까지도 서 장관은 특별한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중급유수송기 투입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그제야 청해부대 34진 전원 복귀 추진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발 빠른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후송작전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청해부대 백신 미접종에 대해서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전형적인 책임 회피 태도다.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20일 국무회의에서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 장관이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에 나선 배경이다. 대통령의 지시와 질타가 있어야 장관은 움직이고 사과한다. 유사시 자체적인 결단과 실행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국방부에 과연 국민이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현 국방부 장관을 지켜보면서, 그와는 사뭇 달리 행동했던 한 장관의 일화가 생각난다. 전직 장관은 연평도 포격 사건 1주년을 앞둔 당시 각 군 지휘관에게 서신을 보냈다. "작전 시행 시 현장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 후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한 지휘관은 "이 지시 하나로 일선 지휘관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자유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서 장관을 비롯한 지금의 군 수뇌부들은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장관과 장성들이 국민이 아닌,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도 아닌,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게 만들어버린 건 과연 누구일까.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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