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令) 안서는 서욱 장관

최종수정 2021.07.07 12:00 기사입력 2021.07.07 12:00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지휘가 일선 부대에까지 먹혀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군에서 부실급식 문제에 이어 성범죄가 연이어 터지자 일선 야전부대에서 들려온 목소리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부실급식 실태가 처음 폭로된 이후 부하들을 자식·형제처럼 대해 달라고 군에 신신당부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다음 달에는 장병 처우 개선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부실급식 제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일선 부대에서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성범죄 발생이 끊이지 않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8일 국방부는 ‘성 관련 사건을 뿌리 뽑으라’는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시에도 서 장관은 "정의와 인권 위에 강하게 신뢰받는 군대로 진화해나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출범식 다음날인 29일 서 장관이 직접 관할하는 부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심지어 국방부가 ‘성폭력 피해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하던 날에 터졌다. 가해자인 A 장성(준장)은 지난달 말 부하 직원들과 회식 후 노래방에서 2차 모임을 하다 B씨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성고충 상담관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A 준장은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군 수사기관은 A 준장의 성추행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장관에게는 신고 당일 보고됐고 A 준장은 곧바로 보직 해임된 데 이어 구속까지 됐다.


장관의 개혁 의지가 일선 군부대에 전혀 스며들지 않자 서 장관은 7일 전군 주요 지휘관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 자리에서 서 장관은 "더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분골쇄신의 마음으로 노력과 열정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 장관이 연이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당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군 스스로 만들었다. 군의 자정 능력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군이 장관의 영을 제대로 받들지 않는다면 다음은 대통령과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스스로 변하지 않는 자는 강제로 변화 당하는 게 자연스런 이치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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