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 뿐인 국방부의 대책

최종수정 2021.06.09 11:18 기사입력 2021.06.09 11:18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국방부는 또 ‘말 뿐인 대책’만 내놓을 것인가. 최근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군 부사관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대책이 나오자 군 안팎에서는 퉁명스러운 반응만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2015년도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국방부는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안’을 마련했다. ‘성관련 사고’라고 사용하던 용어도 ‘성폭력’으로 바꿨다. 그동안 군이 성폭력을 성희롱, 성추행 등 용어로 부르며 ‘군기 사고’로만 인식했다는 것이다. 성폭력으로 용어를 바꿔 쓰면서 성 관련 인식 전환을 위한 맞춤형 성인지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번 사건을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으로 규정을 했다.


국방부는 또 사건 처리 전 과정에 멘토와 국선변호인 등 조력자를 여성으로 우선 선정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남성 국선변호인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힘들다는 점을 배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이 중사의 첫 번째 국선 변호사는 남자였다. 두 번째 국선 변호사 또한 남자였다. 공군에 소속된 113명의 법무관 중 여성 법무관은 17명이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을 변호해줄 만한 여성 국선 변호사는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유족 측은 국선 변호사가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았다며 회유 등 2차 가해까지 당한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 국선변호인의 약속은 없었던 셈이다.


국방부는 2018년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고 성범죄특별대책전담팀도 구성했다. 성범죄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고 ‘가해자·피해자 분리’ 원칙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공군 이모 중사 사태에선 이런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최근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조치 반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온갖 대책반과 대책만 쏟아내는 국방부를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지 의문이다. 1950년 여군 창설 이래 여군을 암묵적 또는 명시적으로 성적 대상화 해왔다는 점은 군내에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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