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북한군도 추석명절 휴가 갈까

최종수정 2020.10.01 10:00 기사입력 2020.10.01 10:00

북한도 명절 지내지만 지도부는 김일성 가계 우상화 이용
김정은 추석되면 만경대 조상들 묘소에 화환 보내기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추석이 남한에서 민족 최대 명절로 꼽히지만 북한에서는 여러 명절 가운데 비중면에서 남한보다 많이 떨어진다.


새터민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성묘를 나서는 남한과 달리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고 곧바로 성묘에 나선다. 북한의 대부분 주민은 자가용 차량이 없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성묘를 다녀오는데 특히 성묘객으로 가득찬 버스는 항상 '콩나물시루'가 된다고 한다.


이런 몇가지 다른 점을 빼면 북한 주민이 추석을 쇠는 모습은 남한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까운 친인척이 오랜만에 모여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조상에 바치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며,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모습 등은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민족 고유의 명절을 배격해오다 1988년 추석을, 이듬해 구정을, 2003년에는 정월대보름을 명절로 각각 지정했다.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은 추석이 아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다. 4월15일(김일성)과 2월16일(김정일) 모두 당일과 다음날까지 공휴일로 이어져 하루만 쉬는 추석보다 더 크게 기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9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되자 일부 국내 매체는 지난해 김정은의 생일(1ㆍ8)이 휴일로 지정됐다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김일성 가계 우상화에 이용된 명절= 북한의 당과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간부와 일부 주민은 추석을 맞아 평양을 비롯한 각지의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을 찾아 화환과 꽃다발 등을 바치기도 한다.북한 당국이 민속 명절인 추석도 김일성 가계 우상화에 이용하는 셈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지 2년 만인 1976년 김 위원장의 생일을 정식 공휴일로 지정했고, 김 주석 사후인 1995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휴일을 이틀로 늘렸다. 북한은 김 부자의 생일과 함께 정부 수립일(9ㆍ9), 당 창건일(10ㆍ10)을 '진짜 명절'로 지정해 놓고 있다.


2012년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 맞은 그해 추석은 새 지도체제의 정통성을 부각하는 데에도 한껏 활용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경대에 있는 고조부모 김보현ㆍ이보익 묘소에 김정은 제1위원장 이름의 화환을 보낸 바 있다.


당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민속명절과 관련해 주신 가르치심과 취해주신 조치"로 추석이 민족명절로서 더욱 발전하게 됐다고 찬양했고, 우리 민족끼리는 "추석을 맞으며 인민들은 민속전통을 더 활짝 꽃펴주시는 김정은 원수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있다"며 김 제1위원장도 부각했다.


2013년에는 추석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대성산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 조국해방전쟁(6ㆍ25전쟁) 참전 열사묘, 만경대구역에 있는 김일성 주석의 조부모인 김보현ㆍ리보익과 부모인 김형직ㆍ강반석의 묘에 화환을 보냈다.


북한군 일반병사는 포상휴가나 부모사망때 특별휴가 허용
포상휴가는 일반부대가 아닌 특수부대원들에게만 혜택 집중
특별·물자휴가 등은 당간부나 고위층 자제들에게만 집중돼


▲남·북한군 명절휴가 어떻게= 명절이 되면 대한민국 장병들은 각종휴가를 얻어 고향길로 향하기도 한다. 일반 병사의 경우 휴가를 신청하면 부대사정을 고려해 온가족이 모인 민속명절을 즐길 수 도 있다. 국군 장병들은 군인복무규율에 연가, 공가, 청원휴가, 위로휴가, 포상휴가, 보상휴가, 전역 전 휴가, 재해구호휴가 등 다양한 휴가제도를 이용한다.


북한군의 경우 사실상 휴가나 면회제도가 거의 없다. 10년간 장기복무 중에도 규정에 따라 병사들은 연 1회 정기휴가(15일)만 가능하다. 한국군과 달리 북한군은 특이한 휴가제도인 물자휴가가 있다. 물자휴가는 최장 30일까지 허가된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했던 90년대부터 각급부대에서는 부대 내 필요한 물자들을 구해 올 능력이 있는 병사들을 대상으로 물자휴가를 준다.


하지만 이도 정식휴가가 아니다. 주로 부모 직계가족 사망 등의 사유로 인한 특별휴가로 위장해 휴가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이러한 물자휴가는 주로 물품을 구해올 능력이 있는 당 간부나 고위층 자제들에게 집중돼 있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포상휴가나 부모사망시 특별휴가만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1968년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이후 한반도 정세 긴장을 이유로 휴가가 전면 중단됐고 80년대 들어와서는 '통일이 될때까지 휴가를 가지말자'는 구호아래 정기휴가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부모 직계가족 사망의 경우 주어지는 특별휴가는 통상 10~15일이며 사정휴가 또는 청원휴가라고 불린다. 결혼휴가의 경우에도 장교나 장기복무 부사관에게만 해당되고 병사들은 군복무 중 결혼 자체를 하지 못한다.


부모 직계가족 사망의 경우 주어지는 특별휴가는 통신체계 낙후로 사망통지서가 지연배달되고 휴가 수속이 까다로워 장례식이 끝난후에 실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포상휴가도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특별한 공로가 인정된 병사들에게만 주어진다. 또 민경대대ㆍ경보병부대ㆍ정찰대대ㆍ저격부대 등 특수부대나 해ㆍ공군부대 위주로 실시되고 포병부대 등과 같은 일반부대에는 거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10년동안 휴가와 면회없이 보내는 북한군 병사들. 군 회피가 늘어난다는 북한의 젊은층들이 이해될만 하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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